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자의 풍류와 멋

로맨틱한 가을에 빠져들다. 광한루원


 

로맨틱한 가을에 빠져들다. 광한루원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다녀갔을 법한 곳이 광한루다. 굳이 춘향과 이몽룡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광한루는 그 자체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게 만드는 곳이다. 옛날 제법 번화한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고을에는 자랑할 만한 누각이 있다. 평양의 부벽루,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밀양의 영남루, 진주의 촉석루가 그것이다. 이중 우리의 뇌리에 가장 로맨틱하게 남아 있는 곳이 광한루일 것이다. 광한루는 누각 자체의 의미보다는 오히려 덧씌워진 상상으로 인해 누구나 한번쯤 가 볼만 한 곳으로 기억된다.

 

사실 <춘향전>의 무대는 남원 전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독 광한루가 춘향전의 무대로 각인되는 것은 풍경이 아름다운 광한루와, 연못과 어우러진 오작교에서 이도령과 춘향이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평일이여서 그런지 광한루원은 생각보다 붐비지 않았다. 마을 계모임에서 효도관광을 왔는지 한 무리의 노인 분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담쟁이가 고개를 내민 담을 따라 정문인 남문으로 향했다.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춘향과 이도령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광한루원 일대는 춘향사당, 춘향관, 월매집 등 춘향 일색이다. 이처럼 광한루는 이도령과 춘향이 만난 곳으로 더 알려져 있지만 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누원으로 큰 의미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바로 광한루원이 조선 전기의 궁궐 조경이 민간으로 확산되는 하나의 이정표로, 천체와 우주를 상징하는 요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고려시대 황감평이 지은 ‘일재’라는 조그마한 서실에서 비롯된 광한루는 황희가 그 터에 광통루를 세우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세종 때인 1434년에 남원부사 민여공이 중수하였는데 이듬해 전라감사였던 정인지가 누각에 올라 “달나라月宮에 있는 광한청허부가 바로 이곳이 아닌가.”하고 감탄한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그 뒤 부사 장의국이 광한루 앞을 흐르는 요천의 물을 끌어다가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을 파고, 그 위에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가 담긴 오작교를 만들었다. 그러나 당시의 건물은 정유재란 때 소실되어 현재의 건물은 인조 4년인 1626년에 남원부사 신감이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남문에서 광한루로 이르는 길은 춘향사당으로 이어진다. 춘향사당 주위에는 대밭이 있어 춘향의 절개를 상징하는 듯하고 오래된 뽕나무 한 그루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사당 옆으로 담장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30기의 비석과 달리 춘향과 성이 같아 아버지로 추측하기도 했던 남원부사 성안의의 비석은 따로 떨어져 있다.


 

호남제일루라고 적힌 입구의 층계를 올랐다. 요즈음으로 치면 현관에 해당하는 이 층단은 여느 누각에서 잘 볼 수 없는 것이다. 광한루의 본관이 북쪽으로 차츰 기울자 고종 때의 남원부사 이용준이 한 대목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기울어짐을 방지하기 위해서 지은 것이다. 이로 인해 누각은 더욱 화려해졌다.


 

누각에 오르니 계관桂觀이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달나라의 계수나무를 바라본다는 의미일까. 그 옛날 정인지가 감탄했다는 풍광이 현판 옆으로 들어온다. 특이하게도 기둥 사이에는 모두 네 짝의 분합문에 들창이 있다. 문을 달아서 올리면 모두 개방되고 내리면 방이 되게 되어 있다. 촉석루, 영남루 등 대개의 누각이 문이 없는 데 비해 이곳만의 독특한 구조이다.


 

누각 안에는 광한루원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시들과 편액들로 가득하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김종직, 강희맹, 정철 등의 시문들이다. 광한루 앞의 연못은 전라도 관찰사로 있던 정철이 봉래, 영주, 방장의 삼신산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누각을 내려와 세 섬을 거닐었다. 단풍은 아직 일렀으나 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고요한 수면이 걷는 이를 차분하게 만들었다. 오작교를 건너 완월정으로 향했다. 광한루가 달나라의 궁전을 재현한 것이라면 완월정은 지상의 사람들이 달나라를 즐기기 위하여 세운 건물이다.



 

월매집 초가지붕 위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집안으로 들어서니 방자는 식사 중이시고 지붕 위에는 인부들이 지붕을 새로 엮고 있었다.


김천령의 여행이야기에 공감하시면 구독+해 주세요

▒ 김천령의 지역별 여행지 보기  (http://blog.daum.net/jong5629) ▒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김천령의 풍경이 있는 한국기행]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