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감 집 담장에 뚫린 구멍, ‘소리샘’의 용도는?
전남 보성 강골마을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한 마을에 중요민속자료가 4곳이나 지정돼 있다. 중요민속자료 160호인 이식래 가옥과 중요민속자료 162호인 열화정을 비롯해 중요민속자료 157호인 이금재 가옥과 나란히 붙어 있는 중요민속자료 159호인 이용욱 가옥이 그것이다.
높은 담장을 둘러친 이용욱 가옥과 이금재 가옥 사이 골목을 따라가면 아주 정성스럽게 꾸며진 우물이 하나 있다.
▲ 소리샘. 왼쪽 담장에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다. 왼쪽이 이용욱 가옥 오른쪽이 이금재 가옥이다.
입구를 빼고는 삼면이 담장으로 막힌 우물은 옛날 동네 아낙들이 물을 긷거나 채소나 옷가지를 씻으며 남편 흉이나 동네 사정을 소곤소곤 이야기하기에 제격이었을 것이다.
이 샘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담장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잘 보이지 않으나 분명 네모난 구멍이 부러 만든 것이 틀림없겠다.
우물가 담장에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어 마을에서는 이 샘을 ‘소리샘’이라 불렀다. 소리샘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아이 얼굴 크기만 하게 뚫린 돌구멍을 들여다보자 이용욱 가옥 마당과 이식래 가옥의 초가지붕이 보인다. 반대로 이용욱 가옥에 들어가서 돌구멍을 들여다보았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우물은 보이지 않고 반대편 이금재 가옥의 벽만 보였다.
만약 감시를 하거나 엿보는 게 목적이었다면 조금 더 아래로 구멍을 내거나 경사지게 구멍을 내었을 터인데, 우물에 있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대감 집의 마당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보는 것’보다는 ‘듣는 것’에 목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일부러 뚫어 놓은 이 돌구멍 사이로 집주인은 마을 사람들의 얘기를 엿듣고, 마을 사람들은 대감 집을 엿보곤 했던 것이다. 이 좁은 돌로 만든 창이 서로의 소통공간인 셈이었다.
▲ 이용욱 가옥에서 본 우물 담장의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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