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대감집이로군! 강골마을 이용욱 가옥
기와집이 즐비한 보성 강골마을의 중앙에 있는 이용욱 가옥은 한눈에 보아도 그 규모가 상당하다. 고택을 둘러싼 기름한 담장 앞으로 근래에 복원된 듯한 연못과 오래된 버드나무가 있어 이 집의 연륜을 말해준다.
5칸의 솟을대문에는 ‘방문객 사절’이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이 집은 현재 후손이 살고 있어 방문을 하려면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한다. 솟을 대문 사이로 잠시 집안을 훔쳐보다 ‘방문객 사절’ 이라는 문구에 발길을 돌렸다가 다시 이곳에 오기는 쉽지 않겠다 싶어 용기를 내어 주인을 불렀다.
▲ 행랑채
중요민속자료 제159호인 이용욱 가옥은 1800년대에 지은 집이다. 1835년(헌종 1)에 이진만이 지었다고 알려진 이 집은 원래 초가로 지었으나 낡고 허물어져 이진만의 손자인 이방희가 기와집으로 다시 지었고, 솟을대문도 원래 3칸이던 것을 이방희의 손자인 이진래가 5칸으로 고쳐지었다고 한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반듯한 대지 위에 살포시 앉은 사랑채와 옆에 있는 중문채, 지붕만 살짝 보이는 안채가 남향을 하고 있다. 그 뒤로는 울창한 숲이 집을 둘러싸고 있다.
▲ 사랑채
드넓은 사랑마당이 인상적인 사랑채는 동쪽에 대청이 있고, 방이 두 칸, 부엌이 한 칸으로 모두 4칸 반의 건물이다. 앞뒤로 퇴를 내어 옆면은 두 칸통이 된다. 온돌방 앞과 대청마루 앞에 각기 놓인 섬돌을 딛고 사랑채로 오르게 되어 있다. 사랑채에는 어떤 엄격함과 규율이 느껴진다.
▲ 중문채는 안채보다 낮게 지었다.
▲ 중문채 사랑방보다 약간 앞으로 나오면서 옆으로 잇닿아 있는 중문채는 4칸으로 안채로 통하는 통로가 된다. 중문채와는 별도로 사랑채 옆으로 안채와 이어지는 공간을 살짝 트여 놓았다. 남의 눈을 피해 자연스럽게 안채를 드나들도록 한 것이다.
▲ 사랑채 옆으로는 안채로 드나들 수 있도록 트여 있다.
▲ 곳간채
곳간채는 4칸인데 한 방으로 트인 내부와 단순한 벽면 구성이 눈길을 끈다. 이 곳간채는 바로 옆에 있는 이식래 가옥과 이어져 있어 담장과 곳간의 구실을 동시에 하고 있는 셈이다.
▲ 안채의 부엌
▲ 안채에는 특이하게도 장독대가 왼쪽 끝에, 부엌이 오른쪽 끝에 있다.
안채도 사랑마당처럼 꽤 넓은 안마당을 가지고 있다. 一자 형인 안채는 모두 7칸이다. 6칸에 왼쪽 끝과 오른쪽 끝에 반 칸통이 붙어 있는 형식이다. 장독대가 서쪽에 있는데 부엌이 반대편에 있는 점이 특이하다. 장독대와는 거리가 멀지만 사랑채와 별채와는 가까이 있어 편리한 점이 있다.
▲ 一자 형의 7칸 안채
부엌 옆에 안방이 있고 그 옆으로 대청이 있는데 앞으로 긴 툇마루를 내었다. 종부의 이야기로는 대청 왼편(서쪽) 건넌방은 시어머니가, 오른쪽(동쪽) 안방은 며느리가 거주했다고 한다. 이 두 방을 자세히 보면 머름대의 높이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건넌방은 옆으로 반 칸의 툇마루가 있고 두 짝의 분합문을 별도로 달았다.
곳간채와 안채 사이의 모서리를 지나면 장독대가 있다. 이 장독대를 돌아서면 후원으로 가는 길이다. 건넌방에는 옆으로 별도의 출입문을 달아 툇마루를 내어 하나의 딴 공간으로 꾸몄다.
▲ 안채의 하이라이트는 이 작은 누마루 공간이다. 오봉산과 바같 동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이자 휴식공간이다.
특히 앞쪽으로 작은 누마루 형식의 높은마루를 올려 이곳에 앉으면 멀리 오봉산도 보일 뿐더러 솟을대문 쪽이 훤히 보이며 누가 드나드는지 알 수 있다. 특이하게도 솟을대문 쪽에서는 중문채에 가려 안채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이쪽 누마루만 보인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보면 손님이 사랑채까지 오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지만 솟을대문 쪽에서는 안채를 볼 수 없으니 여인들의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구조적인 배치임을 알 수 있다.
▲ 바깥에서 보면 중문채의 문만 닫으면 안채가 잘 보이지 않는다.
▲ 안채 누마루에서 보면 사랑채에 오는 손님의 상황을 알 수 있다.
▲ 안채 누마루에서 본 오봉산, 산 정상의 바위가 마치 책을 읽는 모습이다.
앞서 이금재 가옥(클릭)에서도 보았듯이 강골마을의 옛집들에서는 중간채의 건물을 지을 때 지반을 낮추어 짓는 특징이 있다. 이는 건물을 지을 때 중간채의 높이를 고려함으로써 원근감을 표현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중문채에 가린 마당에서 보는 오봉산과 마루에서 보는 오봉산의 풍경이 사뭇 다르게 보인다. 또한 중문채를 낮춤으로써 본채에서는 사랑채와 솟을 대문을 볼 수 있지만 솟을 대문에서는 안채를 볼 수 없는 구조가 된다.
▲ 사당과 서재를 겸하고 있는 아래채
안채 옆에는 아래채가 있다. ‘연암(連庵)’, ‘원암(元庵)’이라는 현판이 보이고 ‘효제충신(孝悌忠信)’ 등 다양한 주련이 걸려있는 이 건물은 사당 겸 서재로 이용되고 있다. 대청마루는 사분합문으로 구분하고 온돌방이 있다. 자연과 함께 학문에 정진하고자 하는 주인의 마음이 현판에 오롯이 담겨 있다.
▲ 사랑채 뒷면
사랑채 뒷면에는 작은 광이 별도로 있고 우물이 있다. 집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의 안쪽에는 감나무가 심어져 있다.
▲ 안채 누마루에서 본 오봉산
이 집의 안채와 사랑채 마루에 앉으면 오봉산 정상이 보인다. 근데 바위의 형상이 마치 책을 보며 앉아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 집 사람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집을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유독 마을에 인물이 많이 나는 것도 이 바위와 무관하지는 않은 듯했다.
▲ 소리샘(클릭) 이용욱 가옥에서 본 우물 담장의 구멍
▲ 이용욱 가옥과 이금재 가옥 사이에 있는 소리샘
바다와 가까우면서 앞으로 넓은 평야를 끼고 있는 강골마을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이용욱 가옥은 안채, 사랑채, 곳간채, 행랑채, 중문채, 사당과 연못 등을 모두 갖추고 있어 이 지방의 사대부집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민속자료임에 틀림없다. 과연 대감집답게 그 규모가 상당하다. 마을에서는 이 집을 두고 '감찰댁'이라 부른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 오른쪽 '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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