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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타임슬립

경전선 내동역 그 쓸쓸함에 대하여...

 

 

 

 

경전선 내동역 그 쓸쓸함에 대하여...

 

더 이상 기차는 오지 않는다. 경전선 진주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하동 방면으로 가기 위해 지나던 이곳 내동역에는 더 이상 기차가 오지 않는다. 기차가 오던 시절에도 이미 폐역이 된 이 낡은 역사에는 기차가 서지 않았었다.

 

 

1967년 2월 23일 영업을 시작해서 1984년 3월 1일 폐지된 내동역은 진주역과 유수역 사이의 작은 역이었다. 유수역도 기차가 서지 않는 무정차역이 된 지 오래... 2012년 10월 23일 진주역이 개양 인근으로 옮기면서 내동역과 유수역은 선로마저 폐지됐다.

 

 

내동면사무소 옆 자동차 LPG충전소로 사용되고 있는 옛 내동역 터는 역 건물이 그나마 형체를 갖추고 있다. 무성한 덤불 속의 당시 심겨진 나무들도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곳에선 내동이라는 지명보다 ‘나동‘이라는 지명이 더 익숙하다. 충전소 옆으로 난 희미한 길을 따라 철로에 섰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부아앙 경적을 울리며 무궁화호가 다녔던 선로에는 겨울바람만 연신 불어댔다.

 

 

철길 주위로는 대전진주간고속도로가 지나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허름한 역사 건물은 이 엄청난 변화 속에 섬 아닌 섬이 되어 버렸다. 머지않아 이곳에 불어 닥칠 변화라도 예감한 듯.... '선진', '질서', '확립'. 역사 전면에 박힌 세 글자가 흐물흐물하다.

 

 

역사로 들어가려하자 충전소 직원이 가로막았다.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것이다. 충전소에서 역사 건물을 임대해 쓰고 있기 때문에 허락 없인 사진을 찍을 수 없단다. 코레일에서 나왔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다. 하는 수 없이 차로 돌아와서 명함을 내밀자 그제야 문을 열어 주었다.

 

 

그 사내가 그런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충전소에서 임대해 사용하면서 각종 물품과 생활용품들을 보관해 두고 있어서였다. 겉보기와는 달리 역사 건물은 의외로 멀쩡한 편이었다. 잘만 손보면 재활용도 가능할 듯했다.

 

 

사내가 옛 역사에서 유일하게 남은 흔적이라며 가리킨 건 경광등처럼 보였다. 녹이 슬고 심하게 부식되었지만 그 형체만은 또렷했다.

 

 

 

역사 주위로는 담이 둘러쳐져 있었다. 원래는 담장이 없었는데 충전소에서 건물을 임대하면서 철길과 분리하기 위해 담을 쌓아 사용했던 것이다.

 

 

‘택시는 나라의 얼굴 사회질서의 척도’ ‘인사하는 기사 깨끗한 택시’ 역사 벽면에는 예전 구호 시대의 유산이 여기저기 어지러이 적혀 있다.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는 운명을 두고 여행자가 할 수 있는 건 카메라에 정성스럽게 담는 일뿐이었다.

 

 

내동역에서 옛 진주역까지는 남강의 수려한 경관을 옆구리에 끼고 가는 아름다운 길이다. 이 철길이 잘만 활용되면 진주를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동역에서 옛 진주역으로 이어지는 철길은 남강의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내동역은 경상남도 진주시 내동면 독산리 63에 있다. 내동역사 부지는 1만 1700㎡에 달한다. 내동역과 옛 진주역, 경상대 인근 폐선 구간에 대한 활용방안들에 대한 지역민들의 의견이 많다. 폐선을 따라 걷고 싶은 길을 만들거나, 레일바이크, 생태공원, 철도 테마파크 등 다양하고 좋은 방안들이 마련되어 시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