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머물고 싶다

땅끝의 일몰 포인트 '중리바닷가'



 

땅끝의 일몰 포인트, ‘중리바닷가’


 땅끝에서 송지면으로 가는 77번 도로는 해안 풍광이 빼어나다. 호수처럼 맑고 잔잔한 송호해수욕장은 육지의 최남단 해수욕장이다. 아직 철이 일러 해수욕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간혹 젊은 무리들의 쾌활한 웃음소리만 파도에 묻혀 들려올 뿐이었다.


한반도의 최남단 해수욕장, 송호해변

 송호해변은 말 그대로 솔숲이 장관이다. 한반도의 최남단에 자리 잡은 해변은 2km에 달하는 백사장과 울창한 송림으로 여름 피서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송호해변을 뒤로 하고 얼마간 달리면 길 왼쪽에 한적한 어촌 마을이 나온다.



 바다 위에 큰 섬 하나가 떠있고 작은 섬 둘이 마주보고 서있는 이 한적한 어촌마을이 ‘중리’이다. ‘중리바닷가’로 알려진 이곳은 근래에 드라마 허준의 유배지 촬영 장소가 되면서 세인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마을 앞이 바로 바닷가이다. 해는 이미 지고 있었다. 작은 마을 포구에는 동네 주민 몇이 나와 바람을 쐬고 있었다. 마을 주민과 눈앞에 펼쳐진 섬의 명칭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리바닷가는 바닷길이 갈라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흔히 ‘신비의 바닷길’이 이곳 중리 앞바다에서 매일 두 번 열린다. 마을 앞에 있는 대섬(죽도)이 그 장소이다. 지금은 바닷물이 가득 차 대섬은 섬이지만 물이 빠지면 육지와 연결된다고 한다.




 대섬 뿐만 아니라 포구 오른쪽의 작은 두 섬도 바닷길이 열린다. 대섬은 매일 바닷길이 확연히 드러나지만 이 작은 두 섬은 물이 가장 많이 빠졌을 때만 육지와 완전히 연결된다고 한다.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은 개략 오전 12시경이라고 하였다. 그때 열린 바닷길은 두 세 시간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가 서서히 물속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밤에도 길이 한 번 더 열리니 하루에 두 번 섬과 육지는 만나는 셈이다. 다음날 나는 이곳을 다시 찾아 대섬까지 바닷길이 열리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조용한 어촌 마을 중리에 해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이곳의 일몰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마을 주민들은 하나 둘 포구를 떠났고 나는 해가 바다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서야 포구를 떠났다.



중리마을 전경
멀리 땅끝 위로 달이 떠올랐다.

 오늘 날씨가 화창합니다. 땅끝에서 지는 해를 보며 벼랑 끝에서 목숨을 던진 그 바보를 생각하였습니다. 마지막 붉음으로 세상을 물들이고 사라진 저 태양처럼, 그 바보는 갔지만 그 정신은 이 세상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