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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경

구름바다 장관, 하늘에서 본 남해안 섬풍경과 제주도

 

 

 

하늘에서 본 남해안 섬 풍경과 제주도

 

지난 27일 금요일 제주도 가는 비행기를 탔다. 무척 무더운 날씨였지만 장마 뒤 구름이 좋은 날이었다. 운 좋게도 창가에 앉게 되어 남해안 섬들과 뭉게구름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었다. 다만, 비행기 창에 성에와 얼룩이 있어 깨끗한 사진을 담을 수 없었다는 게 아쉬웠다.

 

 

김해공항을 출발하자 낙동강이 유장하게 흐르고, 강 옆으로 반듯반듯한 논들이 펼쳐진다.

 

 

어느덧 거제도. 사실 하늘에서 보면 거제와 김해, 부산은 한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옥포조선소와 지심도가 보인다.

 

 

마음 心자를 닮아 지심도라 불리는 동백섬. 봄이면 아름드리 동백나무에 붉은 꽃을 피워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한적한 섬에서 1박2일을 촬영한 후 거제의 명소가 되었다.

 

 

지심도 옆으로 서이말 등대가 보인다. 이곳은 자원비축단지가 있어 출입통제구역이다. 등대 가는 길은 멧돼지, 고라니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서이말 등대에서는 대마도와 갈매기의 천국 홍도가 보인다. 서이말 옆으로는 공곶이, 내도, 외도가 있다.

 

 

거제의 해안은 섬과 뭍이 만들어내는 한 폭의 그림 같다. 누군가 먼 곳에서 거제 일대를 스케치한다면 꼭 이와 같은 모습일 게다.

 

 

거제도 관광 1번지였던 해금강 일대가 보인다. 바람의 언덕으로 더 알려진 도장포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신선대도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해금강에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여차, 홍포해안으로 이어진다. 거제 서부와 남부 해안이 만나는 이곳은 거제도에서도 가장 풍광이 좋은 곳. 이제 너무나 알려진 곳으로 더 이상 숨은 비경은 아니다.

 

 

여차와 홍포간의 무지개길에는 섬과 섬의 연속이다. 하늘에서 보면 뭍과 섬의 시간이 같이 흐르지만 땅에 내려가면 섬은 섬의 시간대로 흐른다. 최근에 해상공원으로 인기가 절정인 장사도, 연인들의 섬인 등대섬 소매물도도 사실 거제에 가깝지만 통영에 속한다.

 

 

장사도와 매물도는 거제와 통영에서 모두 갈 수 있다. 하늘에서 보면 이 섬들이 통영에 속하는지, 거제에 속하는지 아무런 표시가 없다. 그것은 단지 인간이 만들어낸 경계선일 뿐이다.

 

 

 

소매물도에 비해 찾는 이가 드문 대매물도는 요즈음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7월에 가볼 만한 섬으로 대매물도를 꼽았다.

 

 

어느새 섬들은 사라지고 망망대해... 구름이 점점 섬을 대신할 뿐 더 이상 인간의 섬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다시 나타난 조그만 섬, 한참 생각을 했다. 아! 백도구나. 국가명승 제7호로 지정된 백도는 거문도에서 배를 타고 1시간을 더 가야 하는 먼 섬이다.

 

 

 

백도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섬은 나타나지 않았다. 가끔 섬과 섬을 잇는 배만이 나타났다 긴 궤적을 남기며 사라지곤 했다.

 

 

 

드디어 제주도, 구름 아래로 모습을 드러낸 제주도는 그 푸른 바다와 드넓은 구릉을 보여주었다.

 

제주도

 

 

해안과는 달리 중산간 지대에 가까울수록 길은 구불구불하고 밭은 각기 제 모양으로 경계를 지었다. 비행기 창에는 아직도 성에가 끼여 역시 제대로 담을 수 없었다.

 

 

 

구불구불한 이 자연스런 선에 밭의 여행자는 홀로 감탄을 한다. 마치 퍼즐의 조각을 맞춘 듯한 이 풍경은 제주도의 어느 풍광 못지않게 매혹적이고 아름다웠다.

 

 

거문도

 

돌아오는 길, 왼쪽 창에 앉았다. 오후 6시를 넘긴 시각, 역광이 강했다. 희미한 실루엣으로 섬 하나가 보였다. 거문도였다. 거문도는 여수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남짓 가야 하는 먼 섬이다. 고도, 동도, 서도 세 개의 섬에 둘러싸인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여 천혜의 항구 역할을 한다. 그 유명한 영국의 거문도 점령 사건도 하늘에서 보면 그 의미를 좀 더 잘 알 수 있다.

 

거가대교

 

여수 상공에 있던 비행기는 어느새 착륙 준비 중이다. 땅에서는 먼 거리가 하늘에서는 하나의 공간이다. 거가대교가 보인다. 비행기는 곧 공항에 도착했다.

 

프랑스의 유명한 항공촬영 사진작가인 얀 아르듀크 버트랜드(Yann Arthus-Bertrand)는 한국의 남해안을 항공 촬영하면서 "한국의 남해안에 일주일만 머문다면 사진첩 한 권은 족히 만들 수 있다."라며 한국의 남해안 풍광을 극찬한 바 있다. 언젠가 남해안 섬 풍경과 제주도를 제대로 항공촬영 할 수 있는 날을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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