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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또 하나의 일상

꽃샘 추위에 하동 배꽃 냉해 심각, 과수 농가 울상



꽃샘 추위에 하동 배꽃 냉해  심각, 과수 농가 울상

고소산성 가는 길에서 내려다본 19번 국도와 벚꽃길


 예년보다 봄이 일찍 왔다. 남도의 매화, 산수유, 벚꽃도 지난해에 비해 3일에서 7일 정도 일찍 피었다.
봄이 일찍 온다는 건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꽃샘추위가 문제이다. 꽃이 활짝 피기도 전에 얼어 버려 하동배 재배 농민들은 시름에 빠져 있다.


 하동배는 섬진강변의 사질토양에서 생산되어 당도가 높고 육질이 연하며 즙이 많은 특징을 가진 우수한 배이다. 하동읍에서 악양까지 섬진강을 따라 19번 국도 곳곳에는 하동배를 판매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국도변 좌우로 하얀 꽃이 드넓게 펼쳐진 수만평의 땅이 하동배를 생산하는 과수 농원들이다.


사진 가운데 배꽃처럼 붉은 분홍빛의 씨방이 정상이다. 좌우의 흑갈색은 냉해를 입어 언 배꽃이다.
 나무 한 그루에 냉해 피해를 입지 않은 성한 꽃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최근 몰아닥친 꽃샘추위로 하동배가 직격탄을 맞았다. 섬진강 새벽 기온이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지고 서리까지 내려 갓 피기 시작한 배꽃이 얼어 버리는 냉해가 발생하였다. 올해 배 농사에 막대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19번 국도 옆 한 배재배 농가를 찾아 최근의 피해에 대해 물어 보았다. 


냉해로 짓뭉개진 배꽃들. 배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오늘(4월 2일)도 아침에 장갑을 끼고 왔지예. 손이 너무 시려서. 말도 마소. 배나무 한 그루에 성한 꽃이 한 두 개 밖에 안됩니더. 차라리 봄이 늦게 왔시모 이런 일이 없을 낀데, 배꽃이 피고 나서 이리 추우니께, 꽃이 다 얼었다아요. 한 70~80%는 맛 갔심니더. 강 쪽에 있는 배밭이 가장 피해가 심각하고, 그나마 산 아래 골짜기는 조금 나은 편이지요. 배 팔아서 1년을 사는 디 배가 다 죽어삐모 요즘 경기에 앞으로 우찌 살것소."


 
배밭에 들어가 배꽃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멀리서 보면 하얀꽃이 예쁘기만 한데, 가까이서 보니 뭉개친 꽃잎이 많이 보였다. 게다가 암술이 죽었고 씨방 부분이 흑갈색으로 썩어 있었다. "오늘부터 수정에 들어가는디요. 원래는 벌이 꽃가루를 옮기지만 배밭이 워낙 넓으니 한 병에 5만원하는 꽃가루로 일일히 수정을 합니더. 지금은 다 얼었으니 수정할 것도 없어예."

꽃술이 얼었으니 수정이 안되고 된다해도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겉으로는 멀쩡한 하얀 배꽃이지만 가운데 부분(씨방)이 얼어서 흑갈색으로 변했다. 위의 사진 수십 개의 배꽃 중 냉해를 입지 않은 배꽃은 하나도 없다.


100ha에 달하는 하동배 과수농원의 피해 정도는 아직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한다. 꽃이 활짝 피고 난 후에야 정확한 냉해 피해 규모를 추산할 수 있다. 가뜩이나 경기도 안좋은 요즈음 하동배 과수 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http://blog.daum.net/jong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