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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지리산 벽송사 스님들의 울력

 

 

 

 

지리산 벽송사 스님들의 울력

 

한밤중 새 한 마리 날아오더니 선방에서 밤새 울었다.

 

‘홀. 딱. 벗. 고.’

 

 

12시를 넘긴 시간에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언가에 화들짝 놀라 잠이 깼다. 방문을 두드리는 맑은 소리가 처음엔 저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사람의 노랫소리처럼 들려왔다. 그 소리는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어느 새 방문 앞에서 요란히 울렸다. 너무나 간절한 목소리에 비몽사몽간에 방문을 열고 쪽마루에 걸터앉았다.

 

“나무화장세계해 비로자나진법신 현재설법노사나 석가모니제여해…”

 

울림이 깊고 아름다운 염불은 아니었지만 간절한 그리고 정성어린 염불이었다.

 

 

 

도량석이다. 도량 곳곳을 돌며 새벽예불을 시작하는 것이다. 보통 때보다 큰 목탁을 치며 절집을 돌며 염불을 한다. 처음에는 약한 음에서 서서히 높은 음으로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한다. 일체 중생이 놀라지 않고 천천히 깨어나게 하기 위함이다. 대개 천수경을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경전도 하는데 이 스님은 ‘화엄경 약찬게’를 한 것이다. 도량을 깨끗하게 하고, 잠들어 있는 천지만물을 깨우며 일체 중생들이 미혹에서 깨어나게 한다.

 

 

 

쪽마루에 정좌를 하고 어둠속을 뚫어지라 응시하며 10여 분을 같이 염불을 외다 다시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모두가 깨어 있는 데 홀로 잠이 들다니…. 잠시 후 눈을 다시 뜨고 세수를 한 후 정좌를 하고 명상에 잠겼다.

 

 

 

여섯 시 아침 공양을 마치자 원돈 스님이 일곱 시에 비질을 한다고 했다. 절 아래에 있는 서암정사 입구까지 비질이다. 꽤 긴 구간이다. 벽송사에서 하안거를 하고 있는 10여 명의 스님들이 비를 들고 절마당에 모였다.

 

 

 

울력이다. 절에는 ‘삼사(三事)’라는 말이 있다. 수행에 가장 기초가 되는 일상적인 행위인 예불, 공양, 울력 세 가지를 이르는 말이다. 수행하는 이라면 누구든 함께해야 하는 일이다. 예불은 부처님에 대한 인사, 공양은 하루 세 끼 끼니를 잇는 일, 울력은 공동노동을 말한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것이 예불이고 생리적 욕구를 채워 생명을 지속시키는 것이 공양이라면 늘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꼭 필요한 것이 울력이다. 여행자는 아침에 의중마을까지의 트레킹이 있어 비질하는 대신 사진을 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