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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담다

통영 바닷길에서 만난 봄꽃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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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야 어디에 핀들 예쁘지 않겠느냐만은
바다에 핀 꽃들이 문득 보고 싶어졌다.
어디가 좋을까?
창 밖으로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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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 도착하니 하늘도 바다도 온통 잿빛이다.
늘 푸르다 못해 시리던 하늘과 바다 빛깔이,
오늘은 비로 인하여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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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던가!
꽃이 피기는 쉬워도 지는 건 한 순간 이라고.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그저 꽃이 지는 아쉬움이 그러할 뿐,
꽃을 기다리는 마음에선 꽃이 피는 게 더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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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통영항을 지나 미륵도에 들어 섰다.
윤이상 음악 축제가 끝난 도로는 한산하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이 해안 일주도로는
오늘이 처음이다.
비 오는 날의 해안길, 바다, 꽃, 음악
모든게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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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 방울 내리던 비가 제법 굵은 줄기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여기까지 온 이상 촬영을 중지할 수는 없었다.
우산을 쓰고 카메라를 품에 안은 채 길 위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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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포구로 가는 길에 개나리가 만개하였다.
노란 꽃망울에 비까지 방울지어 영롱하면서 귀여웠다.
개나리는 진정한 봄의 전령사이다.
매화나, 벗꽃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는 못하여도
개나리가 피고 나서야 사람들은 봄이 온 줄을 확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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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개나리 무리 곁에 복숭아꽃이 예의 그 요염함을 뽐내며 피어 있었다.
비가 내리는 것도 아랑곳없이
남 앞에서는 생얼을 절대 드러내지 않는 여인네처럼
그 자태가 매혹적이다.
오죽하면 이 꽃에 빗대어 '도화살'이란 말이 생기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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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네의 향기같은 이 꽃도 주위 풍경과 어우러지면 선경을 연출한다.
무릉도원을 이야기할 때 이 꽃을 빼고 어찌 얘기할 수 있겠는가!
바다에 점점 박혀 있는 섬들과 마지막 붉음을 태우는 동백꽃,
은은한 듯 요염한 복사꽃에 넋을 빼고 한참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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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 끝 바위 언덕에 진달래가 무더기로 피어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는 언덕이더니만 가까이 다가 서니 바위 벼랑이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끙끙대며 바위 벼랑을 타고 올라 갔다.
벼랑에 핀 철쭉꽃을 꺾어 수로부인에게 바치는
소 몰고 가던 늙은이의 심정이 아마 이러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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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벼랑 위에 자리를 잡았다.
진달래가 지천으로 무리지어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었다.
밑에서 보기에는 진달래 군락이 바다와 멋지게 어울려 있었는데,
올라와 보니 소나무가 바다를 가로 막고 있었다.
어찌하랴
간혹 바라 보기만 해도 좋은 사랑이 있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을 때에는 마음에 담아두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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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떨어지는 바닷가 벼랑에서
신동엽의 '진달래山川'을 가만히 읊조려 본다.

길가에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

가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믈에 불 붙도록.
뼛섬은 썩어
꽃죽 늘리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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