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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테마가 있는 여행

걷기 좋은 한국의 아름다운 섬길 10선

 

 

 

 

걷기 좋은 한국의 아름다운 섬길 10선

 

섬, 언제나 아슴아슴한 그리움으로 남는 곳. 무던히도 떠돌았던 지난 몇 년, 아직 오염되지 않은 섬 고유의 원형을 찾아 최동단 울릉도와 독도에서 최남단 마라도, 최서남단 가거도까지 샅샅이 헤집고 다녔다. 그 외롭고 높고 쓸쓸했던 섬의 기억은 잠시 바다 저편에 묻어 두고 이곳에선 우선 섬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첫 장으로 걷기 좋은 섬길 10곳을 가볍게 소개하고자 한다.

 


 

홍도 최고의 바다 산행길, 깃대봉

 

▲ 죽항당숲에서 본 홍도 남문 일대

 

홍도 깃대봉은 해발 368m에 불과한 산이지만 해수면에서 바로 솟은 산이라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오르기에 그다지 힘든 산길도 아니다. 홍도 1구 마을에서 깃대봉까지는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물론 깃대봉을 넘어 등대가 있는 2구 마을까지 다녀오려면 왕복 네다섯 시간은 걸린다. 근각이 아니더라도 체력을 적절하게 안배한다면 즐거운 산행이 될 것이다.

 

▲ 깃대봉에서 본 홍도 1구 마을 전경

 

홍도에는 상록활엽수림인 구실잣밤나무․후박나무․동백나무 등과 소사나무, 졸참나무 등의 낙엽활엽수림이 군락을 이루어 자생하고 있다. 초지식물인 이대, 억새 등을 모두 합하면 545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환경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1965년에 홍도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0호)이자 1981년에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제478호로 지정돼 있다. 또한 한국의 100대 명산으로도 지정돼 있다. 깃대봉은 사전 예약한 사람에 한해서 오후 3시 이후에야 출입할 수 있다. 홍도 관리사무소(061-246-3700)나 홍도관리사무소 홈페이지 참여마당-깃대봉 등산예약 코너에 신청하면 된다.

 


 

동백 숲이 터널을 이룬 나만의 산책길. 지심도

 

▲ 지심도의 폐교와 동백숲

 

동백섬이라고도 불리는 지심도는 지세포에서 동쪽으로 6km 해상에 있다. 조선시대 현종 때 주민 15세대가 이주하여 살기 시작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요새로서 일본군 1개 중대가 광복 직전까지 주둔하였다. 멀리서 보면 군함의 형태를 닮았고 해안에는 높은 해식애가 발달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 지심도의 마끝

 

섬 전역에 걸쳐 후박나무․소나무․유자나무․동백나무 등 37종에 이르는 수목과 식물들이 자라는데, 섬 면적의 60∼70%를 동백나무가 차지하니 섬 전체가 동백 숲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월에 피기 시작하는 동백꽃은 2~3월에 절정을 이루다 4월에 진다. 동백 숲이 터널을 이룬 섬 산책로는 느긋하게 두어 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다. 섬 모양이 ‘마음 心’자를 닮아 ‘지심도只心島‘라 부른다.

 


 

쪽빛 바다 은밀한 섬의 유혹, 내도

 

▲ 참식나무, 동백나무가 울창한 내도 숲길

 

불과 몇 년 전에야 겨우 알려진 섬, 외도와 바로 곁에 있으면서도 전혀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던 내도는 외도(바깥섬)의 안에 있다 하여 ‘안섬’으로 불리었다. 외도와 더불어 거제8경에 속하는 내도는 서이말 등대에서 내려다보면 거북이가 외도를 향해 떠가는 모습이라 하여 ‘거북섬’으로도 불린다.

 

동백나무뿐만 아니라 후박나무․참식나무 등 상록수림이 울창한 이곳은 마치 은밀한 섬 같다. 뭔지 모를 비밀스런 이 숲의 유혹에 저도 모르게 숲으로 깊이깊이 들어가게 된다. 햇살이 겨우 비집고 들어올 정도로 울울창창한 숲에는 인근 지심도의 동백과 견줄 만큼 섬 전체에 동백 숲은 우거졌다. 섬을 산책하는 데에는 두어 시간이면 충분하다. 숙박할 민박집도 더러 있다.

 

▲ 내도에서 본 구조라 일대 풍경

 

내도는 경남 거제시 일운면에 있다. 구조라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된다. 배편은 동절기에는 9시, 13시, 17시(여름에는 18시)에 있고 주말에는 11시, 15시에도 추가로 운영한다. 섬에서 나오는 배는 매회 30분 뒤에 출발한다.(☏ 055-681-1624) 요금은 왕복 기준 어른 10,000원, 어린이는 5,000원이다.

