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초딩될 딸과의 단둘이 추억 산책




초딩될 딸과의 단둘이 추억 산책

일요일에 집에서 가까운 월아산을 갔습니다. 새해 들어 너무 바빠서 여행을 한 번도 간 적이 없어 가족과 함께 산책이나 할 요량이었습니다. 아내는 추워서 집에 있겠다고 하더군요. 이제 초등학생이 될 딸애를 꼬드겨 산으로 갔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귤 4개와 과자 2조각, 생수 1통을 챙겨 출발했습니다. 유치원 졸업식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에게도 아빠와의 좋은 추억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아빠, 나 다섯 가지 소원 빌었다.” 월아산 자락에 있는 두방사 입구의 돌탑에 아이가 돌을 올리며 말을 건넸습니다. “무슨 소원들을 빌었지?” “응, 하나는 우리 가족 모두 120살까지 살게 해 주세요. 하나는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 주세요. 하나는 선생님께 야단맞지 않게 해 주세요. 하나는 1등 하게 해 주세요. 하나는 꼴찌 안 하게 해주세요. ㅋㅋ.”


두방사에 있는 법륜사지 다층석탑을 보고 난 후 법당에 들렀습니다. 딸이 부처님께 절을 하겠다고 그럽니다. 저는 특정 종교를 믿지 않지만 딸은 아내를 따라 종종 법당에서 절을 올리곤 했었지요. 날씨도 춥고 해서 그냥 밖에서 절을 하라고 했습니다. 절을 하면서도 장난기가 가득합니다.


산책길은 아이도 무난히 걸을 수 있는 두방사에서 청곡사까지 왕복 3km 정도로 정했습니다. 이 길은 아주 숲이 좋고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라도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길입니다. 산책코스로는 제격입니다.


아이도 즐거워했습니다. 앞서가던 아이가 걸음을 멈추더니 풀썩 주저앉더군요.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을 했더니 나무에 적힌 나무 이름을 보느라 앉았다고 했습니다. 자연은 아이에게도 좋은 스승입니다.


아이가 뛰어갑니다.


“아빠, 점프놀이 하자.” 지아는 하늘을 향해 뛰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카메라에 담긴 자신의 뛰는 모습을 보고 까르르 웃곤 하지요.


“그래, 자아, 하나 둘 점프!” 아이는 힘껏 하늘을 향해 뜁니다. 생각보다 점프실력은 별로입니다. 그래도 “아주 좋아, 잘했어.”라고 엄지손가락을 내밀었습니다.


아이가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나무 지팡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산에만 오면 등산용 지팡이를 사달라고 하더니 아쉬운 대로 늘 나무 지팡이로 대신했습니다. 쓸 만 한 나뭇가지를 하나 구해 주었습니다. 지아는 만족했는지 지팡이를 손으로 꽉 쥐어봅니다.


“아빠, 이거 꽃 같지?” 손에 쥔 솔방울을 보여주었습니다. 솔방울 하나를 더 줍더니 호주머니에 넣습니다.


걷다 보니 어느새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1km정도 걸은 셈입니다. 운동기구를 좋아하는 아이가 윗몸일으키기를 시작합니다. 오만상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킵니다.


사실 2년 전만 해도 윗몸일으키기를 하나도 하지 못했습니다. 유치원 체력 검사에서 윗몸일으키기 0개가 나왔었지요. 그때부터 틈틈이 연습을 했습니다.


오늘은 20개를 하고 잠시 쉬더니 10개를 더 했습니다. 자신도 뿌듯한 모양입니다.


이곳에서 길을 돌려 다시 두방사로 향했습니다. 나무에 봄빛이 비칩니다.


아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같이 불렀습니다.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며 앞서갑니다.


동요를 부르던 아이가 갑자기 ‘무조건’을 부릅니다. 노래방에서 간혹 제가 부르는 노래이지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 모양을 보고 웃습니다.


중간에서 한 번 쉬었습니다. 숲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했더니 자리에 앉습니다.


일요일에 딸과 함께한 산책은 저에게도 행복이었습니다. 유치원 졸업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에게도 다른 어떤 선물보다 아빠와 숲이 준 선물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겠지요.


김천령의 여행이야기에 공감하시면 구독+해 주세요
▒ 김천령의 지역별 여행지 보기  (http://blog.daum.net/jong5629) ▒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김천령의 풍경이 있는 한국기행]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