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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머물다

푸른 학이 날아와 앉은 명당, 청곡사





푸른 학이 날아와 앉은 곳, 명당이라네.
-진주 월아산 청곡사

진주라 천리 길. 예부터 진주는 한양에서 천리 길이었다. 그 길의 끝자락에 신라시대에 축조하였다는 금호지가 있다. 물 맑은 금호지에서 보면 월아산이 여인의 가슴처럼 봉긋 솟아 있다. 그 사이로 보름달이 휘영청 떠오르면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게 된다.


진주사람들은 이를 일러 ‘
아산토월牙山吐月월’ 이라 하였고 진주의 명소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산봉우리 사이로 달이 뜨는 것인지, 산이 달을 토해내는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월아산은 해발 482m의 아담한 산이지만 숲이 울창해서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진주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 푸근한 산기슭에 청곡사가 있다. 절 주위에는 야생 차나무가 있고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유난히 뜨거운 봄볕에 숲으로 쫓기다시피 몸을 숨겼다. 최근에 내린 비 때문인지 청곡사 앞 저수지에는 물이 그득하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도 제법 세차다. 호숫가 벤치에 잠시 앉아 물빛을 보았다.


일요일이라 역시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등산객들이 대부분이여서 청곡사는 한적했다. 번듯하게 새로 세워진 일주문이 낯설었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석탑과 부도들도 담장 너머로 정비되어 있다. 학이 찾아온 다리인 방학교를 지나면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


청곡사는 신라 헌강왕 5년인 879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선국사가 어느 날 남강 변을 거닐고 있었는데, 문득 푸른 학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곧장 월아산 기슭으로 날아갔다. 청학이 날아간 곳을 살펴보니 상서로운 기운이 충만한 산과 계곡이 있는 명당임을 알고 절을 세웠다고 한다.


청곡사는 두 줄기의 물길이 한 곳에서 만나 못을 이룬 곳에 있다. 그 위에 학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학이 찾아왔다는 방학교, 학이 목욕을 했다는 학영지, 학을 불러들인다는 환학루가 있어 옛 이야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청곡사는 다소 비좁다는 느낌을 준다. 다리를 건너면 얼기설기 쌓은 돌축대를 갈 之로 지그재그 올라야 경내로 들어선다. 초파일이 지났는데도 연등은 아직 달려 있다. 빼곡한 연등들에 가려 대웅전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는 점이 아쉬웠지만 연등들이 만들어내는 화려함이 대신한다.


대웅전(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51호)은 정면 3칸 측면 2칸짜리로 간결하다. 다포계 양식의 건물임에도 전혀 화려하지 않다. 네 귀퉁이에 처마받침기둥인 활주가 있고 주춧돌은 자연 그대로의 돌을 이용했다.


업경전(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39호)으로 향했다. 도선국사가 절을 창건할 때 건립한 부속건물로 조선 말기에 포우대사가 중수하였다. 업경전은 명부전 혹은 지장전 등으로 불리며, 지장보살을 본존으로 하여 염라대왕 등 10대왕을 봉안한 전각이다.


이 업경전 안에는 금강역사상이 있다. 보통 사찰 문의 양쪽에 서 있는데, 왼쪽은 밀적금강, 오른쪽은 나라연금강이다. 이곳 청곡사 업경전 안의 좌·우에 서 있는 금강역사상은 나무로 만든 것으로, 명부시왕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문지기상이다.


업경전 내부에는 작년 12월에 보물로 지정된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보물 제1232호)’이 있다. 이 불상들은 1657년에 조성된 것으로 17세기에 활동한 여러 조각승의 불상과는 다른 독특한 조각 형식을 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조형미가 뛰어나고 조각 수법 또한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강역사상은 사실적이고 우수한 조각수법을 인정받아 시도유형문화재 제348호로 지정된 상태이다.


청곡사 불교박물관에는 각종 문화재와 국보 제302호인 괘불이 전시되어 있다. 석가모니가 설법하는 장면인 영산회상도를 그린 괘불이다. 길이 10.4m, 폭 6.4m인 괘불은 1722년(경종 2)에 승려화가인 의겸 스님이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의겸 스님은 고성 운흥사, 순천 송광사, 여수 흥국사, 남원 실상사 등 경남, 전남, 전북 지방을 돌면서 불화 제작에 참여하여 ‘의겸류파’를 형성할 정도로 솜씨가 뛰어났던 분이다. 괘불은 절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행하기 위해 법당 앞뜰에 걸어놓고 예배를 드리는 대형 불교그림을 말한다.


절을 한 바퀴 휘 둘러보고 마루에 걸터앉았다. 스님의 불경소리가 적막하다. 저 밖 세상일이 까마득하다. 한 불자가 앞마당에서 법당을 향해 깊이 합장한다. 풍경이 바람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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