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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의 풍류와 멋

계곡을 옆에 낀 풍광 수려한 ‘석천정사’



 

계곡을 옆에 낀 풍광 수려한 ‘석천정사’

닫힘과 열림, 소통의 미학-봉화 석천정사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경주의 양동, 안동의 내앞, 풍산의 하회와 더불어 삼남의 4대 길지로 꼽았던 곳이 봉화 닭실마을이다. 이 마을의 권씨 종택과 청암정에서 벼논을 돌아 나오면 앞으로 가지런히 흐르는 개천을 만나게 된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난 비포장 흙길을 걸어 얼마간 가면 아름드리 솔숲이 나온다. 걷기에 좋은 길이다. 솔숲 오솔길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면 제법 너른 공터가 나오고 봉화로 흘러드는 내성천이 되는 석천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너럭바위가 있는 계곡 옆 소롯길에 발걸음을 다시 놓이자 이내 석천정사가 나온다. 정자라고 하지만 전체 34칸의 큰 건물이다. ‘정사精舍’로 이름붙인 이유는 학문과 수양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석천정사는 충재 권벌 선생의 큰아들인 청암 권동보가 1535년에 세운 정자이다. 권동보는 중종 37년인 1542년에 사마시에 합격하여 벼슬길에 올랐다. 명종 2년인 1547년에 ‘양재역벽서사건’에 관련된 혐의로 아버지가 삭주로 유배되어 1년 만에 죽자, 관직을 버리고 20년 동안 두문불출하였다. 선조 때 아버지의 무죄가 밝혀져 복관되었으나 벼슬을 사양하고 향리에 돌아와 전원의 계곡 위에 석천정사를 짓고 산수를 즐기면서 여생을 보냈다.




 

석청정사는 울창한 소나무 숲에 싸여 있다. 정자는 계곡에 면한 원래 지형을 최대로 살려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지어졌다. 계곡 옆에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정자를 지었다. 마루는 완전히 개방된 형태가 아니라 판장문을 두어 필요에 따라 문을 닫아 공간을 폐쇄하기도 하고 문을 열어 자연과 소통할 수 있게 하였다. 개울가에 있는 창문을 열면 개울의 풍경이 그대로 들어온다. 선경이 따로 없다.



 

석천정사로 가는 길은 두 가지이다. 봉화읍 삼계리 사거리에서 물야 방면의 도로를 따라가면 삼계교가 나오고 석천정사 안내문과 함께 정자로 가는 길이 오른쪽으로 나있다. 아니면 닭실마을 청암정에서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750m 정도 가면 석천정사가 나온다. 쉬엄쉬엄 가는 이 길은 걷기에 좋은 길이다. 석천정이 있는 석천계곡은 수림이 울창하고 아름다운 바위들이 계곡에 널려 있는 풍광이 수려한 곳이다.


 

석천정사는 충재 권벌 선생이 세운 청암정과 함께 이 일대가 1963년 사적 및 명승 제3호로 지정되었다.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유곡리 마을 앞을 흐르는 석천계곡에 있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  (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