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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한방에 날릴 여름여행지 9곳


무더위 한방에 날릴 여름여행지 9곳
-피서와 풍류를 한꺼번에 즐기는 정자탐방

올 여름은 유독 지루하다. 화끈하다 못해 무자비하게 퍼붓던 비도 무엇이 아쉬운지 떠나지 못하고 미적거린다. 그렇다 하더라도 더위가 이대로 여름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짧지만 더 강렬한 더위가 올 지도 모르겠다.

예부터 여름이면 우리 선조들은 계곡에서 탁족을 즐겼다.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정자 하나쯤 세워두고 피서와 풍류를 한꺼번에 즐겼다. 오늘 소개할 여행지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풍광을 자랑하는 곳으로 비교적 한갓진 곳이다.

각 도별로 최소 한 곳 이상은 선정하였다. 경기도의 포천 영평천 금수정, 강원도 영월 주천강 요선정, 충청도 영동 한천팔경과 괴산 화양구곡 암서재, 경북 영덕 옥계계곡 침수정, 경남의 함양 화림동, 전북의 진안 운일암반일암, 전남의 담양 명옥헌, 전남의 보길도 세연정 등 9곳을 선정해 보았다. 모두 계곡이나 바다를 끼고 있어 정자에 올라 풍류를 즐기고 계곡물에 몸을 담글 만한 곳들이다.





하나. 바다 건너 섬에는 신선의 정원이 있다네. 보길도 부용동 세연정-전남 완도
전남 완도군 보길도는 2008년 휴양하기 좋은 섬 Best 30에 선정될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가진 섬이다. 섬의 지형이 피어나는 연꽃을 닮아 부용동이라 불렀는데 고산 윤선도가 섬 곳곳에 연못을 파고 정자를 지어 자신만의 낙원, 부용동 정원을 가꾸었다.

보길도 부용동 세연정

현재 부용동 정원은 크게 살림집인 낙서재와 산 중턱의 휴식공간인 동천석실, 풍류의 공간인 세연정으로 나눌 수 있다. 보길도 전체를 자신만의 낙원으로 만들기 위해 고산은 섬 전체를 조경하기 시작하였다.

그중 세연정이 그가 가장 공들여 가꾼 곳이다. 우리나라 원림의 백미인 보길도 세연정은 담양의 소쇄원, 영양의 서석지와 더불어 조선 3대 민간정원으로 손꼽힌다.

부용동 인근 예송리 몽돌해수욕장과 해무

☞보길도는 완도 화흥포나 해남 땅끝에서 배를 타고 간다. 천연기념물 제 40호인 상록수림으로 둘러싸인 예송리 해수욕장과 해발 195m의 보족산 아래의 공룡알해변, 우암 송시열이 남겼다는 글씐바위, 낙조가 일품인 망끝 전망대 등이 있다.




둘. 영남 정자 문화의 산실. 화림동계곡-경남 함양
호남을 대표하는 정자문화가 담양에 있다면 영남을 대표하는 정자문화는 함양의 화림동이다. 함양은 예부터 ‘좌 안동 우 함양’이라 하여 안동에 견줄 만큼 학문과 문벌이 번성했던 양반의 고장이다.

화림동 계곡의 동호정

화적떼가 밤낮으로 들끓어 육십 명이 모여야 안심하고 넘을 수 있었다는 육십령을 지나 서하면에 이르면 화림동 계곡에 이르게 된다. 이곳은 골이 넓고 물의 흐름이 완만하며, 물줄기가 때론 못을 이루고, 때론 너럭바위를 타고 흘러 선경을 자아낸다.

남계천(남강천)의 경치 좋은 골짜기인 화림동 계곡은 예로부터 ‘팔담팔정’이라 불리며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였다. 자연과 더불어 사색과 음풍농월을 즐겼던 옛 선비들은 이 빼어난 경관의 화림동에 여덟 정자를 세웠다. 그러나 농월정마저 불타 버린 지금은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만 남아 있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경모정과 람천정도 있지만 이 두 정자는 근래에 지어 예스런 맛이 없다.

화림동 계곡의 거연정

☞ 최근 화림동 계곡에는 ‘선비문화탐방로’가 만들어졌다. 거연정에서 황암사까지 6km정도의 계곡길이다. 2시간 남짓으로 어른아이 누구나 걸을 수 있다. 거연정 휴게소에 차를 세워 두고 황암사까지 걸어가서 30분마다 다니는 시외버스를 타고 다시 돌아오면 된다.




