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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암만 봐도 신기하네, 이런 문은 처음이야!

 

 

 

 

암만 봐도 신기하네, 이런 문은 처음이야!

순천 송광사 오도암

 

불일암에서 낙엽이 수북이 쌓인 산길을 넘으니 오도암이다. 처음엔 송광사 가는 길을 어림잡아 왔을 뿐인데 바로 지척에 암자가 있다는 건 이번에 알았다. 남도의 단풍은 늦었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암자 주변을 채색하고 있었다.

 

 

편백숲을 안마당 삼은 오도암은 1969년 송광사에 조계총림이 개설될 당시 방장으로 주석했던 구산 수련 스님의 다비장터로, 제자 현호 스님이 송광사 제8차 중창불사 때 건립하였다고 한다.

 

 

흔히 ‘탑전’이라고 불리는 오도암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은 문이 하나 있는데 그 생김새가 아주 특이하다. 문 중앙의 나무에 작은 문을 만들었는데 희한한 구조다. 이 문을 들어서려면 누구나 허리를 굽혀야만 하고 몸이 비대한 사람은 아예 통과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폭이 좁다.

 

 

 9개의 기둥으로 된 문루에는 ‘구산선문’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조계종은 신라 때부터 내려오던 구산선문의 총칭이다. 이 작은 문은 ‘하심문’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암만 봐도 신기하다. 구산선문을 뜻하는 9개의 기둥을 세운 건물도 생경하지만 통나무를 깎아 가운데로 출입문을 낸 생각이 기발하다. 낮추고 또 낮추어야 들어갈 수 있는 문이다. 폭도 좁으니 자기 수양을 게을리 한 이는 언감생심 들어설 수도 없다.

 

 

어느 스님의 안목일까. 어느 목수의 재주일까. 단풍은 붉고 암자는 적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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