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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박물관

마산, 도시의 관념을 깨는 미술관

 

 

 

마산이라는 도시의 고정관념을 깨는 문신미술관

 

저에겐 아직도 마산이라는 이름이 익숙합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라는 이름은 왠지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이름이지요. 경상도 사투리로 “니 집 어디고?” “마산입니더.”가 맞지 “마산합포구입니더.”는 얼마나 거추장스럽고 구구절절한지요.

 

 

그렇다고 해서 마산에 대한 옛 기억이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비탈진 곳에 들어선 어지러운 집들과 평지라고는 매립지가 전부인 도시는 여전히 산산하고 을씨년스러웠던 게죠. 적어도 여행자인 저에게는 말입니다. 바닷가를 둘러싼 공장은 또 어떠합니까.

 

그래서 예전에 제가 글을 쓰면서 마산을 두고 ‘산업화를 택하는 대신 바다를 잃어버린 도시’라고 표현했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번에 마산 여행을 하면서 그동안의 관념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예전 창동에 갔을 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던 고정관념이, 이번에는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문신미술관 때문이었습니다. 꼬불꼬불 한참이나 골목길을 헤집고 오른 미술관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또 다시 마산은 여전히 불편한 도시구나,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500원인가 하는 입장료를 내고 미술관 마당에 들어서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습니다. 그러곤 마산에도 이렇게 멋진 바다가 있었구나, 이처럼 아름다운 전망을 가진 곳이 있었구나 하며 왜 많은 문인들이 마산을 다녀가고 마산을 이야기했는지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마침 해가 바다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비는 부슬부슬 내렸고요. 가파른 경사지에 세운 미술관은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서 층층 쌓아 올렸더군요. 대 조각가의 남다른 안목이 미술관 곳곳에 투영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미술관 옆을 무지막지하게 막고 있는 높은 아파트는 눈에 거슬렸습니다. 문신이 미술관을 지은 얼마 후에 아파트가 들어선 모양입니다. 조각가는 아파트가 들어선 것에 크게 상심했던 모양입니다. 얼마 후에 그는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 보니 아파트가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물론 저 아래 바닷가를 따라 쭉 늘어선 고층의 아파트도 해안선을 가리고 있어 답답함을 더해 주고 있었지요. 이래저래 상처 많은 마산의 역사가 이곳에서도 훤히 보이는 듯합니다.

 

 

 

 

 

미술관에는 한 시간 남짓 머물렀습니다.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야 미술관을 나왔습니다. 그동안 미술관을 다녀간 이라곤 중년의 부부 한 쌍뿐이었습니다. 평일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그 덕분에 홀로 고요히 작품과 대면하는 시간을 가졌지만요.

 

 

 

 

 

마산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와의 첫 만남은 대략 이러했습니다. 어느새 겨울비답지 않게 빗방울이 굵어졌고 바람도 매서웠습니다.

 

서둘러 미술관을 떠나야 헸습니다.

 

 

 

 

* 문신(1923∼1995)은 경남 마산 출생의 세계적인 화가이자 조각가이다. 파리에서 추상조각의 거장으로 활동했으며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헝가리와 유고에서 초대전을 갖기도 했다. 1991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학기사 훈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