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외국인들도 감탄한 다도해의 절경, 통영 미륵산
여행자가 사는 작은 소도시. 지척에 지리산이 있고 그 골짜기에는 맑은 섬진강이 흐른다. 가슴이 답답할 때면 느닷없이 내닿을 수 있는 남해의 푸른 바다가 금방이면 손에 잡힌다. 주말에 다시 통영을 찾았다. 누구나 그러하듯 바쁜 일상에 쫓겨 오늘은 가슴이 뻥 뚫릴 만한 곳을 찾고 싶었다.
미륵산. 통영을 대표하는 이 산은 오늘날 케이블카가 놓여 남녀노소 누구나 쉬이 오를 수 있다. 물론 이 요상한 물건이 있기 전에도 미륵산은 산책삼아 느긋하게 오를 수 있는 옹골찬 산이었다.
이 나지막한 산. 그럼에도 산세는 예사롭지 않다. 오르는 숲길도 그윽하거니와 푹신푹신한 육산의 질펀함에 허우적대다가도 어느 순간 우뚝 솟은 바위벼랑에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골산의 기상이 대단하다.
여기서 그친다면 이 산은 그저 그런 이름 정도 있는 산이었을 게다. 바다를 끼고 뱅뱅 돌아 절벽을 타고 오르면 어느새 거짓말처럼 그림 같은 풍경이 나타난다. 자암 김구는 남해섬을 일러 한 점 신선의 섬이라 했지만 이곳 미륵산에 오르면 수많은 점, 점, 점.... 신선의 섬이 바로 예인 줄을 알겠다.
미륵산 정상에 서면 통영시 일대와 거제, 주변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미륵도. 미륵이 도와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면 분명 이곳일 것이다. 억겁의 세월이 흘러 이 땅이 불국토인지는 모르겠으나 풍광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의 빛은 진정 이곳을 비추고 있다.
거제대교, 가덕도, 거가대교, 부산,김해까지 보인다.
한산도, 용초도, 비진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국도, 소지도, 연화도, 욕지도, 사량도, 멀리 여수 돌산도까지 이곳에 서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이면 일본국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하니 이곳은 남해의 모든 섬을 관장하는 지휘소인 셈이다.
마리나리조트
봉수대 너머로 왼쪽부터 비진도, 소지도, 오곡도, 국도가 보인다.
충무공이 호령했던 통제영이 이곳에 있었던 것도 이러한 형세에 의존함이 컸다 하겠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견내량에서 한산도, 당포로 이어지는 그의 위대한 업적도 이곳에 서면 과거의 역사가 현재로 흐르고 있음을 자연히 깨닫게 된다. 지금은 흔적만 남은 봉수대를 바라보며 역사의 깊이를 다시 가늠해 볼 것이다.
봉수대와 주변 섬들
거제 가라산과 한산도
이곳의 아름다움을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다던 어느 시인의 하소연은 오히려 절창이 되어 심장 곳곳을 후벼 파며 가슴을 울린다.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 더욱이 한산섬을 중심으로 하여
한려수도 일대의 충무공 대소 전첩기를 이제 새삼스럽게
내가 기록해야 할만치 문헌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미륵산 상봉에 올라 한려수도 일대를
부감할 때 특별히 통영 포구와 한산도 일폭의 천연미는
다시 있을 수 없는 것이라 단언할 뿐이다.
이것은 만중운산 속의 천고절미한 호수라고 보여진다.
차라리 여기에서 흐르는 동서지류가 한려수도는커니와
남해 전체의 수역을 이룬 것 같다.
- 정지용의 <통영 5> 중에서 -
왼쪽 앞부터 용초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비진도, 소지도
시인조차 혀를 내두른 천고절미한 풍경을 여덟 살 딸아이는 어떻게 보았을까.
정상부에서 주변풍경을 한참 구경하던 아이가 나에게 묻는다.
“아빠, 이거 실제 맞지? 망원경으로 보는 그림 아니지.”
다섯 살 때 이미 이곳을 오른 적이 있건만 아이의 기억도 이 풍경 앞에 멈춰 선 모양이다.
용초도(왼쪽 앞), 대매물도(왼쪽 뒤) , 소매물도, 비진도(오른쪽)
머리를 곱게 닿은 코 높은 아가씨 둘과 검은 모자를 눌러쓴 붉은 서양총각이 눈웃음을 짓는다. 산을 오를 적부터 미소를 건네더니 이제는 제법 아는 척을 한다. 정상을 오르기 전까지는 ‘오!’ 라며 짧은 감탄사만 간간히 내뱉더니만 정상에 오르는 순간 난간에 기대더니 사진을 찍기에 정신이 없다. 외국인들이 이렇게 사진에 몰두하는 모습도 간만에 보았다.
오! 원더풀, 원더풀.
그들의 외침은 계속되었다.
잔뜩 흥분한 그들 옆에는 맥주 병 두 개가 있었다.
가만히 보니 맥주병도 입을 벌린 채 원더풀을 외치고 있었다.
영운리 포구
사량도와 남해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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