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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머물다

덕유산의 고요한 산사 '영각사'


 
덕유산의 고요한 산사 '영각사'


덕유산은 백두대간의 굵직한 산줄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름난 사찰이 없다. 인근 적상산에 안국사가 있고, 백련사와 이곳 영각사만이 덕유산의 유일한 사찰이다.


그마저도 한국전쟁 때 불타 버려 옛 절의 모습은 사라지고 몇 기 남은 부도와 최근에 세운 전각들이 이들 절의 전부이다. 예전에도 덕유산은 큰 절 대신 암자가 많았다고 한다.



부용 영관은 덕유산에 출가하여 9년 동안 산 밖을 나서지 않았고, 그의 걸출한 두 제자인 서산대사와 부휴선사가 이곳 덕유산에 머무르며 수행에 힘썼다. 그 뒤에도 많은 고승들이 덕유산에서 수행하여 큰 절은 없어도 뛰어난 수행자들이 진리의 불을 밝히는 곳이 되었다.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에 있는 영각사는 신라 헌강왕 3년인 877년에 심광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한국전쟁 이전만 하여도 19동의 전각과 13개의 산내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영각사는 그후 한국전쟁 때 산신각과 창고만 남기고 모두 소실되었다고 한다. 절로 가는 길은 덕유산 자락을 굽이굽이 넘어 멀리 지리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고갯길을 오르는 산세가 아름다운 길이다.


절마당으로 이르는 짧은 길에 수백년된 느티나무와 울창한 수림이 있어 절의 내력이 오래되었음을 말해 줄 뿐, 전각 자체는 최근에 지어져 조금은 삭막한 느낌을 준다.


간혹 여행자를 반기는 다람쥐가 절마당과 담장을 넘나들 뿐, 절마당은 휑하니 산새소리만 무성하다. 예전 산신각이었을 삼성각은 울창한 소나무숲을 배경으로 고즈넉히 앉아 있다.


법당 안에는 아무도 없다. 불경 한 권, 목탁 하나. 산중의 산사에는 깊은 적막이 감돈다.


높은 축대 위의 화엄전은 아직 세월의 깊이를 담고 있지 못하지만, 구광루 뒷마당의 구석구석 배인 손길이 정성스럽다.


갑작스런 더위에 지친 촌로는 나무 그늘에서 늦은 봄날의 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시원한 바람 한 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