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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여행의 기술, 칼럼

50개국 여행한 사진가의 사진 잘 찍는 법

 


50개국 여행한 사진가의
사진 잘 찍는 법

-지구별 여행사진가 김원섭의 사진 잘 찍는 법





그를 처음 만난 건 지난 1월 제주도에서였다. 단체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에게 먼저 말을 건넨 건 그였다. 무뚝뚝한 그의 인상에서 경상도사내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진주 출신의 서울 사내였다. 경상도 사내 둘이 만났으니 2박 3일 동안 별반 이야기는 없었다.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오랜 시간동안 떠돈 여행자들만이 서로에게 느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둘은 이미 알고 있었다.


 추석을 며칠 앞둔 어느 날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서평을 써달라는 이야기였다. 망설일 이유가 없어 단번에 그러마라고 약속을 하였다. 이 섣부른 약속이 달포동안 나를 힘들게 했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그의 책을 읽는 게 저녁시간의 전부였다. 처음에는 550여 페이지의 분량이고 사진이 많이 있으니 3일 정도면 되겠거니 생각했으나 이것은 오판이었다. 책이 온 10월 초순부터 읽었으나 진도는 제자리였다. ‘아, 괜히 서평을 쓴다고 해서....’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최근 들어 서평 요청이 더러 있어 쓰기는 했으나 이번처럼 후회해 본 적은 없다. 사진이 있어 더욱 쉬울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한 번 보았던 사진을 다시 보기를 몇 번, 보름이 지나서야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있었다.


대학원에서 예술사진을 공부한 그는 지구별 여행사진가 김원섭 씨다. 대학시절부터 지리답사 형식으로 국내여행을 많이 하면서 그는 여행 기자를 꿈꾸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2005년 <여행신문>과 <트래비>의 객원기자로 활동하게 되는 기회가 왔다.

 

이후 그는 듀얼 코어 국제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는 등 각종 사진공모전에서 입상한 사진작가로, 미국횡단 프로젝트 움직이는 드로잉의 기록사진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버지의 땅>, <슬픈 열대> 등의 사진집과 <SLR클럽의 DSLR 촬영 가이드북>, <내 마음에 담은 지구별 풍경>, <내 생애 최고의 여행지 몰타&튀니지> 등의 책을 출판한 저자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2005년 9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의 50개국 150여 지역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을 배우는 것은 삶의 방식을 배우는 것

미국의 사진가인 필립 퍼키스의 말을 빌려 그가 여행자에게 한 말이다. 카메라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거기에 맞추어 사진 책도 범람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책들은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라는 사진 초보자들의 질문에 촬영 테크닉 위주로 접근하고 있다. 이에 비해 그는 사진의 본질적인 문제부터 접근한다.


‘기술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진을 왜 찍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과 어떻게 대상에 다가가야 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지에 대한 본질적 물음이다.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세상을 보는 눈과 대상에 다가서는 자세를 먼저 배우면 테크닉도 금방 배울 수 있다. 사진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안목의 문제다.’


그는 좋은 사진과 잘 찍은 사진을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사진은 무엇일까라는 본질적인 물음에 답을 하고 난 후 본격적으로 그의 사진이야기는 시작된다. 즉 1부는 사진의 기본에 대한 내용, 2부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요소, 3부는 사진 잘 찍는 노하우를 풀어냈다.

사진, 빛으로 그리는 그림

사진에 있어 빛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 단순한 명제에 대해 그는 어원부터 사진에서 빛이 가지는 의미, 빛의 활용법 등을 설명하면서 어떻게 빛을 보고, 느끼고, 사진에 표현해야하는 지를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한다. 그리고 놓쳐서는 안 될 아침저녁의 빛과 한낮의 빛, 빛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의 맛을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예로 들어 보여준다.

 



사진의 기본, 확실히

다음으로 약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지면을 활용하며 사진을 잘 찍는 기술을 카메라와 렌즈의 실제 사진을 통해 자세히 다룬다. 조리개와 셔터, 상황에 따른 렌즈의 특징과 활용, 의미를 두는 곳에 포커스를 맞추는 초점의 문제, 노출에 대한 이해 등 초보사진가가 꼭 알아야 할 요소를 구체적인 실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2부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요소들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피사체에 대한 관찰하기와 기다리기, 효과적인 배경 처리, 단순하게 구성하기, 시선 끌기, 3분할 구성, 프레임의 활용, 사진의 일관성과 서사구조, 화이트밸런스에 대한 이해, 보색대비 등 사진입문자들이 꼭 알아야 할 촬영기법을 공개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사진을 잘 찍기 위한 촬영기법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상대방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셔터를 누르는 사진가들의 폭력과 오만을 고발한다. 그래서 사진의 폭력을 피하기 위한 사진가의 자세를 강조한다. 먼저 사진을 찍을 때 가까이 다가서서 친해지고 먼저 허락을 구하라고 한다. 미처 허락을 구하지 못했다면 눈짓으로라도 묵시적인 동의를 구하라고 한다. 그의 사진에서 피사체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건 바로 그의 이런 자세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사진은 인간적이다. 


