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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타임슬립

그리운 남쪽 간이역의 봄-득량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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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어디인가
바라보면 산모퉁이
눈물처럼 진달래꽃 피어나던 곳은
                                                                                                       ...........  곽재구의 '그리운 남쪽'
  그랬다. 몇 년을 두고두고 가고 싶었던 곳,
진달래 지천인 오봉산 득량역이 아지랭이처럼 아련히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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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량역 가는 길은 봄빛으로 넘쳐 났다.
겨울을 이겨낸 보리가
초록의 빛으로 봄바람에 살랑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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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일 가는 촌아낙네의 짙은 흙냄새가 바람결에 묻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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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은 한산하였다.
오후 3시 20분.
부역장 최영화씨는 말하였다.
"기차는 3시 30분, 3시 55분에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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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햇살과 무서운 정적 뿐,
간이역의 봄은 말이 없었다.
기다림에 익숙한 시골 간이역엔
손님 세넷만이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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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경적 소리가 울린다.
벚꽃잎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기차는 나른하게 선다.
내리는 손님은 노인 두 분,
기차는 다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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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의 기차가 떠나고 나자
철길은 아이들이 점령해 버렸다.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길에서
아이들은 그저 걸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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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봄걸음에 어른들도 끼어 들기 시작한다.
요놈의 철길이라는 거
어른도 아이를 만들어 버리는 마술쟁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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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 뒤로는 길지 않은 벚꽃길이 있다.
숨 한 번 들이내쉬면 꽃길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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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길지 않은 이 길에서
사람들은 영원의 안식을 찾는다.
나른한 봄의 간이역에서
시간을 잃어버린지 이미 오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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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를 걸어가던 아이들이 외마디 소리를 지른다.
꽃을 본 것이다.
'자운영'
자주빛의 이 꽃은
제 몸을 갈아 엎어 새 생명의 거름을 만드는 지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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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간이역의 무서운 정적에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 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모든 게 권태롭다.
그저 볕을 쬐며
오가는 기차와 눈부신 벚꽃을 바라볼 뿐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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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멀리 떠나고 당신은 역에 홀로 남았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카타리나로 떠난 그리스의 한 젊은 레지스탕스,
돌아오지 않는 애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을 그려 봅니다.

득량得糧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서 식량을 얻어 왜군을 물리친데서 유래되었다.
득량역은 1930년에 설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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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안내와 역의 연혁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 최영화 부역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음악이 있는 간이역 여행과 스크랩은
Daum 블로그 김천령의 바람흔적(http://blog.daum.net/jong5629)로 떠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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