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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스마트폰으로 담은 2박3일 경주여행

 

 

 

 

스마트폰으로 담은 2박3일 경주여행

 

한동안 번질나게 갔던 경주를 오랜만에 다녀왔다.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휴식', 춥기도 했거니와 몸에게 충분한 재충전이 필요해서다.

 

 

고속로로 옆으로 남산이 길게 누워 있는 모습이 보이자 경주로 들어섰음을 알 수 있었다.  천 년 전의 불국토가 질주하는 도로와 나란히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로 경주의 과거와 현재를 보는 듯하다.

 

 

차가 밀려 경주에 도착하니 다 늦은 오후, 특별한 일정도 없어 눈썰매를 타고 싶다는 딸의 소원을 들어주려 경주월드에 갔다. 주차장은 이미 만원... 시각이 오후 4시를 넘었음에도 30000원에 달하는 입장료는 변함이 없다. 눈썰매만 탈 건데 세 명이 비싼 돈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아내의 말에 아홉 살 딸애도 선뜻 동의를 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허브랜드 공룡나라, 여긴 입장료가 10000원, 대신 눈썰매가 공짜다. 나중에 알았지만 눈썰매가 공짜인 이유는... ㅎㅎ

 

 

그래도 아이는 마냥 신이 났다. 이곳의 눈썰매장은 앙증맞기 이를 데 없지만 오래 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주월드에 갔다면 긴 줄을 기다리느라 몇 번 타지도 못했겠지만 이곳에선 수십 번을 탈 수 있어 아이는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계속 말했다.

 

 

아이가 눈썰매 타는 사이 잠시 이곳저곳 구경을 했더니 세계약기박물관도 있고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사진을 찍는 곳도....

 

 

눈썰매가 끝나면 실내에선 마술쇼가 시작된다. 소박한 마술공연은 모두가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 마술이 끝나면 다시 눈썰매를 타고 뭐 이런 식... 그러다 심심하면 식물원이나, 허브전시장, 악기박물관을 구경하고....

 

 

작은 식물원에는 각종 열대식물과 파충류들이 많다, 특히 내가 제일 싫어하는 뱀도... 살아 있는 거북이의 등을 만지는 그 느낌도....

 

 

눈썰매를 탄 첫날도 그렇게 저물고 호텔 온천과 식사로 하루를 마쳤다.

 

 

다음날 새벽, 날이 밝으려면 한참이나 남았다. 아내와 아이가 깰까 책을 보기도 난감, 이리저리 고민 끝에 불국사로 가기로 했다.

 

 

"오늘 첫 손님입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불국사에 도착하니 매표소 직원이 반긴다. 음~ 수학여행 때 빠지지 않는 필수 코스 불국사, 몇 번이나 다녀갔지만 이런 깊은 고요에 빠진 모습은 처음이다.

 

 

혼자 불국사의 고요를 맛보며 경내를 걸었다. 다보탑을 몇 번이나 탑돌이 했다. 석가탑은 보수 중이라 장막을 쳤다.

 

 

불국사의 아름다움은 여러 가지이지만 이 긴 회랑도 그중 하나다. 회랑은 사찰의 격과 권위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평지사찰에서 산지사찰로 가는 과도기 불국사의 회랑이 가지는 의미도 크다고 하겠다.

 

 

숙소에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고 룸에 왔더니 아주머니가 청소 중이었다. 밖에서 조금 기다렸다 들어갔는데 이불장에 이불을 넣는 대신 방바닥에 예쁘게 정돈을 해두었다. 우리 식구 수만큼 정돈된 이불이 무척이나 다정하여 아내와 나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주박물관은 북새통이었다. 박물관에서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성덕대왕신종은 천 년의 무게를 무덤덤하게 버티고 있었다.

 

 

이 정부 들어 국립박물관이 무료가 되면서 박물관은 시장바닥이 되어 버렸다. 추운 날씨에다 공짜다 보니 박물관에 사람들이 다 모인 듯하다. 많은 이들이 관람한다는 것은 좋으나 이런 무분별하고 천박한 무료입장은 아니지 않은가. 복지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외국처럼 유료입장을 하되 특정한 날을 정하여 무료입장도 병행하면 될 일을 무작정 무료개방을 하니 제대로 된 관람이 불가능하다. 현 정부의 문화에 대한 인식의 저급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정책이다.

 

 

사람들에게 이리 떠밀리고 저리 떠밀리다 3시간 만에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들른 곳은 양동마을, 너무 추운 데다 골바람이 워낙 드세어 휑하니 둘러보고 바로 철수... 아쉽지만 봄날에 다시 찾기로 했다.

 

 

해도 뉘엿뉘엿 넘어가고 추워서 갈 만한 곳도 마땅하지 않아 아애가 좋아하는 대게를 먹으러 울산 정자 항으로 고고~~

 

 

대게하면 흔히 영덕과 울진을 말하지만 울산 정자항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 사실 대게 출하의 대부분은 영덕도, 울진도, 기장도 아닌 포항이다.

 

 

항구를 따라 쭉 늘어선 대게를 파는 식당만 해도 수십 곳, 이곳도 수족관에서 대게를 무게 단위로 고르고 양념값을 별도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통일되면 국산 되는 북한산. Kg당 6만 원, 정자 대게는 kg당 3~5만 원선... 맛은 좋은데 살이 찬 정도가 북한산이 100이라면 국산대게는 60~80정도다.

 

 

 근데 대게 손질하는 아주머니 솜씨가 정말 신묘하다.

 

 

3일째 되는 날 새벽, 달은 휘영청 밝고 혼자 사우나를 갔다.

 

 

아침식사 후 아내와 아이는 온천을 가고 혼자 들른 괘릉.

 

 

능을 지키는 무인석이 서역 인이라는 게 놀라웠다. 저 우람하고 다부진 팔뚝....

 

 

괘릉은 신라 왕릉 중 가장 완벽한 능묘로 알려져 있으며 원성왕의 능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진 곳이라 찾는 이도 거의 없고 솔숲이 지극하여 고요함 그 자체였다. 영하 4도인데도 햇빛이 넘치는 괘릉에서 2012년의 마지막 날, 모든 것을 이곳에 내려놓고 왔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대릉원 인근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대릉원 주위에는 쌈밥집들이 참 많다. 대기표를 끊고 잠시 기다린 끝에 들어간 식당... 보기는 좀 그래도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바람이 매서웠다. 하늘은 시렸고 2박 3일 간의 경주 여행은 끝이 났다.

 

 

능을 비추는 따사로운 햇살, 찬 공기, 앙상한 나뭇가지...

 

 

모진 눈비에도 끄떡없이 천 년을 버텨온 경주... 안녕!!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