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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헉, 이럴 수가! 집마당에 고인돌이 있다니...

 

 

 

 

헉, 이럴 수가! 집 마당에 고인돌이 있다니...

 

 

군북면 신창마을에 있는 효성그룹 조홍제 생가를 들렀다가 신창슈퍼 앞을 막 지났을 때였다. 트럭 한 대가 주택가 담장에 바짝 붙어 세워져 있었는데 그 옆으로 조금은 낡은 듯한 안내문 하나가 서 있는 게 아닌가. 무슨 안내문인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신창마을 슈퍼 옆 민가에 고인돌 안내문이 있다.

 

고인돌이 있다는 안내문이었다. 그것도 수십 기가 말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휑한 거리에다 길 양쪽으로는 집들밖에 없는데 대체 어디에 고인돌이 있단 말인가. 혹시나 싶어 굳게 잠긴 대문 문살 너머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고 말았다.

 

▲ 대문은 굳게 잠겨 있고

 

아 글쎄, 마당 한 구석에 어른 서너 명은 족히 둘러앉을 만한 평평한 너럭바위가 있는 게 아닌가. 혹시나 싶어 다시 찬찬히 살펴도 분명 고인돌이었다. 어째서 집 마당 가운데에 고인돌이 있단 말인가. 허기야 예전 전라도 부안에 갔을 때 고인돌이 집 마당에 더러 널브러져 있기도 해서 주민들이 평상처럼 사용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물론 몇 해 전에 가보니 민가는 철거되고 공원으로 말쑥하게 단장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이곳 역시 마당 한 쪽의 이웃집 벽에 바짝 붙어 나무 아래로 고인돌이 있었다. 산 사람은 바위 위에서 순간을 쉬고 죽은 이는 그 아래서 영원의 휴식을 취했으리라.

 

▲ 문살 너머로 고인돌이 보인다

 

민가 마당에 있는 이 고인돌은 <함안군북지석묘군> 중 제26호로, 덮개돌에 무려 398개의 ‘알구멍(성혈性穴)’이 있단다. 이들을 서로 연결해 보면 마치 별자리를 나타낸 듯한 느낌을 주는데, 알구멍을 만든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풍년을 빌거나 자식 낳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만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즉 알구멍은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신앙적 의식의 표현으로 생각된다.

 

▲ 집 마당에 고인돌이 있다니...

 

발뒤꿈치를 세워 이리저리 애쓰는데도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오른손을 쭉 뻗어 대문 너머로 카메라를 내밀어서 대충 어림잡아 몇 컷을 찍고 제대로 찍혔는지 확인하기를 수십 번, 겨우 쓸 만한 사진 몇 장이 건져졌다.

 

 

그 모양이 우스웠는지 마침 지나가던 할머니가 소리친다. “그 집 빈집이요. 주인이 어디 가고 없어요. 고인돌은 저기 덕촌마을 뒤로 가면 더 있어요.” 그제야 주인을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을 접고, 다시 몇 컷을 찍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나중에 군북시장을 나와 원효암을 가면서 택시기사에게 고인돌의 존재를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다. 아까 안내문 앞에서 만난 할머니의 말이 떠올라 덕촌마을로 가서 밭일을 하고 있는 마을주민인 부자에게 물었더니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이곳에는 없고 동촌리로 가면 고인돌을 들판에서 더러 볼 수 있다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덕대리 덕촌마을에도 5기의 고인돌이 있었다.

 

▲ 이 고인돌은 <함안군북지석묘군> 중 제26호로, 덮개돌에 무려 398개의 ‘알구멍(성혈性穴)’이 있단다. 대문이 잠겨 있어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한참 후에 원효암에서 걸어 내려오면서 마침 동촌리 들판을 지나게 되었는데 길가 쪽의 논 가장자리로 너럭바위 셋이 무리지어 있었고 다시 조금의 간격을 두고 두 기의 바위가 보였다. 동촌리 고인돌이었다. 신창마을에만 안내문이 있을 뿐, 이곳 들판의 고인들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어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고인돌인 줄도 모르겠다. 논 가운데에 방치된 듯 덩그러니 서 있는 고인돌을 보니 왠지 씁쓸했다.

 

▲ 이  집 마당에 고인돌이 있다.

 

‘칠연정’이라고 새겨진 제7호 고인돌에는 수많은 ‘알구멍’이 있었다. 모두 65개 정도였고 그 옆의 8호 고분에는 1개의 성혈이 있었다. 칠연정이라고 새겨진 고인돌을 이곳 주민들은 ‘칠성바위’라고 부른다고 했다.

 

▲ 동촌리 들판의 고인돌, '칠연정'이라고 새겨진 제7호 고인돌

 

동촌리는 전형적인 분지로 마을 앞 들판을 ‘치바다들’이라고 불렀다. 들판에는 3~4기의 고인돌이 무리를 이루어 간격을 두고 열 지어 있는데 모두 27기의 고인돌이 있다고 한다. 1029번 지방도상에 있는 1호 고인돌은 간돌검과 간돌화살촉이 출토되기도 했다.

 

▲ 동촌리 들판의 고인돌은 아무런 안내문도 없이 들판에 방치된 듯 잡풀에 가려 덩그러니 놓여 있다.

 

<함안군북지석묘군>은 경상남도기념물 제183호로 경상남도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 1482번지 일대에 위치한다. 주변에는 덕대리 마을유적과 고인돌군 등이 있어 이 일대가 청동기시대의 대규모 유적임을 알 수 있다. 함안 군북지역은 경남지역에서 고인돌이 가장 밀집 분포된 지역 중에 하나이며, 특히 동촌리 고인돌군은 함안 지역에서 고인돌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 일대에는 동촌리 27기, 덕대리 5기 등 많은 수의 고인돌이 무리지어 있다. 덕대리에서는 모두 5기의 고인돌이 발견되었다. 4호 고인돌 주변은 과거 고령토를 채취했던 곳으로 유명한데, 이곳에서는 당시의 간돌칼, 붉은 토기 등 다수의 유물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동촌리의 고인돌 중 현재 원위치에 있는 것은 16기, 이전된 것이 10기, 매몰된 것이 1기다. 함안 고인돌은 모두 남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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