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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 남도 800리

100년의 역사, 경전선 진주역의 아름다운 퇴장

 

 

 

100년의 역사, 경전선 진주역의 아름다운 퇴장

 

“잘 되았제. 잘 되았어.”

 

지난 18일, 진주역 앞 역마슈퍼마켓 아주머니의 말이다. 벌써 수십 년째 역 앞에서 장사를 해오던 아주머니는 못내 서운해 하면서도 기차역이 없어지는 걸 다행이라 했다.

 

“개인적으로는 서운하지만 워낙 열차 손님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요. 저 짝으로 옮겨가서 KTX도 들어오고 하면 잘 되겠지요. 인자, 장사도 접어야겠지만...”

 

진주역

 

진주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구불구불한 S자 곡선 구간이 많아 느림과 낭만의 상징이었던 경전선 마산 진주 구간이 직선화되고 복선화되면서 진주역도 개양역 인근에 번듯한 새 역사를 지어 옮겨가게 되었다.

 

진주역 앞 역전식당

 

진주역 앞 역마슈퍼마켓. 진주역이 이전하면 주인아주머니는 장사를 그만둘 생각이라고 했다.

 

진주역은 1923년 12월 1일 삼랑진 진주 간 철로가 개통되면서 1925년 8월 1일부터 보통 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1956년 12월 30일 현재의 역사를 신축했다. 1968년 2월 7일에 진주 순천 간 철로가 개통되면서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경전선이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진주역

 

진주역사 안

 

1970년 4월 1일에는 진주에서 서울 가는 기차가 처음 운행되었고, 1993년 3월 1일에 서울 진주 간 새마을호가 운행됐다. 2012년 10월 23일에 경전선 마산역과 진주역의 복선(비전철) 구간이 임시 개통되면서 경상대학교 인근의 가좌동으로 이전한다. KTX도 2012년 12월 5일부터 운행할 예정이다.

 

진주역사 안

 

진주역사 안 기차배차기.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는 아날로그

 

지금의 경전선 마산 진주 구간은 오늘(22일)로 열차 운행이 끝난다. 23일부터 경전선 마산 진주 복선(비전철) 구간이 임시 개통되면서 이 구간의 14개 역 중 마산역, 중리역을 제외한 모두 11곳의 기차역이 옮기거나 사라진다. 옮겨지는 역으로는 진주역, 반성역, 군북역, 함안역 등 4곳이며, 사라지는 역은 개양역, 남문산역, 갈촌역, 진성역, 진주수목원역, 평촌역, 원북역, (산인역) 등 8곳이다. (산인역은 2007년 6월 1일부터 사실상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아 폐역이나 다름없다)

 

진주역 차량정비고(좌), 선로(중), 승강장(우)

 

진주역

 

진주역 안에는 흔히 놓치기 쉬운, 그러나 아주 중요한 구조물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문화재 제202호로 지정돼 있는 '차량정비고'가 그것이다. 기차를 정비하는 곳이라 그런지 규모가 대단하다. 예전에는 이곳이 기차를 수리하느라 쇳소리로 시끌벅적했겠지만 지금은 너무나 조용해 으스스하기까지 하다. 건물의 외벽에는 총탄 자국이 더러 있다. 한국전쟁 때의 상흔이라고 한다. 전쟁의 흔적은 이곳도 비켜가지는 못했다. 차량정비고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5년 9월 14일에 등록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진주역 차량정비고(등록문화재 제202호)

 

진주역 전차대

 

차량정비고 옆 귀퉁이에는 원형의 구조물을 따라 레일이 둥글게 깔려 있는 곳이 있다. 기관차의 방향을 돌릴 때 사용하는 구조물인 ‘전차대’다. 기관차는 이곳에서 방향을 180도 튼 후 객차를 연결하여 반대 방향으로 출발하는 것이다.

 

진주역

 

진주역

 

경전선이 진주에 들어온 지 90여 년, 현재의 진주역사가 지어진 지 55여 년 만에 진주역은 작별을 고했다. ‘천리길 진주역’의 아름다운 퇴장은 새로운 출발이기도 하다.

 

진주역

 

진주역

 

진주역, 마산, 부전행 기차가 떠나고 있다.

 

진주역, 순천행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진주역

 

진주역

 

진주역

 

진주역

 

진주역, 부전행과 순천행 기차가 동시에 들어온 풍경

 

진주역, 부전행 기차가 멀리 사라지고 있다.

 

진주역

 

진주역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