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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정조대왕 납시오!” 지금 수원은 온통 축제 중...

 

 

 

“정조대왕 납시오!” 50년 전통 수원화성문화제를 가다

 

수원역에서 내려 곧장 화성행궁으로 가려다 팔달문에서 내렸다. 매번 차창 밖으로만 봤던 팔달문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였다. 북문인 장안문과 함께 남문인 팔달문은 그 이름에 걸맞게 사통팔달로 드나들 수 있는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비록 도로에 의해 성벽이 잘려나가긴 했지만 옹성으로 된 팔달문의 위용은 볼수록 감탄을 자아낸다. 처음 지어진 모습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팔달문을 지나 화성행궁으로 타박타박 걷기 시작했다.

 

 

화성행궁 앞은 축제로 그야말로 야단법석이었다. 1964년 시작한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수원화성문화제가 9월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리고, 인근 행궁동 일원에서 9월 1일부터 30일까지 '생태교통축제 2013수원'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행궁과 잇닿아 있는 생태교통 시범지역인 행궁동으로 걸음을 옮겼다. 차가 없어진 거리에서 사람들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무동력 이동수단으로 골목길을 오가고 있었다. 이따금 전기차가 보일 뿐 자동차가 사라진 골목에선 사람들의 웃음과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9월 한 달 동안 생태교통 마을로 시범운영을 했는데, 마을주민들은 축제가 끝나고 난 뒤에도 자체적으로 지속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자동차가 드나들 수 없다는 것에 불편과 불만을 가지기도 했지만 지난 한 달 동안의 생태교통 시범운영이 주민들의 인식에 변화를 준 것이다.

 

 

수원천을 따라 봉돈을 향했다. 수원에는 큰 강은 없지만 하천 줄기가 곳곳에 있어 물이 풍부한 도시인데, 화성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수원천이 대표적인 하천이다. 복개도로를 걷어내고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수원천엔 소규모의 유등이 있었다. 최근 서울시와 진주시의 유등축제 분쟁을 의식해서인지 이곳에선 유등축제라는 이름 대신 등불축제로 불리고 있었다.

 

  

남수문을 지나 동남각루, 동삼치, 동이포루를 지나면 봉돈이다. 수원화성문화제는 봉돈에서 봉화를 올리면서 시작된다. 취타대와 장용영 군사들의 입장으로 봉화대 봉수의식은 16시 30분에 시작되었다. 아쉽게도 불이 제대로 붙지 않아 관람객들이 여기저기서 아쉬운 한숨을 토해냈다.

 

 

연무대 앞에서 화성행궁열차를 타고 행사장으로 다시 돌아갔다. 화성은 임금이 머물던 행궁이 있었던 성이라 그 규모는 상당하다. 둘레가 5,7km나 되니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쉽게 둘러볼 수 있지는 않다. 화성행궁열차는 이런 수고로움을 덜며 화성을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인 교통수단인 셈이다.

 

 

행궁 앞 행사장에는 수원음식문화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중국, 일본 등 각 나라의 음식과 우리나라 각 지역의 향토음식을 팔고 있었는데, 시식 코너가 있어 자연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일행들은 수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 수원갈비로 저녁을 먹었다.

 

 

어스름이 지자 사람들은 삼삼오오 행궁광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행궁광장 맞은편의 여민각에서 타종식을 시작으로 수원화성문화제가 개막을 알렸다. 개막연에는 각종 공연과 가수 강산에 등의 공연이 있었는데, 그 열기가 뜨거웠다.

 

 

 

 

화성문화제 기간 내내 정조대왕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타종식, 개막식, 과거시험, 혜경궁 홍씨 진찬연 등에 정조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절정은 정조대왕 능행차일 것이다.

 

 

다음날(28일) 10시, 행궁 앞에서는 무예24기 시연이 있었다.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24가지 실전무예 시연을 했다. 지난 봄과는 달리 여자 무용수들이 함께해서 훨씬 풍성한 공연이 되었다.

 

 

10시 30분, 화성행궁의 정전에 해당하는 봉수당에서는 정조대왕 친림 과거시험이 시행되었다. 1795년 을묘원행 때 진행되었던 조선의 인재등용 방법과 지혜를 실제 시험을 통해 재현하였다.

 

 

 

오후 2시에는 축제의 하이라이트, 정조대왕 능행차가 예정되어 있었다. 아쉽게도 여행자는 다른 일정으로 수원을 떠나야만 했다.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 그리고 1천8백여 명의 군사와 신하들, 100여 필의 말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렬이다. 행렬은 종합운동장을 출발하여 장안문, 화성행궁 앞, 팔달문, 중동사거리, 지동초등학교로 이어진다.

 

연이어 '화성에서 춤추다'의 제목으로 시민, 대학생, 기업, 해외관광 체험단 등 50개 팀 2천여 명이 참여하는 대형 거리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이외에도 1795년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열린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회갑연)이 29일 10시 30분에 재현되었고 짚신 신고 수원화성 걷기, 한시백일장 등 다채로운 행사가 화성행궁 일대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