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모와의 숨박꼭질 그리고 이별
발톱이 보입니다.
무엇일까요?
발톱을 가진 짐승이 계단 사이로 빠끔 내다봅니다.
어떡할까!
저도 놀라고 나도 놀랐습니다.
발톱을 가진 짐승이 서서히 몸을 드러냅니다.
나도 허리를 조금씩 굽힙니다.
서로를 확인합니다.
그는 청솔모, 나는 인간
각자 다른 세상에서 왔습니다.
나는 인간세상에서 자연으로, 청솔모는 자연에서 인간 세계로 나왔습니다.
그 만남이 이루어진 곳이 고소산성의 한 정자였습니다.
정자는 인간과 동물이 만날 수 있는 경계선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만남은 짧았습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 못한 채 끝나 버렸습니다.
나를 못미더워 하던 청솔모가 먼저 이별을 고하고 숲으로 사라집니다.
인간을 영 못믿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돌리고 떠나 버렸습니다.
미안했습니다.
정자는 청솔모에게 좋은 놀이터였나 봅니다.
인간과 자연의 경계선에서 난 또 한번의 좌절을 맛보았습니다.
나는 가끔 꿈을 꿉니다.
뭇짐승들과 말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함께 숲길을 뛰어다니는 꿈 말입니다.
불가능한 일일까요?
청솔모와 정자에 나란히 앉아 저무는 섬진강을 한없이 바라보는 그런 날이 언젠가 오리라 믿습니다.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http://blog.daum.net/jong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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