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창원시장
오랜만에 블로거 간담회를 다녀왔다. 예전 블로그 활동을 왕성하게 할 때 각 지방자치단체의 초청을 받아 팸 투어 등에 종종 다녀오곤 했었다. 그럼에도 체질적으로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 정치인 간담회는 단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시장이 되기 전에 이미 페이스북 친구여서 지난 선거에 출마했을 때 SNS 등을 통해 그의 활동을 나름 살펴보고 있었다. 결국 그는 창원 시장에 당선이 되었고 당선된 지 수개 월 만에 곧장 블로거 간담회를 개최한 것이다. 허성무 창원 시장. 열정적인 그의 활동에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처음으로 정치인 간담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이런 간담회에는 대개 시사 블로거가 참여하는 편이다. 게다가 블로그를 안 한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기존의 정치인과는 다른 허성무 창원 시장의 행보와 간만에 블로그를 다시 활성화시켜 볼까 하는 나름의 기대도 참여를 결정하는 데 한몫했다.
지난 9월 3일, 창원으로 가는 길에 폭우가 쏟아졌다. 거북이걸음으로 운전해서 겨우 시간에 맞춰 간담회 장소인 창원시청에 도착했다. 근데 주차장이 만원이라 주차할 공간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간담회 시간은 다가오고 주변 지리를 잘 모르니 무작정 다른 주차장을 찾아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어쩌지를 못하고 주차장을 몇 번 돌았는데 마침 운 좋게도 차 한 대가 빠져 나가는 게 아닌가.
주차 때문에 혼을 뺀 나머지 간담회 장소로 냅다 뛰었다. 시 행정의 중심인 시청의 주차난을 보면서 허 시장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을 보는 것 같았다. 가뜩이나 힘든 민원인들이 주차난 때문에 행정 서비스에 더 불만을 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간담회는 2시에 시작되었고, 블로거 뿐만 아니라 창원 TV와 유튜브 등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그 외 많은 매체들이 간담회 장면을 촬영했다. 진행 방식은 블로거 1인당 1~2가지의 질문을 하고 창원 시장이 답변을 하는 방식이었다. 중간에 페이스북에서 일반인들의 질문도 받았다. 10여 명의 블로거들이 차례차례 질문했고 시장은 답변을 했다. 허성무 시장은 예상대로 무척이나 소탈했고 운동화를 신고 있는 그의 차림새도 인상적이었다.
블로거들은 분야별로 골고루 참석한 편이었다. 주로 창원에 사는 이들이었고, 서울, 제주, 진주, 부산 등에서 온 블로거들도 있었다. 여행 블로거인 내가 한 질문은 창원시의 관광 정책이었다. 사실 여행 블로거이자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나로선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으로 관광과 여행에 대해 많은 자문을 해 왔었다.
간담회에서 내가 말한 건 관광 정책이었다. 골자는 지역 특성에 맞는 관광 콘셉트를 개발하고 추진하여 전국에서 찾는 관광 정책을 추진했으면 하는 제안이었다. 지역의 특성을 무시한 채 다른 시도에서 성공한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보다 창원시에 맞는 관광, 창원시의 색깔이 드러나는 관광 정책을 주문했다.
그 예로 현재 통합 창원시의 특성을 먼저 살필 것을 주문했다. 옛 마산시의 경우에는 개항 이후의 근현대 도시 형성 과정과 3.15, 부마항쟁 등 민주화과정에서 있어서의 역사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역사 관광을, 옛 진해시의 경우에는 일제강점기 근대유산을 중심으로 한 문화 관광을, 옛 창원시의 경우에는 공업단지 성격을 중심으로 산업 관광의 개발을 제안했다.
관광 정책은 자기 도시의 특성을 살피는 데에서 출발해서 보편성을 획득해서 많은 국민들이 찾을 수 있는 관광지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어떤 (지)점 위주의 공간 인식이 아니라 거리로 대변되는 (동)선 중심, 권역 중심의 면에 대한 구상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획자 혹은 관련 전문가의 양성이 필요하고 콘텐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된다는 내용으로 이야기했고, 거기에 대한 정책이 있는지 물었다.
허성무 시장도 말한 부분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하는 듯했다. 다만, 허 시장은 총론에는 동의를 하는 듯했으나 아직 추론적인 인식이 강해 각론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각론은 시 행정의 수장이 아니라 해당 부서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다보니 질문자의 의도를 정확히 읽지 못하여 말이 장황해졌고 급기야 질문에 대한 답변이 없다는 한 블로거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시장의 발언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다른 간담회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바로 그런 면이 일반 간담회와는 다른 블로거 간담회의 자유로운 특성일 것이다. 물론 허 시장도 그 지적을 겸허히 받아 들였고, 그런 모습에서 경직되지 않고 열려 있는 창원시의 면모가 읽혔다.
간담회는 2시간을 넘기지 않은 채 끝이 났다. 많은 대화를 나누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창원시와 허 시장의 정책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는 격식 있는 간담회 자리보다 선술집에서 술 한 잔 마시며 진행하는 솔직한 자리가 되었으면 더 좋겠다. 그것이 더 블로거 간담회다울 것이다.
간담회가 있던 며칠 뒤 창원시 정책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날 설명하고 질문한 내용이 인상적이어서 자문을 듣고 싶은데 해당 부서에 연락처를 알려줘도 상관없는지 물었다. 그 신속함에 놀라면서도 엉겁결에 동의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바로 관광과에서 연락이 와서 점심을 먹으며 관광에 대한 자문을 듣겠다고 했다.
일단 점심을 먹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여 자료를 먼저 요청했다. 창원시를 여행한 적은 많으나 관광 정책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으니 자료가 있으면 정리할 필요 없이 있는 대로 메일로 보내주면 검토해서 의견을 말하겠다고 했다. 창원시의 그 신속한 대처를 보며 변화와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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