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사에 머물다

청풍호반의 제일 전망대- 정방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옥순대교 오른편 전망대에서 청풍호와 옥순봉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문득 청풍호반이 보고 싶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금수산 정방사에서 내려다보는 호수가 보고 싶었습니다. 몇 해 전이었던가요. 제천 일대를 여행하면서 우연히 들렀던 정방사가 두고두고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무작정 길을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방사 가는 산길의 돌탑

구담봉과 옥순봉을 유람할 수 있는 장회나루에서 늦은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었습니다. 여름을 방불케하는 더운 날씨와 붐비는 인파, 바가지 요금에 심신이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딸아이를 데리고 온 여행이라 유람선도 타 볼까 했는데, 아내와 다섯살 난 딸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저로서야 고마운 일이지요. 해질녘까지 절에 머물면서 더위를 피하자고 하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온 뒤의 죽순이 돋아난 것처럼 봉우리가 물 위로 우후죽순으로 돋아난 옥순봉이 보입니다. 옥순대교를 건너 호수를 왼편으로 끼고 계속 달립니다. 호수의 물이 그닥 많지 않아 허연 맨살을 드러내 조금은 볼썽사납습니다. 호숫가 멋진 숙소가 벌집처럼 산기슭에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정방사'라는 표지가 보이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방사 의상대의 석간수

숲길은 끝이 날듯 나지 않습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이정표 역할을 하고 초록색 나뭇잎들이 지친 영혼을 달래 줍니다. 절로 가는 길은 이래서 좋습니다. 절을 보러 가는 것보다 가는 길이 항상 좋은 법입니다. 차에서 내려 걷기로 합니다. 시멘트 길이 조금은 딱딱하지만 절 못미처 흙길이 있어 땅의 기운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산길 곳곳에는 돌탑이 있습니다. 혼자서 돌을 쌓기에는 힘들었을 법한 큰 탑도 있습니다. 간절함과 믿음은 가끔 인간의 감추어진 힘을 끌어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절집에 도착하자마자 부리나케 우물을 찾았습니다. 원통보전 뒤 '의상대'라는 천길 낭떠러지 아래 우물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바위를 뚫고 나온 석간수이지요. 물맛 한 번 시원합니다. 생물이라고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벼랑에는 벌집과 새집도 보이고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흙 한 줌 보이지 않는 암벽에 자라는 생물의 생명력에 감탄을 할 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목을 축이고 나서  절집 마당에 서서 장쾌한 호수를 바라봅니다. 충북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 정방사는 금수산 자락 신선봉에 있는 사찰입니다. 신라 문무왕 2년인 662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하였습니다. 의상대라  불리는 천길 낭떠러지에 위치한 절의 자리매김은 실로 놀라울 뿐입니다. 부석사처럼 의상대사가 세운 절은 항상 장쾌하면서 풍광이 빼어난 곳에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남 고성의 문수암이 남해 쪽빛 바다의 전망대라면 이곳 정방사는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라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이 절이 '산방사'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절이 '정방사'로 불린 창건설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의상대사의 제자인 정원스님이 원주에 있는 의상대사를 찾았습니다. 의상대사께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펴고자 합니다."라고 아뢰니 의상대사가 이르기를 "지팡이를 따라 가다가 지팡이가 멈춘 곳에 절을 세우라"고 하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던지자 지팡이가 하늘을 둥둥 떠서 남쪽으로 날아갑니다. 며칠동안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지팡이가  멈춘 곳이 이곳 정방사 자리였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정원스님의 '정'자와 아름다운 산세라는 의미의 '방'자를 써서 '정방사'라 하였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장전 안에는 석벽 보살상이 조각되어 있다. 옆 요사채 벽면에는 정방사의 전경 그림이 걸려 있다.

원통보전 왼편으로  난 산길을 십여 미터 걸어가면 벼랑 끝에 지장전이 있습니다. 기도처로 이름난 정방사답게 지장전 옆에는 얼기설기 지은 요사채가 하나 있습니다. 스님들이 땔감을 지고 오는 지게 하나가  벽에 우두커니 기대어 있습니다. 벽에는 정방사를 그린 벽화가  하나 걸려 있습니다. 지장전에서 바라보는 청풍호반이 가장 멋있습니다. 난간에 기대어 호수와 호수를 둘러싼 겹겹 능선을 아득히 바라 봅니다. 지장전 내에는 석벽이 있는데, 여기에 석천거사가 새겼다는 보살상이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장전에서 본 청풍호반

법당과 유운당에 걸려 있는 싯구를 가만히 봅니다.

산중에 무엇이 있을까
삼마루에 흰 구름 많이 머물러 있구나
다만 나 홀로 즐길 수 있을 뿐
그대에게까지 바칠 수 없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높음이 하늘보다 높은 것  없으나 도리어  밑으로  돌아가고
담수보다 맑은 것 없으나  깊으니 도리어 검도다
스님은 불국정토에 있으니 조금도 욕심이 없고
객이 신선 사는 곳에 들어오니 늙음도 또한  슬프지 않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절집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아이가 걸음을 멈칫합니다. 낯을 가리는 아이가 올라오는 스님에 놀란 것입니다. 스님이 합장을 합니다. 놀랜 아이를 달래려는 듯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냅니다. "내가 선물을  하나 해야겠네"하면서 염주팔찌를 꺼내어 아이에게 주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우소에 앉아 바라본 풍경

절 입구에 있는 해우소에 한 번 들어가 봅니다. 해우소가 서 있는 위치가 으뜸입니다. 해우소 앞으로 산자락이 멀리 겹겹이 펼쳐져 정말 해우하겠습니다. 볼 일도 없으면서 해우소에 들어가 앉아  봅니다. 이 멋진  경관을 거리낌없이 보라는 듯 창에는 창문도  없습니다. 옷을 입은 채 한참을 쪼그려 앉아 있다 산을 내려 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청풍호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옥순대교에서 옥순봉과 호수를 한참이나  바라봅니다. 유난히 더웠던 오늘, 갈증난 몸과 지친 영혼을 정방사에서 달래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크랩 하러 가기 (http://blog.daum.net/jong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