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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경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동해의 꽃'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동해의 꽃’

- 바다에 바위꽃이 피었습니다!

 

바다는 분명 여러 얼굴을 갖고 있다. 아니, 바다는 늘 한결같은데, 인간의 눈에 그렇게 비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무 날이 넘도록 슬픔과 절망, 간절한 희망으로 지켜보던 바다… 이제는 바다가 빚어낸 자연의 작품을 관조하면서 스스로 시간을 위로할 일이다.


 

경주의 어느 호텔 벽면에 붙은 대형 사진보다 앞서, 이곳의 풍경은 몇몇 사진가들에게 진즉 알려져 있었다. 문무대왕릉에서 울산 가는 31번 국도를 따라 동해안을 내려갔다.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이곳에는 최근에 이름깨나 알려진 주상절리가 있다. 읍천항에서 하서항까지 이어지는 해안 길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의 주상절리를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읍천항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파도소리길’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 해안 길에 접어들기 전에 잠시 돌아본 항구 풍경은 정겹기 그지없었다.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 그리고 부지런한 어부들이 내서 말리는 생선들, 포구에 정박하고 있는 어선들은 부두 한 곳에 꾸며진 작은 공원이 없었다면 여느 어촌과 별반 다를 게 없을 순박한 풍경이었다.


 

출렁다리도 놓고 나무 데크를 깔아 길을 다듬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때가 겨울이었으니 봄빛 충만한 지금은 넘쳐나는 관광객들이 번듯한 새 길에 서서 해안의 주상절리에 감탄할 것이다.


 

이곳의 주상절리는 한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도 산책 중에 만나는 몇몇 초소가 말해주듯 예전엔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는 군사지역이었다.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은 경주 양남면 읍천리에서 하서리 사이 1.7㎞ 해안코스를 말한다.

 

 

양남면 해안에 주둔했던 해병 1사단 읍천 분초가 이곳을 떠난 후 이 기묘한 생김새의 주상절리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상절리 하면 대개 제주 대포동과 갯깍을 먼저 떠올리거나 좀 더 아는 이라면 무등산 서석대나 입석대의 그것, 한탄강의 외진 벼랑을 떠올릴 것이다.

 

 

이들 모두 하늘을 향해 쭉쭉 뻗었다면 이곳의 주상절리는 바다에 누워 있다.

 

 

물론 ‘위로 솟는 주상절리’도 있지만 ‘누워 있는 주상절리’와 ‘기울어진 주상절리’, ‘부채꼴 주상절리’는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곳만의 특징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채꼴 모양의 이 특이한 주상절리를, 바다 위에 핀 한 송이 해국을 닮았다 해서 ‘동해의 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부채꼴 주상절리

 

 

 

 

 

 

 

 

▲▼ 누워 있는 주상절리

 

 

▲▼ 누워 있는 주상절리와 위로 솟는 주상절리

 

 

 

 

 

늘 그렇듯 이곳 바다도 이미 연인들의 차지다. 푸르디푸른 동해의 아름다운 풍경은 그들의 사랑만큼 깊디깊다.

 

 

1000도 이상의 뜨거운 용암이 빠르게 냉각되어 주상절리가 생긴 것처럼 그들도 그 뜨거웠던 순간을 그들 자신의 방식으로 냉각시켜 기억할 것이다.

 

 

바닷가 우체통에선 편지를 쓸 수 있다.

 

 

우체통 옆에 비치된 주상절리 전경 엽서에 글을 써 우체통에 넣으면 매달 첫째 주 월요일 감포 우체국 직원이 수거해간단다.

 

 

해파랑길 10코스 11km지점. 해송에 매달린 작은 푯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러곤 하염없는 바다를 향해 깊은 숨을 토해냈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은 2012년 9월 25일,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