 


거문도 최고의 경관 ‘기와집몰랑’을 아세요

 

                                 ▲ 거문도 등대 가는 길

 

제주도와 여수의 중간에 있는 섬, 거문도는 동도․서도․고도,․삼부도․백도 군도를 말한다. 거문도의 본섬인 동도․서도․고도 세 섬은 바다를 병풍처럼 둘러쳐 호수 같은 바다를 만들었다. 이 잔잔한 호수바다는 천혜의 항구 구실을 하였는데 이 바다를 일러 ‘삼호’라 부르는 게 새삼스럽지만은 않다.

 

1905년에 세운 거문도 등대는 팔미도 등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운 등대로 남해안에서는 제일 오래된 등대로 알려져 있다. ‘몰랑’은 산마루를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로, ‘기와집몰랑(기와지붕몰랑)’은 바다에서 보면 이능선이 기와집 영마루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기와집몰랑(기와지붕몰랑)을 거쳐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은 거문도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 기와집몰랑길에서 본 거문도 등대

 

거문도 소재지가 있는 고도에서 삼호교를 건너 유림해변 방향으로 가면 거제도 관광호텔이 있다. 호텔 앞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거문도분소 앞을 지나자마자 나오는 두 갈래 길에서 오른쪽을 보면 산길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는데 이곳에서 기와집몰랑가는 길은 시작된다. 거문항에서 등대까지는 4km 남짓으로 걸어서 왕복 1시간 30분~2시간 정도 소요된다. 기와집몰랑 산길로 가면 2시간~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유람선을 이용하거나 택시를 이용해서 갈 수도 있으나 ‘목넘어’ 일대에서 내려 등대까지는 얼마간 걸어가야 한다.

 


 

느릿하게 걷는 즐거움, 흑산도 도보여행

 

▲ 흑산도 배낭기미 가는 길

 

흑산도는 흑산8경으로 유명한 영산도를 비롯해 홍도․태도․가거도․만재․대둔도․장도 등 수많은 섬을 껴안고 있는 오지랖 넓은 섬이다. 부두가 있는 예리항은 고기잡이 어선과 상가 등으로 언제나 흥청대는 곳이다. 모양이 새 입과 같아 모든 것을 끌어 들이는 형국이라 하여 예리로 불린다.

 

▲ 흑산도 사리항 풍경

 

흑산도 도보여행은 예리항에서 출발하면 된다. 섬을 한 바퀴 도는 일주 도보여행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여유가 없다면 예리항에서 출발하여 자산문화도서관→초장골성당(흑산성당)→진리해수욕장→각시당(진리당)과 용신당(용왕당)→배낭기미해수욕장→옥섬→읍동을 거쳐 상라봉 아래의 무심사지까지 이르는 약 4km의 길은 흑산도의 속살을 어루만질 수 있는 길이다. 느릿하게 걸어도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사라지는 풍경을 찾아 슬로 섬 청산도를 걷다

 

▲ 청산도 당리 '봄의 왈츠' 촬영지

 

산도 물도 푸른 섬, 슬로시티의 대명사가 된 청산도는 사시사철 언제 가도 좋겠지만 꽃빛 완연한 봄이라면 더욱 좋겠다. 선착장이 있는 도청리에서 언덕을 넘어 당리로 가거나, 그도 아니면 독살의 흔적을 찾아 도락리로 갈 일이다. 그리로 가면 남서해안에서도 이제는 귀한 장례풍습이 되어 버린 초분을 볼 일이다.

 

▲ 청산도 당리 돌담길

 

사람들로 북적대는 당리마을에 가면 한국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는 서편제의 한바탕 신명이 둥둥 떠올려지고 유채 돌담길에선 누구든 봄빛에 빠져 허우적댈 것이다. 잠시 곁눈질하여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당집과 청산진성도 꼭 찾을 일이다. 해안절경인 범바위를 돌아 문화재 돌담길 상서리를 지나 자연스런 동촌 돌담길을 한번 가보시라. 그 소담하고 한갓진 풍경에서 쉬이 헤어나지 못하리라. 양지마을의 구들장논 하며, 청계리의 하트 모양을 한 다랭이논 하며, 예쁜 버스정류장과 ‘봄의 왈츠’의 당산나무와 돌탑이 있는 읍리 마을까지 걷다 보면 봄빛처럼 푸른 청산도의 매력에 절로 빠져들 것이다.