마지막 3부
에서 그는 그만의 사진 잘 찍는 노하우를 공개하고 있다. 우리의 삶과 닮은 길을 그는 소중히 여긴다. 사진이 조금 흔들려도, 프레임이 완벽하지 않아도 용서가 되는 사진이 길 위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말한다. 그는 기차나 비행기, 버스 등 길 위에서 사진 찍는 노하우를 실제 찍은 사진으로 설명한다.



사진이 스스로 말을 하게 하여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진 찍는 노하우 30가지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정리한 마지막 부분은 사진입문자 뿐만 아니라 모든 사진애호가들이 꼭 알아야 할 요소이다. 이 30가지 노하우는 누구에게나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유용한 팁이 될 것이다.



 


 

-좋은 빛을 볼 줄 알고 느끼고 사진에 표현하라

-차분하게 관찰하고, 가까이 다다가라

-단순화, 좋은 사진으로 가는 지름길

-선택과 집중, 작품이 될 만한 피사체에 집중하기

-예쁜 것들, 예쁘게 찍지 말기

-사진이 스스로 말하게 하라

-결정적인 순간을 사진에 담아라

-빛의 상태와 상황에 맞게 노출보정을 활용하라

-완벽한 프레이밍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카메라를 준비하고 촬영규칙을 정하라

-팝업플래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흐리거나 비 오는 날, 감성적인 사진을 찍으라

-모노톤이나 듀오톤으로 컬러사진을 찍어보자

-색채심리를 자유롭게 활용해보자

-가까운 주변의 일상을 찍어보자

-때로는 비밀이 많게 찍어보자

-즐겁고 흥겨운 축제나 전통시장을 찍어보자

-그 지역의 현장감을 생생히 살려 찍어보자

-이동할 때 교통수단에서 적극적으로 사진을 찍어보자

-현장에서 발견한 선에 의미를 담아보자

-빛, 컬러, 구성, 프레임을 제대로 활용하라

-자신의 개성이 드러난 나만의 사진을 찍어라

-최선의 노력을 다해 행복한 마음으로 찍어라

-상황에 맞는 사진 장비를 빠짐없이 준비하라

-하나의 주제를 정해 장기간 계속 찍어보자

-그 사람과 교감이 이루어지는 순간에 셔터를 누르자

-물리적 노출보다 더 중요한 존재의 노출을 시도하라

-내 마음을 콕 찌르는 그 무엇, 푼크툼을 표현하라

-사진 공부,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라

-심장이 뛰는 한 계속 사진을 찍자


 

사진이 스스로 말을 하게 하라

그는 말한다. 눈에 보이는 대로 사진을 잘 찍을 수는 있지만, 사진이 스스로 말을 하게 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찍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많이 찍어봐야 하고 사진 이론 공부를 발판으로 실제 사진촬영에 적용해 보라고 권유한다. 공부라고 해서 사진 관련 서적만 볼 것이 아니라 독서, 여행, 영화, 음악, 사진집 등 좋은 사진을 위해 수많은 공부를 통해 안목을 높일 것을 강조한다.


‘사진은 글을 배우는 과정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간단한 단어를 배우고, 점점 복잡한 어휘를 쓴다. 좀 더 발전하면 수필이나 소설까지 쓸 수 있게 된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다. 점점 실력이 늘면서 사물을 관찰해 정수를 표현할 줄 알게 된다. 좀 더 내공이 쌓이면 사진이 스스로 말을 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이 단계까지 오면 사진이 참 재미있어진다. 비로소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눈이 생긴 셈이다.’


※ 위 사진들은 저자의 책을 다시 카메라로 찍은 것으로 실제 책에 실린 사진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밝힙니다.

사진가 김원섭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gida1)
지구별여행사진가 김원섭의 사진 잘 찍는 법 보러가기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60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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