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오래된 철길, 마산임항선에서
바다로 가던 기차가 항구에서 멈췄다.
바다를 잃은 도시는 뭍으로의 침범을 막아내지 못해 스스로 목숨줄을 끊어버렸다.
썩은 냄새가 날 거라며 너절한 동맥을 치우려던 사람들은
파도가 더 이상 몰려오지 않는 걸 지켜보며
이 도시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기로 약속했다.
마산 임항선 옛 철길을 걷다
할머니와 아이가 마주쳤다.
이 사진은 묘하게도 나를 흥분시켰다.
할머니는 아이에게
아무 말 없이
이 낡고 오래된 선로를
물려주고
철길 저 아래로
사라졌다.
※ 임항선은 항구에 닿는 배의 화물을 바로 열차에 싣기 위하여 부두까지 연장한 철도를 일컫는다. 창원 마산임항선(마산항 제1부두선, 8.6km)은 1905년 경전선 개통 당시에 건설된 철길로 이후 마산항 제1부두선으로 재편되었다가 2011년 2월에 폐선 됐다. 지금은 이 폐선 부지를 시민에게 개방하고 그린웨이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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