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에 오줌 누는 개, 잔소리 했더니....
여행자는 개를 무척 좋아합니다. 술 좋아하고 개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이 없다고 하더군요. 어찌 보면 개와 저는 형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 한 번 강아지 데리고 술 한 잔 해봐야겠습니다. ㅎㅎ. 친한 벗들과 만나면 모두가 개판이지요.
초등시절로 기억됩니다. 벌써 20년을 훌쩍 넘겼네요. 징그럽네요.
1년 동안 용돈 25,000원 정도를 꼬박 모아서 강아지 한 마리를 샀었지요. 매일 같이 자다가 어머니한테 잔소리 듣기 일쑤였지요. 그 개는 별명이 '늘보'였습니다. 어찌나 둔한지 자는 것을 건드려도 꿈쩍을 하지 않을 정도로 미련스러운 놈이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개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며칠을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잊고 지냈었는데, 초겨울 불을 지피기 위해 아궁이에서 재를 꺼내던 어머니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애타게 찾던 늘보였습니다. 시골이라 당시 쥐들이 곡식에 피해를 주는 것이 심각해 마을사람들이 쥐약을 곳곳에 두었는데 아마 그것을 먹고 아궁이에 들어간 모양입니다. 개는 쥐약을 먹으면 어두운 곳으로 숨는 습성이 있지요. 그렇게 많이 운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집 앞 냇가에 늘보를 묻어주고 나뭇가지를 꺾어 십자가를 세워 명복을 빌었습니다. 그때의 아픔이 깊었는지 그 후로는 개를 키우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개만 보면 유쾌합니다.
도의선사부도로 추정되는 진전사지 부도를 촬영하고 있는데 백구 한 마리가 뛰어왔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혀를 차며 손을 내밀었더니 금세 여행자에게 달려듭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무 뒤로 숨기 시작했습니다.
낌새가 이상했습니다. 잠시 나무에 기대어 있더니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어, 백구야, 그건 아니지. 그쪽으로 가면 안 돼."
급한 볼일이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막아야 된다는 생각에 "야, 이놈아 그건 아니지. 왜 다리를 들어, 다리 내려." 고함을 치고 말았습니다.
"웃기시네. 급해 죽겠구만."
"이놈의 개가. 염치도 없이. 아주 개판이구만."
옆에 있던 분도 어이가 없었는지 배를 잡고 웃습니다.
나무에 오줌을 쌀 것이지 하필 부도비 앞에 싸다니. 부도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지만....
슬쩍 다리를 내리더군요.
"이리 와. 혼 좀 나야겠어. 대한민국에 오줌을 싸."
"대한민국 좋아하시네. 개가 알게 뭐람"
조금은 무안했는지 개가 비석으로 다가갑니다.
그러더니.
비석을 핥기 시작했습니다. 제 딴에도 미안했나 봅니다.
"나를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저는 비석에 오줌을 쌌지만 당신들은 무덤에 똥도 버리더군요. 저나 당신들이나 개(?) 념 없기는 마찬가지일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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