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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콘도의 놀라운 변신, 기네스에 올랐다고?




콘도의 놀라운 변신,
기네스에 올랐다고?
- 충남 부여 롯데부여리조트

지난 주 세미나가 있어 충남 부여에 갔습니다. 대개 행사를 가면 호텔에서 숙박을 하게 됩니다. 평소 허름한 민박집에 익숙한 여행자도 럭셔리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행사로 인해 전국의 유명 호텔이나 리조트를 많이 가보았지만 이번에 간 곳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단순히 리조트로 치부하기에는 여행자의 눈길을 확 끄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뭐라 할까요. 외관에서부터 차이가 났습니다. 사실 호텔이나 고급 리조트에 가도 내부시설이나 서비스는 좋을 지라도 외관은 크게 눈길을 끌지 못합니다.


그런데 롯데부여리조트는 달랐습니다. 차를 몰고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아주 재밌는 풍경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원형회랑이었습니다. U자 형의 콘도 건물 입구에 한옥의 원형회랑이 있었습니다.

기존의 콘도나 호텔은 건물 외관이 화려하기만 했지 입구 주위는 휑하기만 했습니다. 그에 비해 이곳은 거대한 원형회랑을 만듦으로써 삭막할 수 있는 공간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게다가 현대적인 콘도 건물과 전통적인 한옥회랑이 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이곳이 옛 백제의 수도였던 사비였고, 바로 옆에 백제역사문화단지가 있다는 걸 염두에 둔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고 단순히 정리할 수도 있겠지요. 전통이라는 이름아래 한옥의 형식만 쫓아가는 작금의 현실에서 보면 이 콘도는 상당히 놀라운 변신을 했고 나름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숙제도 잘 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형회랑은 전통의 이미지와 더불어 실용적인 면도 있습니다. 우선 원형의 공간 안에 마당을 두어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평소에는 빈공간이 주는 여백의 뜰로, 일이 있을 때에는 행사장으로 사용해도 제격일 것입니다. 콘도를 방문하는 차들이 원형의 회랑을 따라 사람을 내려주고 돌아나가는 공간의 역할도 돋보입니다. 원형으로 되어 있어 로터리처럼 진입과 진출이 막힘없이 자유롭습니다. 물론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차에 오르내리기가 한결 수월하겠지요.


한옥양식의 원형회랑이 전통의 상징이라면 콘도 건물은 현대적 이미지입니다. 벽에 부착되어 있는 형형색색의 루버가 단연 눈에 띕니다. 다양한 색깔로 포인트를 주니 보는 사람의 눈도 황홀하더군요. 햇빛이 강하면 그림자로도 건물 표면에 새로운 무늬를 줄 수 있다고 하니 지붕창 모양의 루버로 특색 있는 건물외관이 되었습니다.

화려한 건물외벽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공중에 매달린 한옥 한 채입니다. 일종의 전망대인데요. 조금은 엉뚱해 보이지만 이상하리만치 건물과 잘 어울립니다. 마치 바위벼랑에 있는 마애불전각처럼 신비로움마저 주는군요. 눈으로는 현대와 전통이 충돌하는 것으로 보이면서도 느낌은 하나로 다가옵니다.



여행자는 3일을 머물렀습니다. 건물에 자꾸 눈길이 갔고 틈만 나면 밖으로 나와 건물을 감상하곤 했습니다. 전통을 현대에 살린다는 얄팍한 이름아래 껍데기만 흉내 내는 여타 건물과는 달리 전통과 현대가 어떻게 조화해야 하는지를 이 건물은 말하고 있었습니다.


2010년 9월에 완공된 이 건물의 원형회랑은 한국기네스에도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이 건물을 설계한 이는 김승회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이고, 원형회랑은 경주의 한옥호텔 라궁으로 알려진 조정구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합니다.

날씨가 좋았다면 형형색색의 화려한 외관이 더 잘 표현되었을 터, 아쉬움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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