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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머물다

기네스북 등재된 세계최대 동굴법당



기네스북 등재된 세계 최대의 동굴법당,
일붕사

경남의 가운데에 있는 의령은 흔히 '의병의 고장'이라 불린다. '홍의장군'으로 잘 알려진 망우당 곽재우 장군을 기리는 유적들이 의령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오랜 문화유적들도 가득하다. 그도 아니라면 골짜기마다 전설 한자리 고이 간직한 곳도 더러 있다. 그만큼 의령은 낙동강변의 유서 깊은 고장인 셈이다.

봉황대와 일붕사 전경

의령 읍내에서 창녕 방면의 20번 국도는 닿을 듯 말 듯 남강을 옆구리에 끼고 가게 된다. 탑바위라 불리는 유명한 바위가 지척에 있음을 알리는 안내문에 한눈이 팔릴 즈음이면 정곡면에 이르게 된다.

                                                   석문

이곳에서 삼성의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생가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면 구불구불 길은 산길로 이어지고 산중의 외로움에 떨고 있는 두곡 저수지를 만나게 된다. 외지인들이 의령을 가게 되면 늘 처음에는 넘은 고개 수를 헤아리다가 나중에는 그 엄청난 고갯길에 저도 모르게 셈을 포기하게 된다.

동굴법당인 무량수전과 대웅전

겨우 고갯길을 넘었는가 싶으면 신촌 삼거리가 나온다. 마을 앞의 긴 골짜기를 따라 유곡천이 흐른다. 이 나불나불한 도랑을 따라 가면 어느새 왼쪽으로 우뚝 솟은 바위벼랑과 마주치게 된다. 산이 많고 골이 깊은 의령이지만 난데없이 나타난 수십 길의 바위벼랑은 길 가는 이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마애불

이곳이 봉황대다. 의령은 특이하게 8경이나 10경을 두지 않고 ‘의령 9경’을 지정하여 알리고 있다. 봉황대는 충익사, 자굴산에 이어 제3경에 속한다. 인근에 의령예술촌과 제4경인 벽계 저수지가 있다.


들판에 불쑥 솟은 봉황대는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거대한 바위산이다. 생김새가 봉황을 닮았다 하여 봉황대라 부른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에 의하면 신라 무열왕 김춘추의 첫 요새지로 당시 봉황대라는 군부대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도 한다.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는 세계 최대의 동굴법당인 대웅전

봉황대에는 일붕사라는 절이 있다. 봉황대의 바위벼랑에 절집을 지었는데 원래 있는 자연동굴에 법당이 있다. ‘세계 최대의 동굴법당’이라는 현란한 소개에 이상하리만치 쓴웃음을 짓게 되지만 막상 법당 안에 들어서면 벽을 자꾸 더듬게 된다.


밖에서 보았을 때에는 그저 그런 동굴법당이겠거니 여겼다가 막상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체육관 정도의 동굴규모에 놀라게 된다. ‘세계 최대, 동양 최대’라는 억지 수식어가 식상은 하지만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그러했으리라는 너그럽고 속 깊은 마음씨만 있다면 이 또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대웅전, 무량수전, 독성각이 제각기 위치는 달리하지만 하나같이 동굴법당의 모양을 띠고 있다. 그러나 벼랑에 매달린 듯한 절집의 특이함은 어느새 주위의 어수선함에 밀리고, 산사가 주는 깊음을 점점 갈구하게 된다.

                                      벼랑에 있는 독성각도 작은 동굴법당이다


독성각 옆을 돌아 벼랑길을 오르면서 하늘을 보면 아득하다. 벼랑길을 돌아서니 지난 늦가을부터 쌓인 두터운 낙엽만 사각사각 소리를 낼 뿐 이내 깊은 정적이다. 이따금 바위틈을 비집고 흘러나온 약수가 신령스럽게 여겨진다.



벼랑길이 끝날 즈음 봉황루라는 정자를 만났다. 이곳에서 길은 석각이 있는 평평한 대臺와 석문을 지나 벼랑을 내려가는 길로 나누어진다. 정자에 걸터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앞서 가던 딸애가 돌탑을 보더니 그 옆에 턱하니 주저앉는다. 십여 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평평한 이곳에서 옛날 인근의 유생들이 시회를 열었다고 한다.

봉황루

아이는 눈을 지그시 감더니 자세를 잡는다. 그 본새가 하도 웃겨 껄껄 웃었더니 조용히 하란다. “아빠, 조용히 좀 해줄래. 나 반성 중이거든.” 그러더니 눈을 다시 감는다. 그 위세(?)에 눌려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5분쯤 흘렀을까. 아이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일어나더니 앞서 걷는다. “뭘 반성했니?” “비밀....” 하더니 한 번 씩 웃더니 재차 걷는다. 참 내....

봉황의 머리처럼 생긴 바위에 있는 돌탑

봉황대에 자리한 일붕사는 서기 727년에 신라의 혜초스님이 창건한 성덕암이 그 전신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웅전은 동양 최대의 동굴법당으로 영국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동굴법당의 규모는 넓이 456m², 높이 8m에 이른다고 한다. 봉황대는 경상남도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 벽계저수지 근처에 있다.

옛날 인근 유생들이 시회를 열었다는 바위에 새겨진 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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