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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땅, 제주도

'아빠! 백점이야' 기차와 에코로드, 동화 속 그림 같아

 

 

 

휴가 때 아내와 아이가 가장 가고 싶어 했던 곳. 에코랜드

 

다시 제주의 에코랜드에 갔습니다. 7월 초에 다녀왔는데, 이번 제주 휴가여행에서 아내와 아이가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꼽았기 때문입니다.(여름 휴가 제주 가면 꼭 가봐야 할 가족여행지-제주 신비의 숲 곶자왈을 기차 타고 달리다) 제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 완전 반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 휴가에 에코랜드에 다시 들렀습니다.

 

 

역시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입구부터 사람들로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10분 간격으로 탈 수 있었던 기차도 아예  호수를 배정하여 순서를 기다려야 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출발역에서만 그랬고 사람이 분산되는 다른 역에서는 예전처럼 10분 간격으로 오는 기차를 자유롭게 탈 수 있었습니다.

 

 

소란스럽던 출발역 풍경과는 달리 두 번째 역인 에코브리지역은 한가했습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호수로 접어들었습니다.

 

 

드넓은 호수 위에 놓인 나무다리를 보더니 아이들이 탄성을 지릅니다. 푹푹 찌던 더위도 이곳에선 한풀 꺾이는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카라가 광고를 촬영한 곳에서 멈추더니 사진과 한참을 비교해보기도 하고 나름 상상도 해봅니다.

 

 

호수 위에 떠있는 수상카페는 인기 절정입니다. 무더운 날씨에 이만한 피서도 없을 듯합니다. 시원한 코코넛 주스를 들이키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를 쫓아냅니다.

 

 

 

풍차와 바람개비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동화 속 세상 같습니다. 아이들이 냅다 뛰어가더니 바람개비를 돌려봅니다.

 

 

그러나 무더운 날씨에 그것도 잠시... 기차가 들어오자마자 다음 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늘이 없는 레이크사이드역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키즈타운과 숲속의 에코로드가 있는 피크닉가든역이 좋을 듯해서였습니다.

 

 

 

키즈타운은 말 그대로 아이들만의 세상입니다. 마치 소인국에 온 듯, 아기자기한 집들에 아이들은 이미 신이 나 있습니다. 동화 속 세상이 그림처럼 펼쳐진 곳이어서 어른들도 덩달아 들떠 있습니다.

 

 

 

 

 

 

 

 

문제는 더위입니다. 땡볕을 피할 나무가 거의 없어 그대로 무더위에 노출됩니다. 다만, 원시숲 곶자왈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풍경은 그림 같은데 더위를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중간 중간에 나무를 심는 등 조경이 좀 더 필요할 듯합니다. 아이들은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지만 어른들은 다들 혀를 내두릅니다. 다들 봄이나 가을에 오면 좋을 듯하다고 한마디씩 합니다.

 

 

잠시 신이 났던 아이들도 더위에 지쳤는지, 숲으로 가자는 말에 냉큼 따라나섰습니다. 원래 이곳 에코랜드는 제주도 특유의 원시림인 교래 곶자왈에 있습니다. 피크닉가든역에서는 2km 정도의 '에코로드'라는 산책로가 있습니다. 사정에 따라 단거리 400m와 장거리 2km 중 골라서 산책하면 됩니다.

 

 

에코로드는 전 구간에 걸쳐 제주도 보존자원 1호로 분류된 화산송이가 깔려 있습니다. 에코로드 중간에는 체험 장소가 있습니다. 토피어리 만들기도 체험을 할 수 있는데 마침 점심시간이라 아이들이 아쉬워했습니다.

 

 

곶자왈의 원시림에 들어오니 맑은 산소가 마구 뿜어져 나왔습니다.

 

 

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거친 바위에 뿌리내린 나무들과 꿋꿋하게 꽃을 피운 야생화에서 이곳 곶자왈의 강인한 생명력을 느껴봅니다.

 

 

숲길 중간 중간에는 긴 의자가 놓여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습니다.  디자인과 놓인 위치가 다소 생뚱맞기는 하지만요.

 

 

산책로 중간쯤 못 미쳐 '송이맨발체험장'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송이버섯과 무슨 관련이 있나 오해를 하곤 하지만 이곳에서의 '송이'는 화산이 폭발할 때 생긴 화산재 알갱이를 말합니다. 항균에 좋아 무좀이나 아토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질 정화에도 좋아 제주의 물이 깨끗한 이유도 빗물이 지층을 통과하면서 정수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쁜 집이 나와서 '여긴가 보다'하고 아무런 의심 없이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여기저기서 '아' 하며 짧은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송이 알갱이가 발바닥을 사정없이 찔렀던 것입니다. 더 황당한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모두 아픔을 참고 한 발 한 발 어렵게 내디디고 있는데, 멀리 '송이맨발체험'이라는 푯말이 보였습니다 "여기가 아니네, 체험장은 저기부터야."

 

 

 

어쨌거나 맨발로 화산재를 걷는 것은 좋은 체험이었습니다. 펌프도 있었습니다. 물을 두어 바가지 퍼붓고 난 뒤 펌프질을 해야 물이 콸콸 나옵니다. 오랜만에 보는 풍경에 어른들도 꽤나 즐거워합니다.

 

 

아이들도 펌프 주위에 모여 그 광경을 신기해하다 직접 펌프질을 해봅니다. 단순한 펌프질에도 아이들은 무슨 재밌는 놀이를 하는 양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다시 숲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따금 숲을 헤치고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마침 숲 가운데에, 화산 암반수에서 나오는 샘이 있어 목을 축입니다. 맑고 시원한 맛이 깊은 곳에서 올라옵니다.

 

 

아, 건데 이런 길도 있습니다. 요즘같은 불볕더위에 이 길을 걷는 것은 사실 고역입니다. 다행히 100여 m에 불과해서 금방 숲으로 들어갔지만요. 길 양옆으로는 모두가 억새입니다. 가을에 오면 아주 멋진 풍경이겠습니다.

 

 

이곳 에코로드에서는 이끼와 고사리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십자고사리, 골고사리, 일색고사리 등 그 형태와 종류도 다양합니다. 특히나 울창한 숲 가운데로 데크길이 있어 곶자왈을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습니다.

 

 

느릿느릿 1시간여의 산책 끝에 다시 역으로 나왔습니다. 이곳에서 기차를 타고 종착역으로 갔습니다. 갑자기 숲에서 노루 한 마리가 훌쩍 뛰어나왔습니다.  

 

"아빠, 백점이야."

제주에서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에게 어디가 제일 좋았냐, 고  물었더니 '워터피아'와 '에코랜드'였습니다. 워터피아는 사실 시설면에서 아주 열악했음에도 아이들이 워낙 물놀이를 좋아하기 때문이지만, 에코랜드는 정말 마음에 든 모양입니다. 기차와 동화 속 그림 같은 풍경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훔친 모양입니다.

 

 

 

에코랜드064-802-8000)는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 1221-1번지에 있다. 이용시간은 여름에는 오전 8시 30분 ~오후 7시이다. 입장료는 어른 11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8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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