셋. 명경지수가 감돌며 흐르는 무릉도원, 옥계계곡 침수정-경북 영덕
사람들은 대개 영덕하면 대게를 먼저 떠올리고 바다에 있는 고장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영덕읍에서 34번 국도를 따라가다 달산으로 접어들면 갑자기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게 되고 풍광 빼어난 옥계동에 이르게 된다.


계곡과 수석의 아름다움이 빼어난 옥계계곡의 가장 좋은 곳에 정자가 하나 있다. 경주의 손성을 이라는 사람이 지은 침수정이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계곡치고 정자 하나쯤 없는 곳이 없지만 이곳의 풍광은 가히 으뜸이다. 시가 절로 나올 법하고 누구나 문장 하나쯤 뽑아낼 수 있을 듯하다.

침수정은 ‘돌을 베개 삼고 흐르는 물에 양치질을 한다.’는 뜻이다. 번잡한 세상을 버리고 자연에 묻혀 사는 선비의 맑은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다. 옥처럼 맑은 이 계곡물은 포항의 하옥계곡에서 흘러나온 물과 만나 영덕의 젖줄인 오십천으로 흘러간다.


☞ 침수정에서 옥계계곡을 따라 가면 포항의 하옥계곡과 만나게 된다. 이 길은 수십km에 달하는 깊은 산길로 트레킹하기에도 좋다.




넷. 해와 구름이 감춘 선경. 운일암 반일암-전북 진안
운일암 반일암은 해발 1,125m인 운장산 동북쪽의 계곡으로 대불천, 주자천으로도 불린다. 깎아지른 절벽에 길이 없어 하늘과 돌, 나무만 있을 뿐, 오가는 것은 구름 밖에 없다 하여 운일암이라 하였다고 한다. 옛날 전주와 용담현을 오가는 지름길인 이곳이 너무 험하여 길을 다가기 전에 해가 떨어져 그렇게 불리었다고도 한다.


반일암은 계곡이 깊어 하루 중에 햇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반나절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길 하나 없던 이곳도 지금은 계곡 옆으로 포장도로가 반듯하게 놓여 있어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도로 옆 언덕 높은 곳에 도덕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이곳에서 보면 계곡을 가득 메운 집채만 한 바윗돌들과 이곳의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운일암 반일암은 유원지로 다소 사람이 붐비는 곳이다. 캠핑장과 펜션 등 숙박할 곳이 많다.




다섯. 충북의 으뜸가는 명승지. 화양구곡 암서재-충북 괴산
옛 사람들이 ‘금강산 남쪽에서 으뜸가는 산수’라 불렀던 화양동계곡은 바위와 숲, 계류가 빚어낸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하얗고 깨끗한 바위들이 하늘로 치솟아 선경을 자아내거나 혹은 바닥에 너럭바위로 누워 옥 같은 물을 흘러 보낸다. 골짜기 양쪽의 소나무들은 학을 불러들이고 계곡의 맑은 물은 이름도 예쁜 달천강으로 흘러 남한강을 따라 서해까지 이른다.

화양구곡 제4곡 금사담과 암서재

원래 화양목이 많아 화양동으로 불리다 효종 때 우암 송시열선생이 이곳에서 주자학을 연구하고 의리사상을 길러 오면서 화양동으로 불려오고 있다. 화양계곡에는 구곡문학이 있다. 자신을 주자에 비유했던 우암 송시열은 주자의 무이구곡을 본떠 화양계곡의 볼 만한 곳 아홉 군데를 골라 이름을 붙이고 화양구곡이라 했다.

화양구곡 제9곡 파천

☞ 암서재 일대는 여름이면 사람들로 엄청 붐빈다. 그러나 암서재에서 계곡을 따라 조금만 위로 가면 한적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화양구곡은 입구에서부터 골짜기를 거슬러 올라 1곡부터 9곡까지 10리(4km)쯤 펼쳐진다. 7곡 와룡암까지는 비교적 가까운 편이나 8곡 학소대와 특히 9곡인 파천까지는 제법 거리가 먼 편이다. 걸음이 빠른 사람이라면 학소대까지(약4km) 1시간 정도면 도달하겠지만 느릿느릿 풍광을 즐기며 가고자하는 이들은 입구에서 9곡 파천까지 왕복 3시간 정도는 걸린다. 길이 평탄하여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길이다.




여섯.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비경. 한천팔경-충북 영동
영동은 산세가 수려한 고장이다. 특히 '양강'이라고도 불리는 금강을 따라가는 아름다운 강변길과 강선대, 함벽정 등의 양산팔경, 영국사, 도마령, 한천팔경 등의 비경을 곳곳에 감추고 있는 고장이다.


