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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머물다

선운사 도솔천 초록빛 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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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보살이 산다는 선운사 도솔천을 찾았다.
동백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다는 시인의 노래는 이미 철 지난 후였다.
 더운 날씨 탓인지 동백은 이미 시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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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는 이번이 세번째인 듯 하다.
막연한 동경과 시인들의 노래에 반하여 첫 걸음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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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만 하여도 한적하였다.
 도솔천을 따라 선운사 경내에 이르러 잠시 동백을 보고 도솔암까지 올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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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를 두번째 간 것은 10여 년 전이었다.
선운사 동백을 보고 싶다는 지인들로 인해 가이드 역할을 자청하였다.
그들에게 선운사는 시인의 거짓말이 되어 버렸다.
붐비는 인파, 남도의 동백보다 작고 시들은 꽃잎들,
시정과 시심은 간데 없고 행락객들로 붐비는 이곳에서 그들은 말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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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총각 두 놈을 데리고 떠난 이번 여행도 두려움 반 걱정 반이었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말 것을 주지시키며 대신 선운사의 실망을 만회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안심을 시켰다.
그 길이 바로 도솔암과 낙조대까지 이르는 '도솔천'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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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이 길은 깊은 산중의 길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인근의 숲을 산책하는 듯한 지극히 편안한 길이다.
다만 아름드리 노거수만이 이 범상치 않은 길이 깊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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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가 태어나기 전 살던 세상이 도솔천이라고 했던가.
온통 초록빛과 산꽃들로 물들어져 있는 이 숲길을 한없이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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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는 또 하나의 숲이 세상을 열고 물 속에 비친 내 모습에 또 하나의 세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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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경내를 벗어나 도솔암 가는 길을 잡는다.
선운사는 행락객들로 발디딜 틈도 없어 일행들에게 내려오는 길에 들리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였다.
사찰에는 아침 일찍 가거나 해질 무렵 가는게 가장 좋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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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행은 나까지 합쳐 세 명이다.
늙은 총각 중 한 놈은 말그대로 '야생'이다. 다름 한 놈은 나하고 몇 번 길동냥을 한 적이 있는 '반야생'이다.
오늘 목표는 이 '야생'을 '반야생'까지 끌어 올리는 데 있다.
잘 길들이면 여행의 초보적인 안목과 에티켓은 배울테니까.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소리는 애당초 기대할 수 없어 동동주 한 잔을 걸쭉하게 걸치고 일행들과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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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천을 유심히 보면 시커먼 적갈색을 띄고 있다.
물 빛깔이 검어 혹여 오염이 되어서 그렇나 싶지만
실은 '타닌'이라는 나무 성분이 물에 녹아 흘러 내렸기 때문이다.
상록수림이 워낙 울창하다 보니 계곡물마저 나무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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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이 가면 갈수록 맘에 든다.
이 길은 가족끼리 오면 좋겠다고 하더니 커플들이 많아지니 신세 한탄을 하기 시작한다.
물에 비친 그림자를 한참 찍고 있으니 물수제비를 뜬다.
사진 찍는데 훼방을 놓는가 싶어 단단히 벼르고 있었는데
물수제비가 밋밋한 풍경을 동적으로 바꾸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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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 모양이 물에 비친 그림자를 변화무쌍하게 만든다.
그 다양한 모습을 잡아낼려 애를 썼지만 카메라가 따라주지 못하니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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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골째기 동백의 아쉬움을 이 도솔천에서 달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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