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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봉하마을에는 '사람사는 세상'이 있다.

 

 봉하마을에는 '사람사는 세상'이 있다.
- 봉하 생태연못, 이제 '사람사는세상'이라 부르자.


 봉하마을 노전대통령 사저에서 봉화산 가는 왼쪽 길을 버리고 오른쪽 도로를 이십여 미터 가면 길 아래에 생태연못이 있다. 예전에는 이곳에 4, 5개의 웅덩이가 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 백련을 심었는데 토질이 점질토여서 별다른 소출이 없었다고 한다. 그 후 노전대통령이 귀향하고 나서 웅덩이를 생태연못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있어 데크를 설치하는 등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하였다고 한다. 봉하마을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가꾸어진 이곳은 현재 추모객들의 좋은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람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길에서 생태연못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복두꺼비가 사람들을 맞이한다. 복두꺼비의 집인 양 샘도 만들어져 있으니 복이 들어오는 것도 멀리 있지 않다. 복을 원하는 이들이 벌써부터 동전을 던진다고 한다. 여기에 모인 동전들은 다시 생태연못 조성에 쓰이지 않을까 싶다.

 두꺼비처럼 묵묵하게 기다리면 오는 것일까요?


   복두꺼비 옆에는 정자가 하나 있다. 봉화산 사자바위와 부엉이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슬픔에 젖어 있는 풍경이지만 언젠가는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곳이 되리라.

  처음 만난 이들과도 기꺼이 함께하며

 생태연못에는 이곳 외에도 연지 끝 쪽으로 얼마간 가면 정자가 하나 더 있다. ‘사람사는세상’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 정자는 원래 있던 자연석을 그대로 살려 연지를 조성하였다.

 

 서로 힘을 모아 함께하는 세상
 

 생태연못에는 가시연, 남개연, 외개연 등의 수많은 연꽃들과 수변식물을 가꾸어 아이들에게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되고 있다. 아직은 어리지만 연못가에 버드나무가 있어 여름이면 멋진 그늘이 될 것이다.

 농부는 걱정 없이 농사일에만 전념하고

 가족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내일을 기다리는 세상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비를 가리지 않으며

                           아이는 찌든 세상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오로지 자기의 꿈만 쫓을 수 있는 세상



 큰 버드나무가 심어져 있는 연지에는 징검다리를 놓았다.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어른들도 옛 추억을 되살리며 고향의 정에 푹 빠져들 만하다.
 

                                  너와 나 구분 없이 함께 어울리며

                                  풀 한 포기도 자유로운 세상

 시골에도 아이가 넘쳐나고

 

 

 아이 혼자 있어도 걱정 없는 세상

 형이 동생을 챙기고 그 동생이 다시 동생을 챙기는 우애가 있고


  생태연못은 앞으로 화포천과 더불어 봉하마을을 대표하는 명물이 될 것이다. 이곳 생태연못은 각기 습지공원, 생태연못, 사람사는세상으로 불리고 있다. 나의 생각에는 고인이 꿈꾸던 세상이자 정자의 현판에 새겨진 ‘사람사는세상’으로 불렀으면 좋겠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아도 욕심내지 않는 세상

이름 없는 이에게도 사랑과 의미를 주어

                                 서로에 대한 애정이 층층이 쌓이는 세상

진흙탕 속에서도 한 떨기 희망을 피울 수 있고


 고인의 봉하마을에 대한 애정은 어떨까. 고인은 2008년 3월 6일 봉하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봉하마을 참 맛을 보고 가세요’에서 봉화산을 오르지 않으면 봉하마을을 보지 않은 것과 같다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 산책길에서 가끔 저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하면 좀 더 재미가 있겠지요. 단지 대문 앞 관광만 하지 마시고 좀 더 재미있는 봉하마을 방문을 하시기 바랍니다. 한가지, 봉하마을 오실 때는 마음 놓고 걸을 수 있게 등산화를 신고 오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밥 먹을 곳도 없고 잠 잘 곳도 없어서 불편이 너무 많습니다만, 올 해 안으로 밥 먹고 잠 잘 곳을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년, 내후년 계속해서 아름다운 숲, 자연학습 환경, 재미있는 운동꺼리 등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봉화산은 어릴 적 인근 10리 안에 있는 학교들의 단골 소풍 터였습니다. 앞으로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학습과 놀이터가 되도록 가꿀 생각입니다.

여러분이 봉화산을 많이 오르면 김해시에서 산을 가꾸겠지요. 여러분이 화포천을 많이 찾으면 나라에서 화포천 정화를 서두르겠지요.’

 

쓴맛은 사라지고 단맛만 남는 세상

                                  바람마저 깊이 잠들고
 

 이어서 2009년 3월 3일에 ‘안녕하십니까’라는 글을 통해 오염된 화포천과 농촌의 환경에 대해 가슴 아파하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가는 곳마다 물에 떠내려 온 쓰레기, 누가 몰래 갖다 버린 쓰레기가 가득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화포천의 쓰레기와 오염은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제 어린 시절에는 하늘이 새까맣게 철새들이 날아들던 곳입니다. 개발시대에 버려진 한국 농촌의 모습, 농민 스스로의 마음에서도 버림을 받은 농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동안 대통령은 무엇을 했을까? 자꾸만 부끄러워집니다.

 산골짜기, 개울에 널려 있는 쓰레기들은 우선 마을 사람들과 의논해서 치우려고 합니다. 화포천은 김해시와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일입니다. 이 일도 이미 의논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역에 사는 분들입니다. 쓰레기나 오염물질을 버리기만 하고 치우지는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새마을운동을 다시 하자고 해볼까 싶습니다. 새마을운동이라는 이름에는 부정적인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농촌의 환경을 되살리는 데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그동안 새마을 조직을 보면서, 부정적인 역사의 유물이라 하여 쓸모가 있는 것까지 모두 지워버리는 것이 꼭 좋은 일도, 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좀 더 생각을 해보고 지역 사람들과 의논해 볼 생각입니다.

마을 가까운 야산은 우리 아이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고, 풀, 벌레, 새, 들짐승의 생태계가 풍성하여 자연을 느끼고 학습할 수 있는, 그래서 누구라도 편안하게 걷고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숲으로 다시 가꾸면 좋을 것입니다.’


고인의 고향마을에 대한 애정과 농촌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엿보인다.

 

 

물마저 맑은 세상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서 (부엉이바위)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어떤 사회였을까. 서거 후 언론에 자주 보도되었던 장면을 다시 글로 옮겨 보았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세상,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좀 없는 세상,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와 농민이 다 함께 잘 살게 되고 임금의 격차가 줄어져서 굳이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고 그리고 높은 자리에 안 올라가도 사람 대접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좀 없는 세상, 이런 것이 아닐까요? (사자바위)

바람이 소리를 만나니 바람에 손을 씻다. 김천령(http://blog.daum.net/jong5629) ▒