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본 최고의 풍경, 지리산 반야봉 운해
노고단 대피소. 아침 여섯 시 산행을 시작한다. 대피소 옆 계단을 올라 노고운해의 진면목을 보고 반야봉을 향했다. 붉은 햇살이 멀리 우뚝 솟은 천왕봉을 비춘다. 반야봉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지만 이곳에서 반야봉까지는 5.5km, 3시간 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반야봉은 지리산의 너른 품만큼이나 후덕한 인상이다. 동쪽에 천왕봉이 있다면 서쪽엔 반야봉이 있다. 금강반야, 번득이는 지혜의 날카로움은 그 후덕한 속에 감추어져 있다. 멀리서 보면 육산인 반야봉은 실제 오르면 바위덩어리 악산임을 알 수 있다.
노고단 고개에서 시작한 산행은 돼지평전, 피아골 삼거리, 임걸령, 노루목을 거쳐 반야봉에 이른다. 임걸령 샘물까지는 산책로로 봐도 될 정도로 평탄한 길이다. 하지만 임걸령부터 시작된 비탈길은 노루목에서 반야봉 구간에서 심한 경사를 이뤄 지리산 제2봉에 오르는 길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청명한 날씨라 사방 어디를 봐도 구름바다다. 햇살이 이미 퍼졌음에도 운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걸음을 걷는 내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오랫동안 기대했던 지리산 운해를 맛보는 감격은 쉬 사라지지 않는다.
구름바다는 반야봉에서 절정을 이룬다. 사방이 탁 트인 반야봉 정상에선 말 그대로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의 풍광을 볼 수 있다. 구름이 바다가 되고 능선이 섬이 되는 풍경. 다도해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지상에서 본 풍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신성한 풍경. 하늘이 감추었다 인간에게 아주 잠시 허락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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