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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경

보성차밭 풍경의 핵심은 바로 이것!!

 

 

 

 

 

보성차밭 풍경의 핵심은 바로 이것!!

 

보성역 앞 작은 광장에는 '판소리 서편제 보성소리 고장'이라고 적힌 기념비가 있다. 보성하면 너나 할 것이 없이 녹차밭을 자연 떠올리게 마련이라 소리의 고장이라는 말에 초행자들은 조금 의아해 여기기도 한다. 그것도 흔히 알려진 ‘서편제’가 아니라 ‘보성소리’라는 말에...

 

 ▲ 보성역 앞 버스정류장. 보성소리의 고장임을 알리고 있다.

 

판소리는 흔히 알려진 대로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동편제’와 ‘서편제’로 나뉜다. ‘동편제’가 우렁차다면 애절한 ‘서편제’가 보성의 소리이다. 서편제의 비조 박유진 선생이 주로 보성에 살면서 활동을 했는데, 만년에 ‘서편제’에 ‘동편제’의 특성을 끌어 들여 '강산제'라는 독특한 소리를 만들었다. 이후 정응민, 정권진 등 보성 소리꾼들이 그의 소리를 이어 받아 '보성소리'를 완성하였다. 제자로는 조상현, 성우향, 성찬순 등이 있다. 보성읍 대야리 강산마을은 박유전이 살던 곳으로 노래비가 있으며, 차밭에서 회천 쪽으로 가면 정응민 생가가 있다.

 

▲ 보성차밭 가는 버스는 자주 있다

 

보성차밭 가는 버스는 자주 있었다. 역 광장 버스정류장에는 할머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이따금 가벼운 옷차림의 젊은이들이 보였다. 보성차밭에 가려면 평소에는 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보성 오일장이 열리는 2일과 7일에는 육교상회 앞에서 타야 한다. 예정대로라면 버스는 이미 떠났을 터, 다행히 11시 55분발 버스가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았단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버스가 왔고 10여 분 달린 끝에 보성차밭에 도착했다.

 

▲ 보성차밭에서 먹은 녹차 음식들

 

놓쳤다고 생각했던 버스를 타게 된 행운 때문에 점심을 차밭에서 먹어야 했다. 차밭에는 두 군데의 식당이 있었다. 각자의 취향대로 음식을 주문했다. 나는 녹차비빔밥, 아내는 녹차생선가스, 딸은 녹차돈가스다. 모든 음식에 녹차 이름이 들어갔고 녹차 잎이 들어 있었다. 나중에 의견을 종합해보니 비빔밥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고, 돈가스, 생선가스 순이었다. 녹차 잎을 비벼 먹는 다는 것이 약간은 생소했으나 입에 머무는 향이 좋았다.

 

▲ 이런 곡선미가 차밭 풍경의 핵심이 아닌가 싶다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삼나무 숲을 걸었다. 전날 내린 비로 계곡물도 졸졸졸 제법 흘렀다. 바람도 제법 선선하니 산책하기 딱 좋은 날이다. 녹차밭에 오면 제일 좋은 건 푸른 싱그러움이다. 다음으론 구불구불 이어진 곡선의 아름다움이다. 낭창낭창 휘어지는 차밭 풍경은 마치 거대한 초록 물결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느낌이다.

 

 

바람은 선선한데도 땡볕은 여전했다. 양산을 꺼내 차밭을 걷는 모녀의 모습이 선묘한 스케치 같다. 차밭을 여름에 찾는다는 건 육체에겐 무척 어리석은 일이기도 하지만 눈맛은 시원스럽기만 하다.

 

 

흔히 보성의 차밭 역사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회사 경성화학주식회사가 1941년에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39년에 차 재배의 적지를 찾아 우리나라 곳곳을 찾아 헤매던 일본인들이 멈춘 곳이 바로 이곳이다. 차가 잘 자라려면 날씨가 따뜻하고 연평균 강우량이 1500mm 이상 되어야 하나 이곳은 강우량이 부족한 데 비해 안개가 자주 끼어 습기를 보충해 주는 곳이어서 선택받았다.

 

 

그러나 사실 이곳의 차밭은 일본인들이 기업식 재배를 하기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지리지>에 이곳이 차의 산지로 기록되어 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차밭은 방치되어 있다가 1957년 장영섭 회장이 대한다업주식회사를 설립하여 대단위 차밭을 일구고 다른 회사들이 들어오면서 점차 차밭의 규모가 커지게 되었다. 지금은 대한다업(주)보성다원으로 흔히 '대한다원'으로 불린다.

