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둘러싸인 초가집 한 채, 용아 박용철 생가
용아 박용철 생가는 송정공원에서 3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가뜩이나 한산한 거리를 벗어나니 시골스러운 골목 안쪽으로 용아 생가 안내문이 나왔다. 1층짜리 낮은 주택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변두리 도시 저쪽에는 하늘 높이 닿은 아파트들이 군을 이루고 있었다. 그 아래로 너른 공터가 나타나더니 거짓말처럼 초가집 한 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뻘겋게 달아오르던 해가 기력이 다했는지 땅에도 붉은 기운을 넓게 드리우고 있었다. 아파트에 둘러싸인 이 집은 초가지만 안채, 사랑채, 사당, 행랑 등으로 구성되어 제법 번듯한 규모를 갖추었다.
양지바른 곳이라 햇볕이 아주 잘 들어 잠시만 있어도 절로 쾌활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지금이야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인 초가집이 조금은 생뚱맞아 보이지만 온갖 화초로 가꾼 생가 안은 정갈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집에서 꼭 살고 싶은 생각이 절로 생긴다. 마당 한편에는 공원에서 보았던 그의 유명한 시 <떠나가는 배> 시비가 오도카니 서 있었다.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헤살 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용아 박용철(1904~1938)은 한국문학사에서 한 획을 그은 순수 서정시인이다. 이곳 광산구 소촌동 솔머리에서 태어난 그는 유미주의, 탐미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한국현대문학의 개척자 중 한사람이다. 1930년 김영랑, 정지용과 함께 동인지 <시문학>을 창간했고 <문예월간>, <문학> 등을 펴내는 등 1930년대 순수시 운동의 중심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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