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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먹구름도 때론 황홀하다

먹구름도 때론 황홀하다
- 속초에서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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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터 앞의 보신탕집 처마

강원도 여행 3일째 되던 날, 아침부터 마음이 설레였다.
이틀 동안은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전에 내가 왔던 곳을 다시 소개하는 여행이었다.
나로서는 썩 만족스럽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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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가족들이 나머지 이틀을 나에게 양보해 주었다.
해수욕장과 온천에 그네들을 태워 주고 나 혼자 길을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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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해수욕장에 일행들과 아이들을 내려주고 골목길을 100여 미터 갔을까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차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한다.
놀란 마음에 차를 세워 보니.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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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도 풍경

견인을 하고 카센터에 도착하니 마음도 어지럽다.
아침까지만 해도 어디를 갈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꼼짝없이 왠 종일 카센터에만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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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내 머리에 김이 나는 것처럼 산에서 먹구름이 피어 오른다.

내 마음을 아는지 먹구름이 몰려 온다.
전날 내린 비로 인해 설악 쪽은 먹구름이고
바닷가 방향은 흰구름이다.
하늘도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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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터 사장님이 주는 아이스크림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목표를 잃었을 때에 베푸는 작은 온정이 큰 감동으로 나가오는 법이다.
사실 , 아이스크림을 무척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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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해수욕장과 조도

별 수 없어 하늘을 향해 셔터를 눌러 댔다.
구름이라도 잡아야 흩어진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의 차도 찍고, 가로수도 찍고, 보신탕집 처마도 찍어대니
마음이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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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여섯시가 되어서야 차가 수리되었다. 해수욕장에 이르니 일행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걸어 나온다.
나는 반대로 해수욕장으로 걸어 갔다. 비키니 입은 아가씨들이 오해를 할까 염려하여
멀리 바다를 향해 조심스레 카메라를 들이대었다.
'소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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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많이 찾는다는 '조도'가 바다 가운데에 떠 있다.
섬 위를 구름이 뭉게뭉게 덮고 있다.
구름 사이로 빛이 간혹 내리는가 싶더니
어둠이 서서히 밀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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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 중 한 분이 사진을 찍지 못한 내가 안스러운지 구름이라도 찍을 양이면 언제든 세워주마라고 위로하였다.
고마운 마음 씀씀이지만 갈 길이 멀었다.
'덕구온천'
내일 가족들은 온천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는 홀로 길을 떠날 예정이다.
아마 전국 온천에 관해 책을 내어도 될 정도로
그녀들은 뜨거운 물에 몸을 학대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대표주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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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에서 잠시 정차를 할 동안 하늘을 보았다.
장기여행에는 대개 삼각대를 가져 가지 않아서
ISO로 흔들림을 조절할 수 밖에 없다.
구름이 손에 잡힐 듯 나즈막이 저무는 하늘에서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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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차안에서

 밤새 달려야 했다. 다음날 동틀 무렵 겨우 숙소를 잡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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