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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경

자연이 만든 가을의 걸작품, 지리산 다랭이논




 

자연이 만든 가을의 걸작품, 지리산 다랭이논


 

 실상사에서 약수암 산행을 하고 난 후 잠시 금대암에 올랐습니다. 지리산 제일의 전망을 자랑하는 금대암가는 길은 가파르지만 지리산 산간마을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마천면 도마마을의 다랭이논입니다.


 

 도마마을은 도만挑滿이 마을이라고도 부르는데 복숭아꽃이 만발하다는 뜻입니다. 마을 뒤에 복숭아 나무골이라고 부르는 골짜기가 있는데 복숭아나무가 무성하였다고 합니다. 행정구역 개편 시에 마천에서 으뜸가는 수도마을이라 하여 도마천이라 부르다가 줄여서 도마라고 했다고 합니다.


 

 안국사 못 미쳐 산모롱이를 돌아서면 산골의 누렇게 익어가는 층층 다랭이논이 있습니다. 마천 일대는 가파른 지형으로 인해 다랭이논이 곳곳에 있지만 이곳 금대암 오르는 길에서 보는 도마마을의 다랭이논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이곳에서 보면 군자마을과 도마마을의 다랭이논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마천은 고을의 절반 이상이 지리산 국립공원에 속하고 서로는 삼정산, 북으로는 삼봉산이 있습니다. 예부터 지리산을 올라 유람을 하던 선비들이 대개 이곳의 금대암과 군자사를 들렀습니다.


 

 감수재 박여량도 지리산을 유람하면서 이곳에 있었던 군자사를 들렀습니다. 군자사는 옛 이름이 영정사靈淨寺였습니다. 신라 진평왕이 즉위하기 전에 어지러운 조정을 피해 이 절에 와 거처하였습니다. 그때 아들을 낳게 되어 지금의 이름으로 고쳤다고 전해집니다.


 

 유몽인도 군자사에서 하룻밤 묵었는데, 절이 들판에 있어 마루에 흙먼지가 가득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몽인은 군자사의 옛 이름이 영정사라고 하면서도 영정靈井이 있어 영정사라 불렀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덕무는 진평왕은 원래 후사가 없는데 군자사의 현판에 “이곳에서 태자를 낳아 군자사라 명명하였다”고 한 것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김일손은 속두류록에서 군자사를 갈려고 하였는데 물이 많아서 건너지 못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이곳은 수년 전부터 사진 출사지로 알려졌습니다. 이날도 몇몇 사진가들이 다랭이논의 아름다움을 담으려 땀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자연이 만든 가을의 이 걸작품을 보고 누구나 사진에 담고 싶어 합니다. 가끔은 지리산을 유람하며 산이 주는 풍경보다 자신과 인간 사회를 통찰하려 했던 옛 선인들의 지혜도 엿보는 여유를 가지려고 합니다. “산을 보고 물을 보고, 그리고 인간을 보고 세상을 본다.” 남명 조식 선생이 지리산 유람을 통해 남긴 말씀입니다.


 

 지금 벼가 한창 익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이곳을 가면 지금보다 훨씬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추수를 한 시커먼 논과 누렇게 익은 벼가 그대로 있는 논이 서로 어우러져 환상적인 색의 대비를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