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지역자원 은상 받은 '사포마을 다랭이논'
- 다랭이논의 포인트를 찾다 온 산을 헤매다.
지리산 일대는 산비탈을 개간해 층층이 만든 다랭이논이 많다. 마천면 도마마을의 다랭이논은 이미 외부에 널리 알려지면서 가을이면 전국의 사진가들을 불러 모은다.
오늘 여행자가 찾은 곳은 지리산 온천과 ‘산수유축제’로 유명한 산동면 일대의 다랭이논이다. 이곳을 번질나게 찾는 나였지만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이맘때는 처음이다. 철지난 관광지는 너무나 한산하여 오히려 여행자가 무안할 지경이다.
좁은 농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사포마을이 나왔다. 마을 할머니 두 분이 따가운 가을볕을 피해 나무 그늘 아래에서 토란 줄기를 다듬고 있었다. 이곳이 사포마을이 맞느냐고 여쭈었더니 그렇다고 하였다. 아무리 봐도 다랭이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마을 골목길을 지나 저수지로 올라가라고 하신다.
일제시대 때에 만들어진 저수지 일대는 마을 주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정비되어 있었다. 저수지 둑에 서니 층층 다랭이논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럼에도 만족스럽지 않다. 다랭이논은 맞은편에서 봐야 층층 계단식논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눈짐작으로 어림잡아 건너편 산을 올랐다. 찻길이 있어 아무 의심 없이 차를 몰고 가는데 맞은편에서 경운기가 오는 게 아닌가. 아뿔싸, 밤 수확을 위한 농로였다. 당황스러운 건 나도 농부도 마찬가지였다. 길이 좁아 차를 뒤로 뺄 수도 없어 당황하고 있는데, 농부 아저씨가 경운기를 길 옆 공터로 몰아갔다. 위쪽에 차를 돌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돌려 나오라고 하였다. 차를 겨우 돌려 나와서 농부에게 정말 죄송하게 되었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드리고 길을 나왔다.
이쯤에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다시 걸어서 산을 올랐다. 아, 그러나 역시 절망. 산이 너무 낮아 사진에서 본 다랭이논의 멋진 풍경은 기대할 수 없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이번에는 나무가 시야를 가린다. 한 시간여를 헤매다 하는 수 없이 길을 나와 이번에는 사포마을 오른쪽 길을 잡았다. 다랭이논을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그나마 이곳은 다랭이논의 유려한 곡선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제야 동네 할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마, 그건 항공 촬영한 걸로 알고 있는데.......”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 '다랭이논' 전경은 2008년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제3회 살기 좋은 지역자원 경연대회에서 은상으로 선정돼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사실 사포마을 다랭이논은 측면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전체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시설을 만들면 구례군의 또 다른 명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설계에서부터 생태학적인 접근이 필요하겠지만.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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