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화의 땅, 제주도

도시의 죽집과는 비교거부... 진짜 제주 전복죽집

 

 

변함없는 맛에 감동! 3주 만에 다시 찾은 제주 전복집

 

신문이든, 방송이든, 심지어 블로그까지 온통 '맛집'으로 떠들썩한 요즈음, 대한민국은 '맛집공화국'이다. 그러면서 드는 의문, 과연 진정한 맛집은 얼마나 될까. 사실 여행을 하면서 식당을 소개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냥 먹을 만한 집’으로 소개했을 뿐 ‘맛집’으로 소개한 곳은 별로 없다.

 

대개 맛집으로 소개하는 곳은 적어도 두세 번을 다시 가서 확인을 한 후 소개했었다. 맛집의 조건 중에 변함없는 한결같은 맛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곳은 제주도 온평리 바닷가에 있는 ‘소라네집’이다. 3주 전에 처음으로(제주토박이가 소개한 바닷가 외진 전복집에 감동) 알게 되었고, 이번에 다시 가서 주인할머니의 그 변함없는 인심과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소라네집 앞바다에서 물질을 하고 돌아오는 해녀들

 

“할머니, 저 알겠어요?”

“아이고, 죄송한디 기억 못하겠는데.”

“3주 전에 왔었는데요. 그때 꼭 기억하신다더니....”

“내가 어떻게 기억하겠수꽈. 미안해요. 나이가 드니... 아무튼 반갑소. 어서 오시오.”

 

이따금 찾아오는 외지손님들이 많아서 그런지 할머니는 제주도 특유의 억양으로 표준말을 쓰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주인 현순애 할머니

 

온평리 바닷가에 있는 허름한 소라네집. 이 집을 처음 찾았을 때는 지난 7월 7일이었다. 제주도에서 나서 자란 토박이 오 선생님의 소개로 이곳에 처음으로 들르게 되었다. 나중에 오 선생님도 제주도 택시기사가 추천하였다고 했지만 말이다. 그때 전복죽이 하도 맛있어 주인 할머니에게 7월 말쯤 다시 오겠으니 그때도 잘해 줄 것을 부탁하며 꼭 이 이 얼굴을 기억해주십사, 했는데 주인 할머니는 세월을 탓하며 미안해했다.

 

밑반찬은 이게 전부, 김치도 깍두기도 짜지 않고 아삭한 맛이 좋다

 

가족들을 데리고 3주 만에 다시 들른 이곳. 역시 제일 먼저 간단한 밑반찬이 나왔다. 전복죽을 주문했으니 밑반찬이라고 해봐야 김치, 깍두기 정도가 전부다. 거기에다 이 집만의 별미가 있다면 할머니가 직접 채취를 했다는 톳. 바다를 바라보며 톳을 질겅질겅 음미하며 씹는 맛은 아주 향기롭다. 마치 바다를 씹는 것 같다. 서서히 올라오는 고소한 맛이 입맛을 자극한다.

 

"톳은 내가 직접 딴 거요. 아시고 드시오." 언제 왔는지 할머니가 옆에서 연신 땀을 훔친다.

 

주인 할머니가 직접 채취해서 밥상에 올린 톳

 

 

이날도 무척 무더웠다. 화려한 도시의 식당처럼 에어컨이 있을 리는 만무. 푹푹 찌는 더위에 식사를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잠시 바깥에 놓인 평상에 앉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멀리 섭지코지와 성산일출봉도 보이니 이만한 풍광을 가진 식당을 찾기도 드문 일. 더위쯤이야 이 빼어난 풍광에 잠시 잊을 일이다.

 

식당 평상에 앉으면 온평리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섭지코지와 성산일출봉이 멀리 보인다.

 

전복죽을 사람 수대로 주문하고 회를 별도로 주문했다. 문어와 약간의 회를 먹고 싶다고 하자 할머니는 지금 싱싱한 것을 모아서 3만 원에 드릴 테니 잡숴보라, 고 했다. 기억 못해서 미안하지만 양은 푸짐하게 주겠다는 말을 덧붙이며 말이다. 이윽고 문어, 소라, 멍게, 해삼이 접시 가득 나왔다.

 

모두 3만 원에 해삼, 멍게, 문어, 소라가 각기 접시에 담겨 가득 나왔다.

 

 

"소라는 원래 서너 개밖에 줄 수 없는데, 사람이 일곱이라 사람 수에 맞췄소. 누구는 먹고, 누구는 못 먹을 수도 있으니...." 같이 간 일행이 푸짐한 할머니의 인심에 고마워했다.

 

 

소라를 먹고 난 아이들은 소라 껍데기에 귀를 갖다 대어본다. 혹시 파도소리가 들릴까 해서....

 

 

잠시 후 더운 열기를 헤치고 전복죽이 나왔다. 한눈에 봐도 먹음직스러웠다.

 

 

제일 궁금한 건 전복이 얼마나 들었을까, 하는 거였다. 저번에 처음 왔을 때 죽에 들어간 도톰하면서 큼직한 전복의 크기와 뭉텅뭉텅 들어간 전복의 양에 놀랐었다. 조심스럽게 죽을 휘저어 전복을 찾는데 아니다 다를까 큼직한 전복덩어리가 걸려들었다. 전복덩어리는 예닐곱 개... 도시의 죽집에서 보는 조각난 전복과는 족보부터 달랐다. 입안에 넣으니 입안 가득 씹히는 맛이 일품.

 

정중동. 겉으로는 일반 전복죽과 그 차이가 없으나 한 번만 휘저으면 큼직한 전복덩어리가 예닐곱 개가 나온다.

 

 

할머니가 죽을 두 그릇 더 내어왔다. "모자라면 더 드시오, 같은 죽솥에 여유 있게 끓인 거라 남은 거요." "할머니, 지난번에 먹었던 것하고 전복죽이 똑같네요. 하나도 변한 게 없네요." "변하면 되겠소. 인심도, 맛도, 양도 변하면 손님들이 안 오지요. 우리는 항시 똑같이 하요. 그래야 손님이 다시 찾을 거 아니겠소." 제주도 사투리로 말하는 할머니의 말을 내 식으로 정리하니 대충 이러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죽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니 땀이 비 오듯 했다. 일행들도 대만족. 이 집을 소개한 나에게 모두 감사해했다. 다행이다. ‘맛집공화국’ 대한민국. 그런데도 여행자는 이곳 ‘소라네집’을 맛집으로 추천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결같음’을 중요시하며 손님을 대하는 주인 현순애 할머니의 인심이 무엇보다 와 닿은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이다.

 

소라네집에는 에어컨이 없으나 전복죽 한 그릇 먹고 난 후 바로 앞 바닷가에 서면 금세 땀이 식는다.

 

☞ 소라네집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661-1에 있다.(☎ 064-782-2771)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