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인상적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야외전시
- 국보와 보물들로 가득,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정원
사실 국립중앙박물관은 며칠이 걸려야 유물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에 갈 때마다 쉽게 지치는 몸과 마음을 달래려 애쓰지만 기껏해야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그만큼 찬찬히 볼 유물이 많다. 그러다 보니 정작 야외에 있는 유물은 매번 빠뜨리곤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야외전시장(박물관에서는 야외정원이라 했다)을 먼저 둘러보기로 작정했다. 야외정원에서는 석탑, 석등, 등의 다양한 석조 유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야외정원의 유물들이 거의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의 안내를 빌리자면 ‘우리나라 최초의 팔각 집 모양의 승탑인 염거화상탑(국보 104호)을 비롯하여, 고려 태조 왕건이 가장 공을 들여세운 흥법사 진공대사탑과 석관(보물 365호), 개성에서 옮겨온 것으로 고려 석탑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남계원(국보 100호)과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종으로 알려진 보신각종(보물2호) 등은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전시 문화재의 백미로 손꼽히고 있습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럼, 오늘은 우선 승탑과 탑비, 석등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 한눈에 봐도 걸작인 승탑 한 기가 제일 먼저 나타난다. 염거화상 승탑이다. 이 승탑은 탑의 내력을 기록한 탑지(塔誌)가 남아 있어 승탑의 주인공과 만들어진 연대를 알 수 있다. 통일신라 구산선문의 하나인 가지산문의 제2대 선사인 염거화상(?~844)을 위해 만든 승탑이다. 팔각의 집 모양에 사천왕 등의 화려한 부조상을 새겼다. 강원도 원주 흥법사 터에 있었고 국보 104호이다.
▲ 봉림사 진경대사 보월능공탑은 통일 신라 말기의 고승인 진경대사 심희(855~923)의 승탑이다. 구산선문 중의 하나인 봉림산문 창원 봉림사 터에 있었다. 보물 362호이다. 팔각 집 모양에 날씬한 몸체인데, 전체적으로 장식을 절제하고 있지만 기단부에 북 모양 중대석에는 꽃띠를 두르는 등 변화를 시도한 조형적 특징을 보인다.
▲▼ 보리사 대경대사 현기탑비는 성주산문의 대경대사 여엄(862~930)의 업적을 기록한 비석이다. 대사가 입적한 지 9년이 지난 939년(고려 태조 22년)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릿돌(이수)의 용과 구름 조각이 매우 생동감 넘친다. 경기도 양평 보리사 터에 있었다. 보물 361호이다.
▲ 흥법사 진공대사 탑과 석관이다. 이 승탑은 신라 신덕왕과 고려 태조의 왕사를 지낸 진공대사 충담(869~940)의 승탑이다. 역시 팔각 집 모양이지만 원통 모양의 중대석에 화려한 구름과 용무늬가 조각되어 있어 인상적이다. 특이한 것은 석등 앞에 놓인 석관인데, 이 석관을 통해 고승의 시신을 화장뿐만 아니라 매장도 했음을 알 수 있다. 강원 원주 흥법사 터에 있었으며 보물 365호이다.
▲▼ 거돈사 원공국사 승묘탑은 원공국사 지종(930~1018)의 승탑이다. 이 승탑이 있었던 강원도 원주 거돈사 터에는 이 승탑과 짝을 이루던 탑비가 남아 있다. 통일신라의 전형적인 승탑 양식으로 균형 잡힌 팔각의 형태에 사천왕, 팔부중 등의 부조상을 새겼다. 탑신 정면 문 위에 탑 이름이 새겨져 있고, 탑신에 꽃띠 장식을 한 것 등은 고려시대의 양식이 도입된 것이다. 보물 190호이다.
▲▼ 현화사 석등은 1020년(고려 현종 10년)에 개성 현화사에 세운 석등이다. 규모가 제법 큰데, 당시 국가 대찰이었던 현화사의 명성을 짐작할 수 있다. 대개 화사석(불발기집)이 팔각 모양이 많은데 비해, 이 석등은 사각이며 화창(불빛 창)도 별도로 없이 탁 트여 있다. 석등 앞에 놓인 배례석은 공양 가운데 으뜸으로 치는 '등공양'을 할 때 예를 갖추기 위해 만든 것이다.
▲ 나주 석문 석등은 긴 팔각기둥의 간주석과 그 위아래에 장식한 연꽃이 인상적이다. 간주석에는 1093년(고려 선종 10년)에 만들어졌다는 글이 있다. 화사석(불발기집)은 원래 파손되어 없었으나, 1929년 나주에서 경복궁으로 옮기면서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꼭대기 장식도 새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보물 364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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