 


 

가장 낮은 섬, 가파도 청보리밭

 

▲ 제주 가파도 올레길

 

바람이 모질다는 제주도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5.5km, 직선거리로는 2km밖에 되지 않는 곳에 평평하게 누운 섬 하나가 있다. 이름 그대로 거센 파도가 밀려온다는 가파도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분의 1정도에 불과한 가파도는 섬 전체가 27만여 평 정도이다. 접시 모양으로 평평한 섬은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0.5m에 불과하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이 한라산이라면 유인도 중 가장 낮은 섬이 가파도인 셈이다.

 

▲ 제주 가파도 청보리밭

 

가파도에 올레 10-1코스가 개장하면서 가장 낮은 섬의 가치가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18만여 평에 달하는 보리밭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3월에서 4월 중순까지 보리 잎의 푸름이 절정을 이룬다는 가파도 청보리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푸르게 자라난다. 이 절정의 푸른빛은 축제로 이어졌다. 2009년부터 시작된 <가파도 청보리 축제>가 그것이다. 보리밭 산책로는 누구나 편히 걸을 수 있다. 30여 분 걸리는 A, B코스로 나누어 길을 내었다.

 


 

중국 닭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최서남단 가거도

 

▲ 가거도 섬등반도 가는 길

 

중국의 닭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우리나라 최서남단의 섬 가거도는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섬이다. 전남 신안군에 있는 이 외딴 섬은 2011년 무이파에 이어 2012년 8월에도 태풍 볼라벤이 강타하면서 방파제가 또 유실되기도 했다.

 

▲ 물둥개 절벽에서 내려다본 가거항 전경

 

가거도에는 항구가 있는 1구 대리마을과 2구 항리마을, 그리고 3구인 대풍마을이 있다. 특히, 대리마을에서 비경으로 알려진 섬등반도까지는 6km정도다. 원시의 숲 그 자체인 독실산, 그림 같은 가거항이 한눈에 보이는 물동개 절벽이나 회룡산도 섬등반도와 함계 꼭 오를 일이다. 가거도에선 별도의 교통편이 없으므로 민박집 차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걷는 도리밖에 없다.

 


 

울릉도 숲길의 진면목, 내수전 석포 옛길 트래킹

 

▲ 석포에서 내수전 가는 울릉도 숲길

 

울릉도는 어디를 가도 비경의 연속이다. 여행자는 4박5일 동안의 울릉도 여행에서 대개 마을버스를 이용하거나 걷는 것을 택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구간은 내수전 석포 옛길, 행남해안산책로, 천부-현포, 남양-통구미 등이다.

 

▲ 도동항에서 저동항으로 이어지는 행남산책로

 

내수전 석포 옛길은 총 4.4km 정도의 숲길이다. 석포전망대에서 내수전 쉼터까지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초등학생을 포함한 어린이도 무난히 걸을 수 있는 산길이다. 다만 산행 경험이 적은 사람이라면 석포에서 출발하여 내수전으로 가는 길을 택하는 게 좋다. 내수전에서 석포로 가는 길은 긴 오르막이 있어 초행자가 걷기에는 약간 힘든 길이다.

 


 

제주도의 다도해, 섬의 천국 추자도

 

▲ 최영사당에서 다무래미 가는 길

 

추자도는 한반도와 제주 본섬의 중간에 있다. 상추자도, 하추자도, 횡간도, 추포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를 합쳐 모두 42개의 군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추자군도를 이루는 섬은 실제 100여 개에 달한다고 하니 섬의 천국이라 불릴 만하다. 추자도는 고려 원종 12년인 1271년까지 후풍도後風島라 불리었다. 전남 영암군에 속하면서 추자도라 불리었다는 설과 조선 태조 5년 섬에 추자나무가 무성하여 추자도라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 추자십경 중의 하나인 직구낙조

 

이곳 추자도에 지난 2010년 제주올레 중 가장 경관이 빼어나다는 추자올레 18-1코스가 개장됐다. 추자올레는 숱한 섬들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걷는 길이다. 추자항에서 출발하여 총 17.7km에 달하는 코스로 유서 깊은 최영 장군 사당과 황경헌의 묘,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추자 등대와 일몰이 아름다운 다무래미와 봉글레산,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걷는 묵리고갯길, 나바론 절벽 등을 지난다. 추자도 가는 배는 목포항과 제주항, 완도항을 이용하면 된다. 추자도는 최소한 삼일을 머물러야 섬을 제대로 여행할 수 있다. 상, 하추자도에는 버스가 아침 7시 부터 저녁 9시까지 매 시간 1일 13회 다닌다.

 


 

 

 추천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 오른쪽 '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