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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안개가 빚어낸 몽환적인 풍경! 태안신두리해안사구





안개가 빚어낸 몽환적인 풍경, 태안신두리해안사구




태안마애삼존불을 본 후 신두리 해안사구로 향했습니다. 애초부터 신두리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태안반도의 해안을 따라 안면도까지 드라이브를 할 요량이었습니다.


해안이 가까워지니 안개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앞이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워질 정도로 안개가 두터워졌습니다. 어디가 육지인지 어디가 바다인지 구분도 힘들 즈음 펜션들이 줄지어 나타났습니다. 바다가 가까워진 모양입니다.


신두사구로 가는 길은 비포장이었습니다. 모래가 산처럼 쌓여 있는 풍경이 낯섭니다. 잠시 안개 속을 뚫고 나아가자 막다른 길입니다. 안개가 심한데도 초원을 연상케 하는 사구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마치 사막의 한 풍경처럼 모래언덕이 떡하니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구가 생긴 것일까요? 해류에 의하여 모래해안으로 운반된 모래가 파랑에 의해 밀려 올려지고, 항상 일정하게 불어오는 바람의 작용을 받은 모래가 낮은 구릉 모양으로 쌓여서 이런 지형이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태안반도 서북부의 바닷가를 따라 형성된 길이 약 3.4㎞, 폭은 약 500m에서 1.3㎞의 모래언덕입니다. 그중에서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된 북쪽지역 일부가 천연기념물 제431호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로 지정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내륙과 해안의 완충 공간 역할을 하며 바람자국 등 사막지역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경관을 볼 수 있습니다.


언덕을 넘어 해변으로 내려갔습니다. 사구 앞에 있는 신두리 해수욕장입니다. 해변은 안개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앞서가던 동서부부가 안개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뒤를 따르던 조카 녀석이 엄마를 애타게 불러보지만 끝내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립니다.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합니다. 안개로 인해 생이별을 하게 되었군요.



갯벌 바닥에는 작은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구멍 주위로는 콩알만 한 흙덩어리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습니다. 무언가 총총 움직입니다. 칠게였습니다. 우리나라 갯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놈이지요. 아이들은 안개 속으로 사라진 엄마를 잠시 잊고 칠게의 움직임을 뚫어져라 봅니다.



갯벌에는 그물이 쳐져 있습니다. 서해안 갯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미리 그물을 설치해 놓은 후 밀물을 따라 들어온 물고기를 잡는 ‘건강망’입니다. 석방렴, 죽방렴과는 또 다른 물고기 잡이지요.


한 무리의 아저씨들이 지나갑니다. 한 사람은 삽을 들고, 다른 사람은 양동이를 들고, 또 한 사람은 목장갑을 끼고 바다로 걸어갑니다. 그 모습이 하도 비장하여 물어보았습니다. “개불 잡으러 갑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들의 걸음걸이에서 여유가 느껴집니다.



한참이나 걸어갔는데도 바다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처음에는 소리만 들리더니 안개 속에서 하나둘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마다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더군요. 부부로 보이는 중년에게 다가갔습니다. 놀랍게도 양동이에는 백합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이렇게 귀한 것을.... 사실 요즈음 백합이 전복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고 있지요.


호미로 갯벌을 파더니 금세 백합을 잡습니다. 그 손놀림을 자세히 보니 작은 구멍이 뚫린 곳을 파내고 있었습니다. 모래 속에 몸을 숨긴 백합의 숨구멍이 결정적인 증거가 된 셈이지요.


옆에서 보던 아이도 방법을 알아챘는지 손으로 모래를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아저씨가 호미를 선뜻 건넵니다. 건데 백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아저씨가 주변을 훑어보더니 한 구멍을 가리키며 파보라고 합니다. 신이 난 아이가 얼마간 파내자 귀신처럼 백합이 하얀 몸통을 드러냈습니다. “야후!”


다시 바다를 향해 걸었습니다. 멀리 희미하게 파도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아이들이 냅다 뛰기 시작했습니다. 눈앞에 고요한 호수 같은 바다가 거짓말처럼 나타났습니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오아시스 같았습니다. 안개도 이곳을 잠시 피했습니다.


한참동안 바닷가를 거닐었습니다. 다시 세상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놀랍게도 갯벌 한가운데에 차가 있었습니다. 사실 바닥은 탄탄한 모래바닥입니다. 서해안에는 이처럼 바닥이 단단한 모래해안이 더러 있습니다. 십여 년 전 꽃지해수욕장을 차로 달렸던 기억이 언듯 났습니다.







한참을 걸어 해변을 벗어났습니다. 자욱한 안개는 거리감마저 잃게 했습니다. 사구에는 아까 보지 못했던 갯메꽃과 해당화가 피어있었습니다. 우뚝 솟은 모래언덕 위로 사람들이 줄지어 올라갑니다. 그러더니 안개 속으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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