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났다는 문바위, 볼수록 신기하네!
- 남평 문씨의 탄생설화가 깃든 ‘문바위’
택시 기사는 수더분했다. 나는 택시 안에서도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고 문득 지도를 보고 가장 가까이 있는 ‘문바위’로 가자고 했다. 지도에는 문바위 아래로 푸른 지석강이 흐르고 있었고 강변에 ‘안성현 선생 노래비’라고 적힌 자그마한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기사와 몇 번 의논한 끝에 안성현 선생 노래비를 들러 남평향교까지 가기로 했다.
문바위(전남민속자료 제32호)는 ‘원적골’이라고 불리는 원암마을 안쪽 골목길 끝 장라산 기슭에 있었다. 처음엔 무슨 명문이 새긴 바위라 문바위라 이름 붙여진 줄 알았는데 남평 문씨의 시조 문다성의 탄생설화와 관련된 바위였다.
문다성은 신라 자비왕 때의 사람으로 전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남평 고을 원님이 이 바위 아래 장자연이라는 연못을 지나는데, 바위 위로 오색구름이 감돌면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를 이상히 여겨 사다리로 바위 위에 올랐더니 돌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상자를 열어 보았더니 그 안에는 갓난아기가 들어 있어 거두어 길렀다. 세월이 흘러 아이가 다섯 살이 되자 글의 이치를 절로 깨달아서 글에 능하다 하여 성을 ‘문’으로 짓고, 사물의 이치를 잘 깨닫는다 하여 ‘다성’이라 이름 지었다. 아기가 있던 바위를 ‘문암’이라 이름 붙이고 이 아기를 문씨의 시조로 삼았다. 비록 전설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진실성이 뒷받침된 대표적인 씨족설화라 할 수 있는 이 이야기는 1731년(영조 21)에 쓰인 남평 문씨 창간보인 『신해보』와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호남읍지』에는 기록되어 있다.
문바위는 산의 경사면에 있어 앞에서 보면 높이가 6m, 폭이 5m나 될 정도로 거대하지만, 둔덕과 연결된 뒤에서는 1m 정도로 보인다. 문씨들은 이 바위에서 문씨의 시조인 문다성이 태어났다고 해서 1851년에 문악연이 높이 1m 가량의 비석에 ‘문암’이라 새겨 바위 위에 세웠고, 1928년 문락홍이 중심이 되어 문암을 둘러싼 암각을 지었다고 한다. 지금의 전각은 1975년 문선명이 옛 암각을 헐고 다시 지어 바위를 둘러싸고 ‘문암각’이라는 현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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