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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머물다

비구니승의 청정도량 '청암사'




 

비구니승의 청정도량 ‘청암사’



 청암사 가는 길은 싱그럽다. 불령동천의 맑은 개울이 발길을 즐겁게 하고 짙은 숲이 정신을 맑게 한다. 아름드리 소나무는 고개를 숙여 길손을 반기고 부드러운 흙이 발을 감싼다.



 통! 통! 통! 발걸음이 경쾌하다. 고요하던 숲길이 끝이 나면 볕이 잘 드는 절 초입이다. 다리를 건너면 깊게 파인 벼랑 아래로 푸른 계곡이 흐른다. 시원한 그늘이 있어 잠시 더위를 식히고 절에 들어서자 여기저기 분주한 발길들이 오고간다.



 한 무리의 비구니들이 공중전화기 주위에 몰려 있다. 산책을 하는 비구니, 이리저리 무언가 바삐 오가는 비구니, 잡초를 뽑고 있는 비구니, 짐을 옮기는 비구니들로 인해 절집은 갑자기 분주해진다.


 

 산사를 자주 찾는 나였지만 오늘처럼 스님들을 많이 접하기는 처음이다. 대개 스님들은 방문자들을 피해 승방 깊이 정진하고 있건만 이곳 스님들은 분주히 움직인다. 청암사에 비구니 강원인 승가대학이 있어서 그런 듯하다.




 절집은 밝은 양지에 자리하고 있다. 마당 가운데로 맑은 계곡이 가로질러 흘러 이곳이 청정도량임을 절로 알 수 있겠다. 계곡 옆 너른 터에 범종각이 있고 다리를 건너면 강당으로 쓰이는 정법루가 있다.




 숲을 배경삼아 대웅전이 날개를 펼치고 있고 진영각은 붉고 화려한 꽃으로 치장되어 있다. 대웅전 옆에는 육화료라는 건물이 있다. 마루 끝에는 일련번호가 있어 스님들이 자기 번호에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간다.



 절집은 분주하여도 깨끗하다. 비구니승이 거주를 해서 그런지 여는 절집과는 달리 정말 정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흙 마당조차 먼지 하나 없는 토실토실한 땅이다.



 계곡을 건너 대웅전 맞은편의 언덕을 오르면 극락전이다. 조선 숙종의 정비인 인현왕후가 궁에서 쫓겨나 서인으로 있을 때 이곳에 기거한 적이 있다.



 극락전 앞의 텃밭에는 상추 등 각종 야채들이 정성스레 가꾸어져 있다. 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비구니승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김을 매고 있다. 극락전은 외딴 곳에 있어 고요하였다.



 청암사는 신라 헌안왕 3년인 859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해발 1,317m의l 불령산 기슭에 있는 사찰로 부처의 영기가 서린 청정한 도량이다.  인조와 정조 때 화재로 전각들이 전소되고 그 후 절을 수차례 재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청암사는 조선 숙종의 정비인 인현왕후가 궁에서 쫓겨났을 때 이곳에 기거한 일이 있어 인현왕후 복위 이후 조선 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고 한다. 불령산 적송산림은 국가보호림이 되어 궁에서 무기 등을 하사하였고 조선 말기까지 상궁들이 내려와 불공을 드리는 신앙생활을 하던 곳으로 유명하였다.



 현재 청암사는 1987년에 승가대학을 설립하였고 백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정진하고 있다. 산내 암자로는 도선국사가 창건한 수도암과 1900년 초 유안 비구니스님이 창건한 백련암이 있다.


 

 청암사는 이렇다하게 내세울만한 문화재는 없으나 누구나 한번쯤 들리고 싶은 절집이다. 절집으로 가는 숲길이 싱그럽고 맑은 계곡이 길을 떠나지 않는다. 절집에 이르면 벼랑 아래 깊은 계곡이 정신을 맑게 하고 정갈한 절집은 마음마저 깨끗하게 한다. 청암사는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 불령산 북쪽 기슭에 있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