 

▲ 전망대에 서면 차밭 너머로 남해의 바다와 섬 풍경이 펼쳐진다

 

차밭 한쪽으로 난 길을 따라 정상에 올랐다. 차밭 너머로 산 능선이 펼쳐지고 득량만과 여자만의 푸른 물결이 넘실거린다. 아주 낮은 데도 탁 트인 전망을 가진 곳이다.

 

▲ 보성차밭과 넘실거리는 남해바다가 묘하게 어울린다

 

흔히 보성차밭의 매력을 들자면 삼나무 숲을 첫손에 꼽는 이들이 많다. 그도 아니라면 4, 5월에 찻잎 따는 풍경을 들기도 한다. 삼나무 숲은 각종 CF와 드라마로 이미 유명세를 얻었고, 찻잎 따는 풍경은 이미 사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물론 설정사진이 대부분이지만....

 

 

여행자는 그런 각색된 풍경보다 그냥 차밭의 일상이 좋다. 차밭을 걷는 젊은 연인이라든지, 손자의 손을 꼭 잡고 힘겹게 오르는 할머니라든지, 더워서 가기 싫다는 아이를 종용하는 아주머니라든지, 무리가 아닌 그저 한 둘이서 차밭을 손질하는 일꾼들이라든지... 뭐 이를테면 이런 풍경들이다.

 

▲ 보성차밭의 이런 곡선미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다

 

차밭을 거닐며 카메라에 담고 풍경에 감탄하는 그저 그런 차밭의 일상이 좋다.

 

▲ 보성차밭의 이런 곡선미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다

 

그런 일상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것이 바로 차밭의 곡선이다. 구불구불 낭창낭창 스멀스멀 기어가는 듯한 차밭의 수십 개 몸뚱어리가 일제히 꿈틀대는 모습은 한 폭의 작품이다. 이런 풍경은 차밭을 오르면서 보는 것보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훨씬 또렷해진다.

 

 

정상에서 보면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지상의 인간들과 자연에 일정한 거리를 두니 적당한 긴장감이 생긴다. 그 긴장감은 다시 내면으로 들어와 묘한 어울림을 쏟아낸다.

 

 

보성차밭을 거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이라면 정상에 오르지 않고 중앙계단을 따라 통나무집이 있는 곳까지 갔다가 '수녀와 비구승' CF촬영지를 거쳐 벚꽃길로 내려오면 된다. 보성차밭을 찬찬히 둘러보고 싶은 이라면 좀 더 발품을 팔아야 한다. 그렇다고 한들 가벼운 산책 정도이니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중앙계단을 올라 통나무집에서 향나무 숲을 지나 차밭전망대와 바다전망대까지 오르면 된다. 이곳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난 숲길로 들어서면 편백나무 숲이 나온다. 이번 두 번의 태풍으로 뿌리 채 뽑힌 편백나무들이 하나둘 보인다. 숲 중간에는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앙증맞은 폭포도 있고 계곡물이 졸졸 흐른다. 팔각정에 이르면 길은 다시 광장으로 이어진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왼쪽 산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주목나무 숲과 단풍나무 숲, 대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이면 이곳을 호젓하게 걷는 것도 좋으리라.

 

▲ 편백나무 숲길

 

차밭에서 놓쳐서는 안 될 한 가지... 바로 녹차아이스크림이다. 여느 아이스크림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나 초록의 차밭을 바라보며 입안에서 녹여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 녹차아이스크림

 

녹차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사람은 차밭 주차장에서 오른쪽 길로 잠시 오르면 있는 한국차소리문화공원의 한국차박물관에 꼭 가볼 일이다. 차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차를 직접 마셔볼 수도 있는 곳이다.

 

▲ 보성차밭의 상징, 삼나무 숲길

 

보성차밭에 오면 바로 옆에 있는 한국차소리문화공원과 봇재를 넘어 율포까지 가는 게 좋다. 봇재 전망대에서 보는 차밭 풍경도 좋거니와 율포에서 해수녹차탕에 지친 몸을 풀고 드넓은 모래해변을 거니는 것도 좋다.

 

                ▲ 대한다원에서 율포 가는 길의 봇재 다향각에서 본 차밭 풍경

 

☞ 보성역에서 보성차밭 가는 버스는 1시간에 한두 대 있을 정도로 자주 있다. 보성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타면 된다. 평소에는 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보성 오일장이 열리는 2일과 7일에는 육교상회 앞에서 타야 한다. 율포해수욕장은 차밭에서 버스로 5분 거리니 여유가 있다면 들르면 좋다.(☎보성터미널 061-852-2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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