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40자의 옛 기록만으로 찾게 된 두방사

단 40자의 옛 기록만으로 찾게 된 두방사

<지리산 유람록>을 읽다 조선 초의 문인 청파 이륙의 글귀에서 눈이 멈췄다. 지금은 잊혀진 법륜사지에 대한 기록 때문이었다. 법륜사지의 다층석탑이 진주시 월아산 두방사에 있다는 것이었다. 예전에도 두방사는 더러 가보았지만 다층석탑이 원래 있었던 법륜사지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탑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 다시 두방사를 찾았다.
 

두방사 가는 길은 청량하다. 진주 8경의 하나인 월아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두방사는 제법 가파른 길을 올라서야 이를 수 있다. 도선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원래는 청곡사의 암자였으나 1962년 해인사 말사로 등록되면서 두방사로 승격되었다.

절 아래에 이르니 따뜻한 햇살이 비춘다. 범종루가 하늘을 향해 날갯짓을 하고 있다. 층계에는 소금이 이리저리 뿌려져 있다. 삼가는 마음으로 계단을 오른다. 중앙에는 무량수전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주불이 아미타불인 법당이다.

두방사는 등산객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청곡사까지의 산길은 가벼운 산책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고 산의 곳곳에 숲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여력이 된다면 월아산 정상까지 오르는 것도 좋다.

여행자의 눈길을 끈 건 무량수전 앞뜰의 다층석탑(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00호 )이었다. 푸른빛을 띠는 점판암을 이용해 만들어 일명 ‘청석탑’이라고 한다. 이 탑은 원래 인근의 법륜사에 있던 것을 임진왜란 때 절이 소실되어 탑만 남아 있던 것을 1940년대에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탑은 전체 13층으로 높이가 3m 정도이다. 쉽게 부서지는 돌의 특성으로 인해 상자 모양의 몸돌과 얇고 작은 지붕돌을 번갈아 쌓아 올렸다. 받침돌은 법륜사지에서 이곳으로 옮기면서 시멘트로 만들었던 것을 근래에 화강암으로 보강하였다. 왠지 모르게 불안정한 느낌이다.

여행자는 이러한 형태의 석탑을 해인사 원당암과 김제 금산사에서 본 적이 있다. 청석탑은 통일신라 말기부터 조성하기 시작하여 고려시대에 유행하였다. 이 다층석탑은 고려 전기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산사 다층석탑(보물 제27호)와 해인사 원당암 다층석탑(보물 제518호)

이 석탑이 있었던 법륜사지는 어디였을까? <지리산 유람록>을 읽다가 법륜사지에 대한 기록을 엿볼 수 있었다. 청파 이륙이 쓴 <유지리산록>에 법륜사지에 대한 이야기가 간략하게 남아 있다.

청파 이륙은 세조 9년인 1463년, 8일에 걸쳐 지리산 일대를 유람했다. 조선시대에 지리산을 유람하고 쓴 유람록 중에서 청파 이륙의 글이 가장 앞선다고 한다. 그는 <유지리산록>에서 법륜사지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진주시 지수면 청원리의 방어산 서쪽에 청원사가 있었다. ‘청원사에서 남쪽으로 20여 리를 굽이굽이 뻗어 내린 곳에 법륜사가 있는데, 서쪽으로 진주와의 거리가 10여 리이다. 이곳에는 좋은 기운이 있어서 진주 출신으로 여기에서 독서해 이름을 드러낸 사람이 연이어 나왔다고 한다. 自淸源迤南二十餘里 有法輪寺 西距晉十餘里 寺僧云 是地甚有良 因晉人讀書于玆 相繼多發跡云’라고 적고 있다.

청파 이륙의 기록으로 보면 법륜사지는 지금의 진주시 문산읍이다. 문산읍 상문리에 가면 빈대골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이 법륜사가 있는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법륜사는 신라 법흥왕 때 창건되어 임진왜란 때 폐사되었다고 한다. 빈대가 극심해서 폐사되었다는 이야기와 임진왜란 당시 절의 승려가 모두 승병으로 출정하여 절이 소실되었다는 설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금도 절터 부근의 돌 밑에는 빈대껍질이 붙어있다고 한다.

삼성각 뒤의 돌탑들

옛 이야기야 어찌되었던 두방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다층석탑이다. 법륜사에 있던 석탑이 이곳에서 빛을 보게 되니 원래 정함이 없는, 덧없는 세월의 부침인지도 모르겠다. 산길로 향했다.

돌탑에서 내려다본 풍경

두방사 전경

두방사에서 청곡사 가는 산길. 청량한 오솔길로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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