그중 손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 ‘한천팔경’이다. 황간면 중심부에 우뚝 솟은 사군봉의 연봉들이 펼쳐져 있고 아찔한 절벽 아래로 초강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한천팔경은 사군봉, 월류봉, 산양벽, 용연대, 화헌악, 청학굴, 법존암, 냉천정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2005년에 세운 월류정과 그 주변은 '그림 같다'는 표현만큼 아름답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원천리에 있는 이곳은 1박2일에서 두 번이나 다녀갈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 인근의 전북 무주와 경북 김천, 상주와 연계하여 여름휴가 일정을 잡아도 좋다.




일곱. 신선이 놀고 간 자리. 요선정과요선암-강원 영월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에 있는 요선정은 답사객들이 간혹 찾는 곳이다. 요선정에 오르면 벼랑 아래로는 푸른 주천강이 흐르고 건너편으로 보이는 암벽들이 수려하다. 정자 바로 옆에는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무릉리 마애여래좌상과 요선정

이곳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미륵암이라는 작은 암자 앞마당에서 돌계단을 따라 강가로 내려가면 있는 요선암이다. 조선 중기의 명필 양사헌이 이곳 경치에 반해 ‘신선이 놀고 간 자리’라는 뜻으로 요선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요선암은 기기묘묘한 형상의 거대한 암반지대이다. 구멍이 난 바위, 둥그렇게 돌려 깎여 나간 바위, 물결 모양의 바위 등 수많은 세월동안 바람과 물살이 만들어 낸 자연의 조각품을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정선 몰운대

☞ 인근에 법흥사가 있고 캠핑장이 있다. 계곡 또한 물놀이하기에 좋다. 영월의 청령포와 선돌, 선암마을, 장릉 등과 연계하거나 시간이 넉넉하다면 정선까지 포함하여 일정을 잡으면 된다.




여덟. 서울과 가까운 포천의 명소, 영평팔경 금수정-경기 포천
포천抱川. 외부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은 없고 나가는 물만 있다고 해서 안을 ‘포’자를 썼다고 한다. 그만큼 포천은 물이 많은 고장으로 많은 내들이 있고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

금수정

영평천 일대는 영평팔경으로 불리는 포천의 명소가 있다. 흔히 ‘영평팔경’ 하면 백로주, 선유담, 와룡암, 창옥병, 청학동, 금수정, 낙귀정지, 화적연을 이른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냈던 사암 박순 선생이 포천의 빼어난 경치를 여덟 군데로 나누어 영평팔경가를 사암집에 실었다.

영평팔경 중의 하나인 금수정은 양사헌, 한석봉, 이덕형 등 많은 시인묵객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척약재 김구용이 이곳을 소요하다가 그 모습이 소머리 형상을 하고 있다고 칭했고 그의 아들인 김명리가 정자를 지으면서 우두정이라 했는데 양사언이 개축하면서 금수정으로 바꾸어 불렀다고 한다.

한탄강

☞ 금수정은 영평천 벼랑에 세워진 정자이다. 영평천은 낚시하는 이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인근 한탄강에 유원지가 있다.



아홉. 백일홍 만발한 옛 정원. 명옥헌-전남 담양
명옥헌이 있는 후산마을은 600여 년 전 순천 박 씨가 처음으로 들어와 살았다. 명옥헌을 조성한 오명중의 아버지 명곡 오희도는 어머니 박씨를 따라 외가인 이곳에 정착하였다. 그 후 명곡의 넷째 아들인 오명중이 아버지가 살던 터의 계류 가에 명옥헌을 짓고 아래위 두 곳에 연못을 파 정원을 꾸몄다. 선친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연못 주위에는 배롱나무를 심었다.


온통 붉은 배롱나무로 덮인 명옥헌 일대를 정자에서 내려다보면 일대 장관이다. 흔히 무릉도원하면 복숭아꽃을 떠올리지만 배롱나무도 사실 선계와 관련이 많다. 배롱나무의 본디 이름은 자미목紫薇木인데, 자미는 도교 선계의 하나인 자미탄과 관련이 있다. 그러하니 배롱나무 꽃들로 가득한 명옥헌은 도교의 선계이자 이상향인 셈이다.


☞ 담양의 정자 문화를 대표하는 소쇄원의 그늘에 가려 있던 명옥헌은 최근에 들어서야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인근의 식영정, 환벽당, 취가정, 독수정, 가사문학관, 지실마을 등과 연계하면 더욱 알찬 여행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어제 미리 작성하여 오늘 새벽 시간으로 예약송고한 글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남쪽이라 중부지방에 비가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비 피해 없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폭우가 그치고 휴가를 갈 때 이 글을 참고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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