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정선의 사람 사는 돌집
아, 거기가 어디쯤인 지는 정확히 모르겠군요. 다만 태백에서 만항재를 넘어 정선으로 들어선 뒤라는 것밖에 기억이 나질 안ㅎ습니다. 변변한 논 한 배미 없는 물줄기를 따라 몇 번이나 산을 넘었다는 것밖에는 말입니다.
그냥 우연이었습니다. 아내가 운전을 했는데 차창으로 뭔가 ‘휙’ 하고 스쳐갔습니다. 순간 본능적으로 차를 세우라고 했지요. 딱히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없는데 놓쳐서는 안 될 무언가를 본 것만은 확실한 듯 했으니까요.
갑작스런 주문에 아내는 한참이나 달려서야 차를 세웠습니다. 갓길 안전한 곳에 차를 옮겨라 말하고 무언가에 홀린 듯 뛰었습니다. 한참 헐떡거리며 도착한 곳은 길가의 어느 민가였습니다. 그저 평범한 농가였지요.
헐레벌떡 뛰어오는 저를 보고 주인이 더 놀란 듯했습니다. 그냥 집 때문에, 집이 눈에 익어서, 라고만 했지요. 중년의 사내는 대수롭지 않게 별 희한한 사람 다 본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여행자가 스치는 차창으로 얼핏 본 건 돌지붕이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확실했습니다. 겨우 진정을 하고 주인장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올해 예순인 집주인 신병선 씨는 어릴 때부터 이집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돌지붕을 한 돌집은 강원도 영월이나 정선에서 예전에는 종종 볼 수 있었던 집들이었습니다.
그런 돌집이 이제는 다 사라져 정선아라리촌이나 가면 겨우 그 존재를 볼 수 있는데요. 언젠가 영월 어느 골짜기에 옛 식 그대로의 돌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소문은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이렇게 사람이 살고 있는 돌집을 직접 본 건 처음입니다. 물론 지리산 청학동 삼성궁이나 사찰, 정자 등에서 돌기와를 얹은 너새집과 근래에 지은 돌집은 간혹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집처럼 옛 식 그대로의 돌집에 사람이 사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신 씨의 말에 따르면 정선에도 지금은 돌집이 거의 다 사라졌다고 합니다. 남면에서도 이 집이 유일하게 남은 돌집이랍니다. 돌집의 상태를 둘러봤습니다. 4칸의 집에 합각을 이룬 지붕은 슬레이트로 덧대어 공간을 확장했습니다. 집은 비록 낡았지만 지붕으로 쓴 판석(돌기와)의 상태는 좋았습니다. 용마루에도 납작한 판석을 얹어 마감을 했는데 큼직한 돌을 다시 놓아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했습니다.
납작한 점판암을 알맞은 크기로 잘라 지붕에 얹는 방식은 기와와 별반 다르지 않으나 잘 미끄러지는 돌의 특성으로 인해 물매를 아주 완만하게 처리하여 비스듬하게 다른 판석을 포개 얹는 식으로 쌓은 것이 특징입니다. 촘촘히 쌓은 돌기와는 정연한 기와지붕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다양한 크기로 납작하게 켠 점판암을 포개고 잇댄 지붕은 그 자체로 디자인이 되어 자연스런 맛이 드러납니다.
돌집은 ‘석두방(石頭房)’ 혹은 ‘청석집’이라고도 합니다. 우리나라 강원도 일대 산간지방에서 청석(점판암)으로 지붕을 얹어 만든 집을 일컫는 데요. 특히 정선 지방에서 유래하는 독특한 집으로 두께가 약 2cm 정도의 얇은 판석을 기와처럼 지붕을 올린 집입니다. 흔히 이러한 얇은 돌조각을 ‘너새’ 혹은 ‘돌기와’라고 하고, 납작한 점판암으로 지붕을 얹은 까닭에 돌기와집, 돌능에집, 돌너와집, 너새집이라고도 부릅니다.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남아 있지 않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정선에는 돌집이 더러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가옥의 구조는 안방과 윗방, 사랑방, 도장방 그리고 부엌과 외양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집을 둘러보고 차가 있는 곳까지 서둘러 걸었습니다. 차에 탔을 때 이 집의 주소를 물어보지 않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잠깐 달리다 이 집의 위치를 가늠하기 위해 내비게이션 지도를 사진에 담았습니다. 내비게이션을 보니 쇄재터널이 있는 칠연로 59번 국도였습니다. 인근에는 낙동삼거리와 선평역이 있고요. 집에 돌아와서 이 일대의 위성사진을 샅샅이 뒤져 그 집을 찾았습니다. 정선군 남면에 있는 어느 농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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