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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머물다

강원도 두메의 고요한 산사, '수타사'





강원도 두메의 고요한 산사, '수타사'
- 찬찬히 둘러보아야 제대로 보이는 절집


 영서지방의 명산 공작산은 수타계곡을 깊숙이 품고 있는 명산이다. 공작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의 명당에 유서 깊은 고찰 수타사가 있다. 절 초입에는 푸른 저수지가 있고 길 오른쪽 울창한 송림에는 부도밭이 있다. 홍우당, 기허당, 청송당 등 부도 10기와 3기의 부도비가 있다.



 절집은 계곡을 옆구리에 끼고 가는 길이다. 공작산의 맑디맑은 계곡물이 흘러 내리고 울창한 숲에서는 녹색 향기는 난다. 잠시 걷기라도 하면 이내 자연 속으로 내가 들어가 버린다.



 다리를 건너 절로 들어서기 전에 낮은 언덕배기를 오르니 연못이 있다. 생태 공원처럼 꾸며진 연못에는 각종 연꽃이 있어 사람의 손길이 느껴진다. 뜨거운 뙤약볕이 아니라면 주위를 한없이 걷고 싶은 예쁜 연못이다.



 수타사는 성덕왕 7년인 708년에 우적산 아래 일월사로 처음 지어졌다고 한다.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나 원효대사는 686년에 입적하였으므로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예전의 절터는 지금의 위치가 아니라 다리를 건너기 전 왼쪽에 있었다고 한다.



  창건 이후 영서지방의 명찰로 꼽히다가 고려시대에는 선수행 도량으로 번창하였다. 선조 2년에 지금의 자리로 절터를 옮겨짓고 산 이름을 공작산이라 하고 절 이름도 수타사라 하였다. 정토세계의 무량한 수명을 상징하는 수타사壽陀寺로 바뀐 것은 순조 11년인 1811년이라는 기록도 있다.



 수타사에는 정확한 제작 연대를 알 수 있는 조선 중기의 동종이 있다. 당시 가장 유명한 종을 만드는 장인이었던 사인思印비구가 주도하여 만든 동종이다. 몸통 밑 부분에 현종 11년인 1670년에 만들었음을 알려 주는 문구가 있다.


 

 동종의 머리 부분에 새겨진 용 조각이 섬세하다. 몸통에는 원나라 이후 사라졌던 음관音管이 있어 임진왜란 이후 우리나라 종의 전통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종의 몸통과 고리를 별도로 만들어 붙이는 독특한 방법으로 만든 이 종은 보존상태도 좋고 제작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있어 조선 중기 범종 연구에 귀중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타사의 전각들은 대개 예스러운 단출함이 있다. 절제된 단아함이 있는 본전인 대적광전은 용마루의 한가운데에 청기와 2개가 올려져 있다. 법당 안에는 지권인智券印을 한 비로자나불이 안치되어 있고 불단과 닫집이 화려하다. 대적광전 앞에는 여느 절에서는 볼 수 없는 부처님께 맑은 물을 올리는 석조물이 눈길을 끈다.





 대중법회 장소로 쓰였을 홍회루 안에는 특이한 법고가 있어 주목된다. 수미산을 형상화한 법고대는 아래에 4개의 단을 놓고 그 위에 연꽃을 조각하고 8각형의 보주를 얹었다. 보주 위에 연밥, 그 위에 다시 4개의 단을 놓고 십자형의 대를 놓아 그 위에 북을 놓았다. 수미산 꼭대기에서 울려 퍼지는 법고 소리가 세상을 일깨운다는 의미일 것이다.



 수타사는 화려하거나 깊은 울림이 있지는 않으나 하나하나 눈여겨보면 마음 가득히 들어오는 절집이다. 봉황문에 서면 홍회루, 대웅전, 요사채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절은 작으나 그윽하다. 석탑과 부도, 봉황문, 법고, 동종, 사천왕상 등 수타사를 찬찬히 둘러보면 빼어난 작품들이 많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소나무에 자란 뽕나무

☞ 여행팁 수타사는 강원도 홍천군 동면 덕치리에 있다. 보물 제745호인 ‘월인석보’와 보물 제113호인 동종, 강원도유형문화재인 대적광전, 홍우당 부도, 삼층석탑, 소조사천왕상 등 문화재가 즐비하다. 또한 강원도 보호수인 주목이 오백년의 세월을 살아왔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