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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기행

나만의 비밀스런 피서지, 내계폭포


나만의 비밀스런 피서지, 내계폭포(용소폭포)


 급속히 빨라지는 관광개발 속도에 여행자는 점점 깊고 외진 곳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과 공유하는 여행지도 좋겠지만 때로는 나만의 비밀스런 그런 여행지를 찾게 됩니다. 월성리에 있는 내계폭포가 그런 곳이었습니다.


 때아닌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남덕유산 일대의 계곡을 찾았습니다.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내계마을에서 함양군 안의면 용추계곡으로 넘어가는 외영골에 내계폭포가 있습니다. 차 한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산길을 1.5km 정도 오르다 보면 울창한 수림 속에 시원한 물줄기를 내리쏟는 내계폭포를 만나게 됩니다.


 여행자도 이 폭포를 찾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변변한 안내문 하나 없어 마을 주민들에게 묻고, 물바라기재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길을 돌려와서 겨우 내계폭포를 찾았습니다.


 마을주민들은 내계폭포를 용소폭포라고 하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귀에 들리는대로 용초폭포라고도 하더군요. 우리나라 폭포의 대부분이 용의 전설과 관련되어 있듯이 이곳도 용이 내려와 살았다하여 용소폭포라 불렀습니다.


 남덕유산 자락의 월봉산 아래에 있는 내계마을은 마을 생김새가 달 안의 계수나무와 같다 하여 내계內桂라 하였습니다. 폭포 또한 마을 이름을 따서 내계폭포라 부르고 있습니다.


 폭포가 있는 골짜기는 봄이면 산벚꽃과 복숭화꽃이 만발하여 자하동이라 불리던 곳입니다. 높이 10여 미터인 내계폭포는 자하동 골짜기로 물줄기를 토해내어 깊은 산중의 적막을 깨뜨립니다.


 폭포 주위로는 방선대, 은신대 등의 명소가 있고 폭포 물줄기를 따라 거슬러 오르면 물바라기재(수망령)와 살목재를 넘어 이름도 유명한 심진동 용추계곡으로 이르게 됩니다.


 폭포는 산길 옆에 있습니다. 깊게 파인 골짜기를 내려서면 낡은 초막 한 채가 계곡가에 바짝 붙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이 초막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폭포를 잠시 감상하였습니다.


 폭포로 가기 위해 벼랑의 바위를 붙잡고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섰습니다. 서늘한 기운과 함께 폭포의 물줄기가 시원합니다. 우렁찬 물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홀로 바위에 턱하니 걸터 앉아 폭포가 내는 울림소리에 눈을 지그시 감아 봅니다. 폭포수에 발을 담근 채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폭포 아래의 골짜기는 제주도의 용연처럼 암벽에 둘러싸여 그 끝이 어디인줄도 모르겠습니다. 울창한 숲은 하늘마저 가려버립니다. 이 깊숙한 골짜기의 폭포에도 전설 한자락 있을 법합니다.



 옛날 이곳 마을의 젊은이가 폭포수의 꽃을 건져 집에 가져 왔더니 꽃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였다고 합니다. 여인은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인간세상에서 3년을 살아야 하늘로 갈 수 있는 선녀였습니다. 둘은 부부가 되어 아이도 낳고 3년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3년이 지나 하늘로 올라가야 하던 전날 선녀는 이별이 못내 아쉬워 폭포수를 거닐다 발을 잘못 디뎌 미끄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젊은이가 허겁지겁 폭포수로 달려와보니 아내의 시체가 있었습니다. 아내의 시체를 건지려하자 선녀의 몸은 3년 전 자기가 건졌던 꽃으로 변하여 폭포수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젊은이는 슬픈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아기를 안고 물속에 뛰어 들어 선녀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래서 이 폭포를 선녀폭포라고도 부릅니다.

선녀와 나뭇꾼 전설과 비슷한 이 전설을 생각하며 폭포수를 거닐면 마음이 착잡한 듯 고요해집니다.




☞ 여행팁 내계폭포는 경남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에 있다. 수승대에서 37번 지방도를 따라 가면 월성숲이 있다. 월성숲에서 사선대에 이르기 전 '산울림가족휴양지'라는 작은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왼편 다리를 건너 1.5km 정도 들어가야 한다. 도로가 차 한대 겨우 지나갈 정도의 폭이니 주말에는 피하는 게 좋다. 아쉬운 것은 최근 공사로 폭포 위쪽의 계곡을 망쳐 놓았다는 것이다.


▒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